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시민을 공해로부터 구원하다
도시 공해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자동차가 한때는 공해로부터 도시민을 해방시킨 구원자로 환영받은 적이 있다.
말똥 때문이었다.
마차가 다니던 길에는 말똥이 쌓였다.
악취가 진동했다.
파리,런던,뉴욕 등 대도시의 마찻길은 분뇨 처리장과 다를 바 없었다.
주민들까지 생활 오물을 마찻길에 내다버렸기 때문이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마차는 오물을 튕기며 달렸기 때문에 행인이나 상가의 진열 상품들은 똥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똥물이 흐르는 마찻길을 안아 건네주는 직업이 있을 정도였다.
진창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도로를 포장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포장된 도로에 달라붙었다 부서지는 말똥 먼지가 시민들의 기관지를 오염시켰다.
또 딱딱한 도로에서 말은 쉽게 다쳤다.
심각한 문제였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년 뉴욕 시민 2만명 정도가 파리가 옮기는 각종 질환으로 사망했다.
장티푸스를 비롯해서 도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도시에서 말과 말똥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의문이 막힌 학생들
학생들에게 자동차 이전의 교통 수단이 무엇인지 물으면 쉽게 말과 마차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가져온 변화를 물었을 때 말똥과 관련된 생각을 끄집어내는 학생을 만난 적은 아직 없다.
관광용 마차를 타거나 가까이서 보았다면 코를 찌르는 '악취'가 매우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말이 동물이라는 사실에만 생각이 미쳤어도 마찻길 위의 말똥이 궁금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도 좋은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장군을 태운 채 용변을 보는 말의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공해나 환경 오염은 오직 현대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거대한 착각 때문일까? 어쨌건 마차가 다니던 거리는 현대인이 상상하는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동차는 '말 없는 마차'일까?
현대인이 과거를 상상할 때는 현대라는 틀에 속박당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미래를 상상할 경우에도 현대적 관성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깨끗한 거리에서 마차가 달렸을 거라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사람들은 자동차를 '말이 끌지 않는 마차' 정도로 상상했다.
지금의 자동차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으레 네 바퀴가 있고,문이 있고,의자가 있고,핸들이 있고,창문에는 유리가 끼워진 매끈한 모습을 생각한다.
그런데 자동차가 유리를 단 밀폐형 구조를 가지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초기에는 그냥 마차에 엔진을 설치한 경우가 많았다.
발명가들 스스로 '말 없는 마차'라는 틀 속에서 자동차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단지 말이 끌지 않는 마차가 아니었다.
처음에 자동차는 마찻길을 달렸으나 나중에는 자신만의 길을 달렸다.
자동차는 도로를 바꾸었고 교통 문화와 산업을 바꾸었다.
교차로도 없는 고속도로는 오직 자동차만을 위한 길이다.
말똥은 없어졌지만 교통사고라는 또 다른 골칫거리를 만들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이 창출되었다.
자동차(自動車)라는 이름에서는 '말 없는 마차'라는 풀이를 발견할 수 있지만 자동차는 단지 말이 끌지 않는 마차가 아니다.
자동차는 거대한 시스템을 일컫는 이름이 되었다.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어려운 이유
전기 자동차가 관심을 끌고 있다.
치솟는 유가 때문이기도 하고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벌써 몇몇 국가에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아직은 주로 우편 배달 등 한정된 업무에 사용되고 있다.
전기차가 확산되면 일단 배기 가스가 없기 때문에 도시 대기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전기는 화석 연료만이 아니라 수력,원자력,태양력,풍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전기차의 상용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스템의 부재'다.
전기차가 지금의 도로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당장 여러 군데 충전소가 필요하다.
휘발유만큼의 주행 거리가 나오려면 배터리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지기 때문에 충전소는 주유소보다도 훨씬 촘촘하게 분포해야 한다.
또 자동차의 엔진만 바꾼다고 휘발유차가 전기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거의 모든 부품과 소재가 전기차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결국 지금의 자동차만큼이나 거대한 산업군(産業群) 하나가 새로 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군이 탄생하려면 자본과 인력,기술의 대격변이 일어나야만 한다.
◆서울대,시스템적 상상력을 요구하다
서울대는 2008학년도 모의 논술에서 세계화된 오늘의 관점에서 조선 말기 사회가 처한 시대적 도전을 분석하라는 문제를 선보였다.
이 문제는 서울대가 말한 대로 세계화 문제가 아니었다.
문명에 대한 시스템적 상상력을 묻고 있다.
중국의 리훙장은 서양의 기술만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일 때 겉으로 보이는 사물보다는 내면에 담긴 문명을 먼저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두 입장 모두 정신과 물질 혹은 제도와 문물을 구별하고 있다.
흥선 대원군만은 이 둘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 해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교역을 허락한다면 이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교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상투를 튼 채로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상투를 자르든지 아니면 서양 문물을 거부하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흥선 대원군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이미 마찻길일 수 없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기자실 폐쇄 논란
정부 부처 내에 기자들이 상주하는 기사실이 폐쇄된다고 하여 시끄럽다.
얼핏 보면 단순한 공간일 뿐인 기자실을 두고 전선(戰線)이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학생들은 쟁점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논술에서는 찬반 의견보다는 문제에 대한 접근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기자실과 언론 활동을 자동차와 마찻길같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상상력을 이용해 접근해 보자.
▶학생글 ①
심영훈 명지외고 2학년
(…)기자들은 '기자실'이 통폐합되면 그들의 권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자실'의 변화가 보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작은 부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들은 좀 더 불편하게 되고,좀 더 형식적인 부분에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여전히 보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약속을 잡아 공무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직접 보고 보도하기 힘들어진다.
기자실이라는 공간이 없어지면서 좀 더 우회적으로 형식적으로 부처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 '기자실'이라는 기자들을 위한 공간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들이 취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취재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그들만의 보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자실'의 폐쇄가 언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의 행동이 우리나라 언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생글 ②
한다솜 명지외고 2학년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기자들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무단 침입을 금한 것이 정보 공개를 막는 것이 아니고,취재할 때는 당연히 미리 약속을 하는 것이 예의라는 말을 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정부에 예고하고 약속을 잡고 하는 등 모든 에티켓을 지키면서 기사를 취재하면 부정부패의 진상을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일단 약속을 잡기 위해서는 높은 관리들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에 대해서 험담하거나 안 좋은 말을 기술한다면 다시는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취재 약속을 잡지 않을 것이다.
(…) 이렇게 된다면 우리 시민들에게는 더 이상 기자들이 필요 없다.
기자의 역할은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기자들은 단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잘 정리해서 지면에 옮기는 역할만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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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이해하고 깨고 세우라, 수(守)ㆍ파(破)ㆍ리(離)
솔개는 해변의 절벽에서 알을 깐다.
눈먼 새끼는 어미가 멀리서 물어다 주는 먹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덥수룩이 털이 오르면 어미는 모험을 시작한다.
새끼를 절벽에서 밀어낸다.
다리가 부러진 새끼를 주워다 다시 돌보기를 반복한다.
이제 새끼가 날 수 있게 되면 어미와 새끼는 나란히 난다.
사실 이것은 이별 비행이다.
새끼는 험난한 생을 홀로 살아간다.
받아먹고,부수고,이별하는 것은 일본 검도의 이념이기도 하다.
제자는 스승이 가르치는 것을 전수받고 스승에 맞서다가 결국 스승과 이별하여 일가를 이룬다.
스승은 자신을 깨고 이별하는 제자를 만들어 내려고 가르치는 셈이다.
논술에서는 이 과정을 몇 시간으로 압축해야 한다.
제시문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독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守) 제시문 속에 숨겨진 가설과 전제를 찾아내고 이에 맞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破) 자기만의 가설을 세워 이를 논증해 나간다.
(離)
논제를 이해하지 못한 엉뚱한 글도, 제시문을 진리라고 전제하는 밋밋한 글도,자신의 생각이 빠진 초점 없는 글도 논술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도시 공해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자동차가 한때는 공해로부터 도시민을 해방시킨 구원자로 환영받은 적이 있다.
말똥 때문이었다.
마차가 다니던 길에는 말똥이 쌓였다.
악취가 진동했다.
파리,런던,뉴욕 등 대도시의 마찻길은 분뇨 처리장과 다를 바 없었다.
주민들까지 생활 오물을 마찻길에 내다버렸기 때문이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마차는 오물을 튕기며 달렸기 때문에 행인이나 상가의 진열 상품들은 똥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똥물이 흐르는 마찻길을 안아 건네주는 직업이 있을 정도였다.
진창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도로를 포장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포장된 도로에 달라붙었다 부서지는 말똥 먼지가 시민들의 기관지를 오염시켰다.
또 딱딱한 도로에서 말은 쉽게 다쳤다.
심각한 문제였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년 뉴욕 시민 2만명 정도가 파리가 옮기는 각종 질환으로 사망했다.
장티푸스를 비롯해서 도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도시에서 말과 말똥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의문이 막힌 학생들
학생들에게 자동차 이전의 교통 수단이 무엇인지 물으면 쉽게 말과 마차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가져온 변화를 물었을 때 말똥과 관련된 생각을 끄집어내는 학생을 만난 적은 아직 없다.
관광용 마차를 타거나 가까이서 보았다면 코를 찌르는 '악취'가 매우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말이 동물이라는 사실에만 생각이 미쳤어도 마찻길 위의 말똥이 궁금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도 좋은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장군을 태운 채 용변을 보는 말의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공해나 환경 오염은 오직 현대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거대한 착각 때문일까? 어쨌건 마차가 다니던 거리는 현대인이 상상하는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동차는 '말 없는 마차'일까?
현대인이 과거를 상상할 때는 현대라는 틀에 속박당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미래를 상상할 경우에도 현대적 관성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깨끗한 거리에서 마차가 달렸을 거라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사람들은 자동차를 '말이 끌지 않는 마차' 정도로 상상했다.
지금의 자동차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으레 네 바퀴가 있고,문이 있고,의자가 있고,핸들이 있고,창문에는 유리가 끼워진 매끈한 모습을 생각한다.
그런데 자동차가 유리를 단 밀폐형 구조를 가지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초기에는 그냥 마차에 엔진을 설치한 경우가 많았다.
발명가들 스스로 '말 없는 마차'라는 틀 속에서 자동차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단지 말이 끌지 않는 마차가 아니었다.
처음에 자동차는 마찻길을 달렸으나 나중에는 자신만의 길을 달렸다.
자동차는 도로를 바꾸었고 교통 문화와 산업을 바꾸었다.
교차로도 없는 고속도로는 오직 자동차만을 위한 길이다.
말똥은 없어졌지만 교통사고라는 또 다른 골칫거리를 만들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이 창출되었다.
자동차(自動車)라는 이름에서는 '말 없는 마차'라는 풀이를 발견할 수 있지만 자동차는 단지 말이 끌지 않는 마차가 아니다.
자동차는 거대한 시스템을 일컫는 이름이 되었다.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어려운 이유
전기 자동차가 관심을 끌고 있다.
치솟는 유가 때문이기도 하고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벌써 몇몇 국가에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아직은 주로 우편 배달 등 한정된 업무에 사용되고 있다.
전기차가 확산되면 일단 배기 가스가 없기 때문에 도시 대기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전기는 화석 연료만이 아니라 수력,원자력,태양력,풍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전기차의 상용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스템의 부재'다.
전기차가 지금의 도로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당장 여러 군데 충전소가 필요하다.
휘발유만큼의 주행 거리가 나오려면 배터리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지기 때문에 충전소는 주유소보다도 훨씬 촘촘하게 분포해야 한다.
또 자동차의 엔진만 바꾼다고 휘발유차가 전기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거의 모든 부품과 소재가 전기차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결국 지금의 자동차만큼이나 거대한 산업군(産業群) 하나가 새로 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군이 탄생하려면 자본과 인력,기술의 대격변이 일어나야만 한다.
◆서울대,시스템적 상상력을 요구하다
서울대는 2008학년도 모의 논술에서 세계화된 오늘의 관점에서 조선 말기 사회가 처한 시대적 도전을 분석하라는 문제를 선보였다.
이 문제는 서울대가 말한 대로 세계화 문제가 아니었다.
문명에 대한 시스템적 상상력을 묻고 있다.
중국의 리훙장은 서양의 기술만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일 때 겉으로 보이는 사물보다는 내면에 담긴 문명을 먼저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두 입장 모두 정신과 물질 혹은 제도와 문물을 구별하고 있다.
흥선 대원군만은 이 둘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 해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교역을 허락한다면 이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교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상투를 튼 채로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상투를 자르든지 아니면 서양 문물을 거부하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흥선 대원군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이미 마찻길일 수 없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기자실 폐쇄 논란
정부 부처 내에 기자들이 상주하는 기사실이 폐쇄된다고 하여 시끄럽다.
얼핏 보면 단순한 공간일 뿐인 기자실을 두고 전선(戰線)이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학생들은 쟁점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논술에서는 찬반 의견보다는 문제에 대한 접근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기자실과 언론 활동을 자동차와 마찻길같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상상력을 이용해 접근해 보자.
▶학생글 ①
심영훈 명지외고 2학년
(…)기자들은 '기자실'이 통폐합되면 그들의 권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자실'의 변화가 보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작은 부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들은 좀 더 불편하게 되고,좀 더 형식적인 부분에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여전히 보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약속을 잡아 공무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직접 보고 보도하기 힘들어진다.
기자실이라는 공간이 없어지면서 좀 더 우회적으로 형식적으로 부처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 '기자실'이라는 기자들을 위한 공간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들이 취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취재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그들만의 보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자실'의 폐쇄가 언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의 행동이 우리나라 언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생글 ②
한다솜 명지외고 2학년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기자들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무단 침입을 금한 것이 정보 공개를 막는 것이 아니고,취재할 때는 당연히 미리 약속을 하는 것이 예의라는 말을 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정부에 예고하고 약속을 잡고 하는 등 모든 에티켓을 지키면서 기사를 취재하면 부정부패의 진상을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일단 약속을 잡기 위해서는 높은 관리들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에 대해서 험담하거나 안 좋은 말을 기술한다면 다시는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취재 약속을 잡지 않을 것이다.
(…) 이렇게 된다면 우리 시민들에게는 더 이상 기자들이 필요 없다.
기자의 역할은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기자들은 단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잘 정리해서 지면에 옮기는 역할만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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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이해하고 깨고 세우라, 수(守)ㆍ파(破)ㆍ리(離)
솔개는 해변의 절벽에서 알을 깐다.
눈먼 새끼는 어미가 멀리서 물어다 주는 먹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덥수룩이 털이 오르면 어미는 모험을 시작한다.
새끼를 절벽에서 밀어낸다.
다리가 부러진 새끼를 주워다 다시 돌보기를 반복한다.
이제 새끼가 날 수 있게 되면 어미와 새끼는 나란히 난다.
사실 이것은 이별 비행이다.
새끼는 험난한 생을 홀로 살아간다.
받아먹고,부수고,이별하는 것은 일본 검도의 이념이기도 하다.
제자는 스승이 가르치는 것을 전수받고 스승에 맞서다가 결국 스승과 이별하여 일가를 이룬다.
스승은 자신을 깨고 이별하는 제자를 만들어 내려고 가르치는 셈이다.
논술에서는 이 과정을 몇 시간으로 압축해야 한다.
제시문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독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守) 제시문 속에 숨겨진 가설과 전제를 찾아내고 이에 맞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破) 자기만의 가설을 세워 이를 논증해 나간다.
(離)
논제를 이해하지 못한 엉뚱한 글도, 제시문을 진리라고 전제하는 밋밋한 글도,자신의 생각이 빠진 초점 없는 글도 논술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