[기브리의 논술비타민] 2. 아직도 개요 없이 답안 작성을?
논술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요를 반드시 작성하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3분의 1 정도가 개요 없이 논제만 분석한 후 바로 답안을 작성한단다. 개요 작성 때문에 시간이 모자랄까 봐 불안해서 바로 쓴다고 한다. 이러면 안 된다. 개요 없이 답안을 작성하면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논지가 전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글의 앞뒤에 서로 모순이 생기게 된다. 앞에서는 환경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선, 뒤에 가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 환경 오염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되겠는가?

극히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답안 작성시 연필 사용을 금한다. 그러다 보니 답안을 일차적으로 연필로 쓴 후 그 위에 펜으로 입혀 쓰는 수험생까지 있다고 한다. 연필 흔적을 지우개로 지우다가 답안지가 훼손되기도 할 뿐더러 연필 자국이 남아서 아주 지저분하게 보이기조차 한다. 또 우선 답안을 휘갈겨 쓴 후 다시 한 번 정서(正書, 淨書)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이렇게 하면 시간이 모자라기 십상이다.

개요 작성에 시간과 공을 들여 답안을 작성하면 이런 잘못은 범하지 않게 된다. 개요 작성에 충분한 시간을 배분하여 정성을 쏟아부으면, 전체적인 답안 구성이 짜임새 있게 되며,분량 조절도 쉽게 된다. 연필이 아닌 펜으로 답안을 작성해도 한 번만에 깨끗하게 할 수 있다. 서강대 채점 교수님들에 의하면 합격한 학생들의 답안은 한결같이 깨끗하였다고 한다. 개요 작성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논제의 요구 분량에 맞추어 문장과 문단의 개수를 정한다. 만약 1000자 답안일 경우 한 문장을 40~50자 정도로 잡으면,20~25문장 전후가 된다. 논제를 분석하여(작은 문항 수에 따라) 4~5개 정도의 문단을 설정하면, 각 문단은 4~5개 정도의 문장으로 분배할 수 있다. 각 문단의 첫 문장엔 문장 개요로 된 소(小)주제문을 위치시킨다. 나머지는 화제 개요로 중심 낱말 몇 개로 작성한다.

예시

[1단계] 몇 개의 문단,몇 개의 문장으로 할 것인가를 정한다.

▶1문단=문장①, 문장②, 문장③, 문장④

▶2문단=문장①, 문장②, 문장③, 문장④

▶3문단=문장①, 문장②, 문장③, 문장④, 문장⑤

▶4문단=문장①, 문장②, 문장③, 문장④, 문장⑤

[2단계] 1단계에서 정한 것을 필요하면 수정하고 답안의 구조를 정한다. 문단의 소주제문을 정한다.

▶1문단(제시문'가' 요약 분석)=4~5문장(과학기술의 부작용 실태)

▶2문단(제시문'나' 요약 분석)=4~5문장(과학기술의 부작용 원인)

▶3문단(대안1)=7~8문장(동양의 세계관으로 해결할 수 있다)

▶4문단(대안2)=7~8문장(인문학의 접목이 필요하다)

[3단계] 각 문단에 넣을 전문 용어,논거(예) 등을 배치한다. 참신한 발상 등도 넣어 본다.

<논제> 과학기술의 부작용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문단(제시문'가' 요약 분석)=4문장(과학기술의 부작용 실태:로마신화 '이카루스',환경 오염,자연 파괴…)

▶2문단(제시문'나' 요약 분석)=5문장(과학기술의 부작용 원인:서구의 세계관,데카르트,인간의 자연 지배,이원론…)

▶3문단(대안1)=7문장(동양의 세계관으로 해결할 수 있다:인간과 자연의 조화, 일원론…)

▶4문단(대안2)=8문장(인문학의 접목이 필요하다:현대 물리학, 상호주의적 관점-토끼와 거북이…)

※시간 배분: 문제 분석 20분, 개요 작성 30분,답안 작성 50분 /총 100분

김재우 ghibli58@hanmail.net


생글생글 100호부터 '기브리의 논술비타민'을 연재합니다. 부산 사직고의 김재우 선생님이 '기브리'(ghibli·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라는 필명으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쌓아 온 논술 해법을 소개합니다. '기브리' 선생님은 부산대 사범대와 대학원(국어교육)을 나와 현재 부산교육청 논술지원단과 생글생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브리의 논술비타민'은 독자 여러분의 논술 실력을 키우는 데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전국의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개방합니다.

좋은 자료가 있으시면 언제든 생글생글 제작팀에게 이메일(nie@hankyung.com)을 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