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그 속성상 앞말에 자유롭게 붙긴 하지만, 그런 만큼 대개는 군더더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많은 학생들이…' '모든 시민들이…'와 같은 표현이 그런 군더더기의 유형에 속한다.

그냥 '많은 학생이' '모든 시민이'로 충분한 곳이다.

특히 글을 쓰다 보면 '이들 단체들은…' '이들 학교들은…'과 같은 표현도 많이 쓰는데 '-들'을 이중으로 쓰는 것은 불필요한 겹말에 불과하므로 둘 중 하나만 쓰면 된다.

'이들 단체는' 또는 '이 단체들은'이라 하면 되는데,기왕이면 후자가 더 우리말답다.

전자는 문어체에 좀 더 가깝다는 차이가 있다.

복수 표지 '-들'은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자리라면 쓰지 않는 게 표현에 간결함을 더해준다.

그것이 우리말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를 어기고 무심코 '-들'을 붙이면 오히려 의미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작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각국 정부들은 기업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각국 정부들'이라 하면 (형식논리로 따질 때) 마치 나라마다 정부가 둘 이상 복수로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나라마다(각국) 정부는 하나이므로 '각국 정부는'이라고 하는 게 간명하고 옳은 표현이다.

문맥상으로 헷갈릴 염려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기표(시니피앙)가 기의(시니피에)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언어체계는 그만큼 후진적이고 비과학적이며 그 언어로 이뤄지는 구성원의 사고 체계 역시 그만큼 논리성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every' 'each'가 비록 복수의 개념이지만 실제로는 '하나하나 남김없이, 개개'에 의미 강세를 두고 그 합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뒤에 단수명사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흔히 복수의 표시를 분명히 해주기 위해 일일이 '-들'을 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자리라면 붙이지 않는 게 좋다.

또 '야후나 CNN,아마존 등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같은 표현에선 앞에 나열된 말들로 이미 복수임이 드러나므로 굳이 '사이트들'이라고 복수형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것이 복수 접미사 '-들'의 남용을 막는 요령이다.

우리말에서 '-들'의 또 한 가지 특성은 영어에서와 달리 추상명사나 물질명사, 동사, 부사에도 자연스럽게 붙어 그 문장의 주체가 복수임을 드러내 준다.

예컨대 "열심히 해서 칭찬들 받도록 하거라" "밥들은 먹었느냐?" "빨리들도 달린다"와 같이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는 '들'의 특수한 쓰임새이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대개는 추상적이거나 질량을 나타내는 말, 즉 불가산 명사에는 붙지 않는다.

가령 '그 정신들을 모아…' '많은 비들을 뿌리고…' '이런 행복들을 찾기 위해…'와 같은 표현은 시적 표현이 아닌 한 쓰지 않는다.

다음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오류로서 '물질들' '식품들'에 쓰인 '들'은 불필요하다.

"이런 물질들은 식후의 나른함, 두통, 콧물, 기침, 재채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비교적 방귀를 적게 유발하는 식품들로는 생선 상추 오리 쌀 감자 등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