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다양한 경험 요구하지만

사회는 고3의 참여 외면

"고3이라 안됩니다."

최근 학교의 자원봉사단원 모집에 지원한 민형욱군은 퇴짜를 맞았다. 담당 사회복지사인 임모씨가 밝힌 민군의 탈락 이유는 그가 고등학교 3학년이기 때문. 이에 민군은 '고3이라는 이유만으로 탈락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재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임씨는 "봉사활동은 장기적인 참여가 요구되는데 대부분의 고3 학생은 입시 준비에 매진해야 하고, 학교에서도 고3 학생이 공부 외에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고3이라는 이유만으로 교과 외 활동에서 배제되는 것은 비단 학교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 관련 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하여 지난 4월 모 청소년 영화제 운영위원 모집에 지원한 이모양(숙명여고 3)도 민군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주최 측에서 모집 청소년의 범위를 중1부터 고2까지로 제한한 것이다. 이양은 "이 외에도 얼마 전 기업활동을 경험하기 위해 모 제과회사의 모니터 요원 모집에 참여했는데 고3이라는 이유로 또 거부당했다"며 "분명 자격 요건은 여대생, 주부, 그리고 여고생이었는데 담당자가 나중에 여고생을 1, 2학년에 재학 중인 사람으로 제한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전인적인 능력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자 비교과 활동을 주요한 전형 요소로 인정해 가는 추세다. 이를 통해 고3 학생들도 수능 위주의 지나친 입시 부담을 덜고 다양한 문화 활동과 대학 입시를 연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부 학교와 단체는 고3에게 여전히 수능만을 강조하며 비교과 활동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많은 고3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잠실고의 이성현 생활부장 교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고3 학생은 공부 기계에 가까웠는데, 대학들이 학생자치활동, 동아리활동, 지역 사회 연계 활동 등을 인정하면서 정서적으로 균형 잡힌 고3 생활이 가능하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고3 학생들에게 교과 공부를 인생의 전부인 양 강요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며 고3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에 대한 일부의 편견과 제약을 비판했다.

작년까지 고3 학생의 참여를 제한하다가 올해부터 허용하기 시작한 '전국 고교생 토론대회'의 담당자 이창희씨는 "고3 학생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것은 그들이 수능에만 전념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열정과 신중한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고3 학생들의 참여도 허용하기로 했다"며 "어른들은 고3 학생들도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생글기자(잠실고 3년) dear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