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눈치도 보며 긴축정책 발표했지만

스님들까지 증시에 몰려드는 투자 광풍 잠들까?

[Focus] 위안화 변동폭 확대…금리ㆍ지준율도 인상
금요일 저녁. 일을 마친 직장인들은 주말의 달콤한 휴식을 꿈꾸며 가정으로 돌아간다.

친구 동료와 함께 술 집으로 향하기도 한다.

모두 안락한 주말의 포근함에 빠져들고 있는 바로 5월의 두번째 금요일 저녁(18일),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의 홈페이지에 공고(公告)가 하나 떴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元)의 하루 변동폭을 지금까지의 0.3%에서 0.5%로 확대한다.

19일자로 기준 대출금리를 0.18%포인트 올려 6.57%로, 예금금리는 0.27%포인트 인상해 3.06%로 각각 조정한다.

오는 6월5일부터 상업은행 지급준비율을 11.5%로 0.5%포인트 인상한다.'

충격적인 뉴스였다.

중국이 환율 금리 지준율 등 3개 경기조절 카드를 동시에 뽑아들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의 안락함은 금방 깨졌다.

신문기자들은 기사를 내 보내기 위해 신문사로 부랴부랴 뛰어들어가야 했고, 증권사 직원들은 이 소식을 분석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와야 했다.

최근 급등한 주가로 적잖은 돈을 벌었던 중국 주식투자자들은 혹시 내 주식이 폭락하는 것이 아닌가 가슴을 조려야 했다.

신문기자, 증권 분석가, 주식투자자들의 주판알 튕기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환율게임이 그 첫 번째요, 부풀어 오르고 있는 중국 증시가 그 두 번째 측면이다.

첫째 환율 변동폭 확대 조치와 맞물린 미·중 환율게임을 보자. 중국인민은행은 그동안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0.3%로 묶어놨다.

인민은행이 매일 아침 9시15분에 발표하는 그날의 기준환율을 중간선으로 위,아래 합쳐 0.3%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 변동폭을 0.2%포인트 올린 것이다.

당연히 위안화의 환율 변화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위안화 가치는 시장에서 절상 압력을 받고 있어 절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환율 변동은 완전히 자유화돼 있지만 중국은 이처럼 아직 여러 가지 제한을 두고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더라도(환율이 떨어지더라도) 되도록 서서히 올라가도록 하자는 것이 변동폭을 두는 중국의 목적이다.

이번 조치는 발표 나흘 후인 22,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중 전략적 경제대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의 대(對)중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는 약 2325억달러.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약 3분의 1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올 들어서도 계속 늘어나 1·4분기 569억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 같은 무역적자 원인을 위안화 약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위안화 평가절상을 더 빨리 단행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중국으로서는 미리 변동폭을 확대해 미국의 압력을 완화해 보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미국은 예상대로 미·중 경제회의에서 중국 측에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환율 변동폭 확대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들어 '우리는 할만큼 했다'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결국 환율 문제와 관련,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상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겨우 환율 변동폭 확대만 얻어 낸 것이다.

현재 중국이 미국의 평가절상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평가절상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환율 변동폭(0.3%) 시스템 하에서도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루 0.3%의 변동 허용폭까지 간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0.5%로 늘어난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와는 관계없이 위안화 환율은 중국인민은행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두번째 주식시장 과열 문제를 보자.중국 주식은 '미쳤다(crazy)'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한 해 130% 오른 상하이 주가는 올 들어서도 50% 이상 뛰어올랐다.

세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중국 증시의 '버블(거품)'붕괴를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증시를 잘못 관리하면 경제 전체가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환율 금리 지급준비율 등 석 장의 카드를 한꺼번에 뽑아 든 이유다.

이론적으로 볼 때 금리 인상은 당연히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자금을 금융권으로 끌어들여 돈이 증시로 몰리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급준비율 인상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예금자의 인출 요구에 대비,은행에 쌓아 둬야 할 돈을 늘리게 되면 당연히 시중으로 풀리는 돈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증시의 유동성을 낮춰 주가를 안정시키자는 전략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1년 동안 네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문제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 발표 후 첫 거래일인 21일 상하이 증시는 개장과 함께 긴강감이 감돌았다.

전 주말에 발표된 조치가 과연 증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세계의 투자자들이 주목했다.

역시 주식 시장은 개장 초 급락세를 보였다.

3% 하락. 그러나 주가는 곧 반등하기 시작했다.

전날의 악재를 모두 털어버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1.04%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인민은행의 초강수 증시안정 대책을 무색케 한 것이다.

역시 넘쳐나는 유동성이 문제로 보인다. 중국 증시는 지금 밀려드는 투자자금으로 돈이 넘쳐나고 있다.

증시로 몰린 돈은 어디에서 왔을까.

해외부문이 컸다.

상품무역의 흑자, 합작 등 끊이지 않은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으로 달러가 넘쳐나고 있다.

작년 무역흑자는 1774억달러에 달했고, FDI도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말 1조달러를 넘은 외환보유액은 현재 1조2000억달러로 커졌다.

중국은 외환(달러)이 들어오면 중앙은행이 모두 사들이는 외환집중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달러를 사들이면 대신 그만큼 자국화폐(인민폐)가 시중에 방출되는 것이다.

증권시장의 안정은 중국으로서도 이만 저만한 고민이 아니다.

한우덕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