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5월19일 A1면


[뉴스로 읽는 경제학] '콜럼버스 교환 피해' 해법 없나요?
지난해 12월 재선충 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광주 지역에선 잣나무 2만3000여 그루가 벌목됐다. 재선충은 그 뒤로도 전국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초토화시킬 기세로 퍼져 나가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해 확인된 피해액만 560억원(산림청 통계)에 달했을 정도.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솔잎혹파리 떡붕어 뉴트리아 등 우리 생태계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외래 동식물들의 이름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최근 환경부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사 결과 국내에 들여온 외래 동식물은 확인된 것만 607종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일으키는 생태적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는 것. 1960년대 후반 어업 자원으로 수입된 큰입배스는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렸을 정도다.

방상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구결과가 없어 정확한 피해액을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최소 1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래종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콜럼버스 교환'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셈이다.

남미에서 온 대형 설치류인 뉴트리아는 우포 늪을 비롯해 낙동강 일대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수자원 생태를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굴을 파는 습성 때문에 둑을 붕괴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집트 원산 곰쥐는 살모넬라,서교열,유행성 출혈열 등을 옮긴다. 담배가루이는 장미 농가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화분용으로 수입된 서양뒤영벌은 토종 꿀벌을 몰살시켜 양봉 농가에 타격을 입히고 있고 섬사과우렁이는 벼를 비롯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의 도마뱀 거미 달팽이 같은 희귀 애완동물 및 곤충 사육 붐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외래종은 생태 환경 외에 농수산업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곰쥐처럼 각종 질병과 알레르기 질환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실태 파악도 못 하는 수준이다. 방상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3년 정도 조사를 계속해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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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들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콜럼버스 교환'(The Columbian Exchange)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무려 607종에 이르고 있는 국내 유입 외래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만도 연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재선충이나 뉴트리아,황소개구리,큰입배스처럼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의 피해를 유발하는 외래종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콜럼버스 교환문제는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며,우리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사이에 교류가 이뤄지면서 불거진 국제적 이슈의 하나로,동물과 식물이 옮겨지고,다양한 미생물들이 교환되는 등 서로 다른 곳 간의 사회와 문화가 상호 변화과정을 거친다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근래들어 동식물의 교류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4∼5년 내 국내 생태계가 교란·파괴될 것'이라는 정부 출연연구소의 분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콜럼버스 교환문제는 이제 발등의 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콜럼버스 교환의 피해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이를 막기 위해선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정부 대책 불구 20년 새 외래종 무려 3배 가까이 증가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들어 식용으로 수입된 황소개구리가 국내 생태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오면서 콜럼버스 교환문제가 불거졌다.

그 후로도 블루길·큰입 배스·붉은 귀거북 등이 생태를 파괴시키는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계속 증폭돼 왔다.

외래종 유입 문제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 당국은 대책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외래종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 새 외래종은 3배 가까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애완용으로 수입되는 동물도 100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에서 '생태계에 역효과를 주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개체'(침입외래종)로 지정된 몽구스를 비롯 프레리도그·페릿·햄스터 등도 수입되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새로운 외래종이 언제라도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 이른 셈이다.

◆외래종 도입에 대한 사전·사후관리에 커다란 구멍

이처럼 콜럼버스 교환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정부 당국의 사전·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출연연구소는 외래종 동식물이 마구잡이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데도 사전·사후 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라는 충격적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외래종은 생태환경 외에 농수산업 등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각종 질병과 알레르기 질환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은 아직도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외래종 수입 및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생태계 교란 막을 국가차원 종합대책 마련 서둘러야

정부 당국은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에 대한 종별 관리대책을 수립하고,사전 생태계 위해성 평가제도도입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외래종 동식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는 어렵다.

또한 동식물 수입과 통관에 관한 법규가 있지만 보건과 농림·축산·어업 등 용도별로 나뉘어져 있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의 '침입종에 관한 행정명령',일본의 '침입외래종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환경부 등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외래종 관리기구를 설치해 사전·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개별적인 외래종 수입을 자제함으로써 생태계 보호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콜럼버스의 교환'(The Columbian Exchange)=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간 교류를 일컫는 말로,1960년대 후반 앨프레드 W 크로스비가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옥수수,감자,고추 등 농작물이 유라시아에 전파되고 천연두나 홍역이 아메리카에 전파되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등 두 대륙간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들어 미국사와 세계사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했다.

◆외래종(Exotic species)=외국이나 국내의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모든 종을 말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반입된 것이 도입종(Introduced species)이며,귀화종(Naturalized species)은 원래 자생지가 아닌 곳에서 스스로 적응해 번식하는 것이다.

토착종(Naturalized species)은 서식지를 바꾸지 않고 오랫동안 고정된 위치에서 자라온 것을 말하며 자생종은 자연적으로 특정한 서식지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일컫는다.

침입종(Invasive species)은 외부에서 들어와 다른 생물의 서식지를 점유하고 있는 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