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ㆍ상품거래소 M&A 활발

글로벌시장 주도권 다툼 치열

[Global Issue] 거래소들도 몸집 불리기 경쟁
세계 각국의 증권·상품거래소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세계 자본시장의 넘치는 유동성(돈)은 각국의 증시와 상품시장에서 투자 붐을 일으키며 이들 거래소의 몸집 불리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각국의 거래소들은 또 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래 비용 줄이기 및 각종 신상품 개발 등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 각국의 금융거래소 간 M&A가 붐을 이루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가 전례없는 상승세를 타면서 거래소들도 이에 맞춰 규모를 키우며 더욱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인수를 놓고 최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전자거래 전문업체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CME와 ICE의 CBOT 인수전은 가격 경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어 CME는 CBOT 인수를 위해 현재 98억달러까지 써낸 상태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국의 나스닥이 스웨덴의 증권거래소인 OMX를 약 3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앞서 런던증권거래소(LSE)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나스닥이 OMX를 인수,유럽 공략을 위한 일종의 우회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것.하지만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투자회사인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도 OMX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승자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 4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영국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유로넥스트를 인수,'NYSE-유로넥스트'로 재출범하기도 했다.

유로넥스트는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포르투갈 등 4개국의 통합 증시 거래도 맡고 있다.

당시 NYSE와 함께 유로넥스트 인수를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독일의 도이체뵈르제는 인수전에서 실패한 후 최근 미국의 2위 옵션거래소인 국제증권거래소(ISE)를 28억달러에 사들이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이 각국의 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자본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에 맞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거래소 간 M&A를 통해 운영 비용도 줄이고 상장 및 거래 촉진도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또한 넘치는 유동성은 주식 및 파생상품 시장을 더욱 빠르게 키우면서 거래소들 간 짝짓기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인 맥킨지에 따르면 1993~2004년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은 두 배로 늘어났다.

주식파생상품과 채권시장 등에도 막대한 돈이 쏟아지고 있다.

위험 회피를 위한 헤지펀드들의 투자 등으로 특히 파생상품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CME의 경우 2000~2005년 거래 규모가 연평균 36.4% 증가하기도 했다.

거래소들은 몸집 불리기 외에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고객들의 입맛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고,거래소 주주들도 높은 수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에 따라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각종 전자거래가 발달하고 거래소들은 새로운 상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최근 범유럽 통합 주식 거래 시스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터퀴스 계획'(Project Turquoise)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에는 씨티그룹,크레디트스위스,도이체방크,골드만삭스,메릴린치,모건스탠리,UBS 등 7개 대형 투자은행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 투자은행은 올해 11월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증권법이 발효되면 기존 거래소의 독점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노려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아시아 거래소 시장도 관심의 대상이다.

아시아 시장의 주식 거래가 지난해 37% 급증하면서 미국이나 유럽 증시보다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성장하면 할수록 향후 거래소 간 M&A나 전략적 제휴는 지역 구분 없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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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E, 채권ㆍ농축산물 등 파생상품 거래 세계 최대

[Global Issue] 거래소들도 몸집 불리기 경쟁
뉴욕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면 시카고는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시장이다.

특히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는 주식 통화 채권 금리 농·축산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초 상품을 기반으로 한 각종 파생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CME는 그동안 미국 파생상품 시장을 양분해 온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통합을 앞두고 있다.

CME는 CBOT와의 합병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로 우뚝 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시가총액은 250억달러,하루 거래량은 900만건,하루 거래액은 4조2000억달러로 파생상품 거래소로는 세계 최대가 될 전망이다.

CME의 시초는 버터,달걀,육류 같은 농·축산물 등의 매매를 위해 1871년 설립한 시카고물품거래소다.

이후 1898년 시카고물품거래소 지부로 1898년 버터달걀위원회가 개설됐고,차츰 거래 품목들이 다양화됨에 따라 1919년 142명의 회원이 중심이 돼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고 현재의 명칭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지금도 CME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약 5000만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에 새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에게 회원권을 구입한 뒤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CME가 미국에서 가장 큰 파생상품 거래소로 자리매김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2000년 CME는 미국 거래소 사상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실시하고 2002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한다.

이어 2003년에는 CME에서 333조70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6억4020만건의 계약이 성사되는 기록을 세웠으며,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8% 늘어난 13억건 이상의 계약이 성사됐다.

CME에서 현재 하루 거래되는 선물·옵션 규모는 600억~650억달러에 이르며 이는 미국 전체 거래량의 40%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