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의 경제 수도 두바이. 사막 한가운데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 지구 7대륙 모양의 인공 섬들…. 세계에서 가장 야심만만한 개발 프로젝트가 현실화되고 있는 곳. 세계 크레인의 4분의 1이 모여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바이의 발전상은 하루가 다르다.
금으로 장식한 오디오 시스템이 팔리는 부자 산유국에서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바이의 기적은 단순히 오일 머니에 기댄 결과가 아니다. 국민총생산에서 석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다. 나머지 94%의 발전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 작년에만 노무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가 한 차례씩 현장을 다녀왔다. 오세훈 서울 시장, 이명박 전 시장 등 소위 정치권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두바이는 단골 방문지가 됐다.
◆관광 비즈니스 금융의 중심지 꿈꾼다
오늘날 두바이의 발전상은 고(故) 셰이크 라시드 왕이 중동 지역의 석유 고갈에 대비, 석유 산업에만 의존한 산업 구조를 1960년대부터 개혁해 온 결과다. 그의 비전을 승계한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를 세계적인 관광, 비즈니스,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선 인프라와 관광 자원, 자유롭고 선진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세계의 기업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 한마디로 세계에서 제일 사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그 핵심이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다. DIFC는 100% 외국인 소유권을 허용하는 데다 입주한 기업과 투자자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이 곳에서 생겨난 자본과 수익을 자유롭게 본국에 송금할 수 있다. 각종 인센티브와 파격적인 운영으로 총 150여개 기업이 두바이에 진출했다. 미국 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상위 10개가 포함돼 있다. 두바이 제벨알리 자유구역에는 5000여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아랍에미리트 전체적으로는 총 23개 자유구역이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지금도 끌어들인다.
◆집약된 자본의 힘이 두바이를 키운다
금융 허브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005년 9월 설립된 두바이 국제금융거래소(DIFX)에서는 주식, 채권, 이슬람 금융상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된다. DIFX는 걸프국들 간 통화 통합이 이뤄질 경우 금융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두바이의 야심찬 계획의 하나다. 걸프 지역에서뿐 아니라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금융기업과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이 두바이에 지사를 열거나 운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미국의 핼리버튼은 미국 본사를 아예 두바이로 옮기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태다.
집약된 자본의 힘은 두바이의 자산이 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80억달러에 불과하던 두바이의 국내총생산(GDP)은 2005년 374억달러로 4배 이상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9000억달러보다는 적지만 인구가 적어 1인당 GDP는 3만1000여달러로 한국의 1. 5배에 이른다. 두바이의 경제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2015년까지는 GDP 1080억달러, 1인당 GDP 4만4000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허브 꿈꾸는 한국에 힌트 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두바이가 △정치 리더십과 개방외교 △중계 무역 및 지식산업 거점 △대형 개발사업 △관광 및 이벤트 △공항 및 항만 등 5개 축을 중심으로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세계 각국의 금융 허브화 노력을 소개하며 두바이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서울의 6.4배 크기에 인구 120만명에 불과한 두바이의 신화는 아시아 허브를 꿈꾸는 한국에도 아이디어를 안겨 준다. 무섭게 커가는 중국과 오랜 경제 침체를 막 벗어난 일본 사이에서 미래를 그려야 하는 우리에게 두바이가 주는 힌트는 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