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각종 질병과 오염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선진국과 신흥공업국들은 물론 제3세계의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질병들로 고통 받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을 담은 문장이다. 문장의 구성 역시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어딘가 눈에 거슬리는 데가 있다. 바로 '-들'의 남발이다.
'-들'은 지칭하는 대상이 복수임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주로 명사 뒤에 붙지만 때론 부사나 동사에도 붙는 등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보니 다소 '헤프게' 사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영어에서는 수량명사가 복수일 때는 반드시 복수 표시(-s)를 해야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굳이 '-들'을 붙이지 않아도 복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단어 형태에 복수 표시를 하지 않고도 단어 자체로나 문맥을 통해 복수임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관객이 한 명밖에 없다'나 '관객이 1000명이나 된다'나 모두 '관객'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이 가능하다. 복수임을 나타내기 위해 따로 '관객들이 1000명이나 된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지역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재팬이 지난 10월 개최한 설명회에는 무려 3000개 기업(들)이 몰렸다."
이런 문장에서 보이는 '-들' 역시 모두 생략해도 의미 전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문맥을 통해 자연스레 복수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역 중소기업''대회에 참가한 학생''3000개 기업'이란 표현에는 개념적으로 이미 복수의 뜻을 담고 있다. 이런 경우까지 굳이 '-들'을 붙이는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현대인''국민'을 비롯해 '관객, 학생, 시민, 조합원, 회사원, 직장인, 종업원' 등의 단어는 집합명사이므로 '-들' 없이도 훌륭히 복수를 나타낼 수 있다. 이들은 개개인을 지칭할 수도 있고 다수를 나타내기도 하는 말이다.
특히 '대중, 군중, 가족, 관객, 청중' 같은 단어는 그 자체로 복수의 개념이므로 '-들'을 붙이면 오히려 불필요한 덧붙임이 된다.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산에 오르다'라고 하면 의미상으로는 한 가족을 두고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형태상으로는 여러 가족을 나타낼 수도 있으므로 그 뜻을 모호하게 만든다. '경영진 교체''군중 속으로'라고 하면 간결한 것을 '경영진들…''군중들…'이라고 말해 어색함을 자초하기도 한다. '3000개 기업들''대다수 국민들' 역시 구체적으로 복수를 나타내는 관형어가 앞에서 꾸며주고 있으므로 뒤따르는 명사에 '들'이 필요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는 '-들'이 일상 언어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역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적절히 '말맛'을 내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없어도 될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문장의 간결함만 떨어뜨릴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맨 앞 문장에서 쓰인 네 곳의 '-들'을 모두 빼고 다시 써보자. 의미 전달에 아무런 지장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음이 드러날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을 담은 문장이다. 문장의 구성 역시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어딘가 눈에 거슬리는 데가 있다. 바로 '-들'의 남발이다.
'-들'은 지칭하는 대상이 복수임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주로 명사 뒤에 붙지만 때론 부사나 동사에도 붙는 등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보니 다소 '헤프게' 사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영어에서는 수량명사가 복수일 때는 반드시 복수 표시(-s)를 해야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굳이 '-들'을 붙이지 않아도 복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단어 형태에 복수 표시를 하지 않고도 단어 자체로나 문맥을 통해 복수임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관객이 한 명밖에 없다'나 '관객이 1000명이나 된다'나 모두 '관객'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이 가능하다. 복수임을 나타내기 위해 따로 '관객들이 1000명이나 된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지역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재팬이 지난 10월 개최한 설명회에는 무려 3000개 기업(들)이 몰렸다."
이런 문장에서 보이는 '-들' 역시 모두 생략해도 의미 전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문맥을 통해 자연스레 복수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역 중소기업''대회에 참가한 학생''3000개 기업'이란 표현에는 개념적으로 이미 복수의 뜻을 담고 있다. 이런 경우까지 굳이 '-들'을 붙이는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현대인''국민'을 비롯해 '관객, 학생, 시민, 조합원, 회사원, 직장인, 종업원' 등의 단어는 집합명사이므로 '-들' 없이도 훌륭히 복수를 나타낼 수 있다. 이들은 개개인을 지칭할 수도 있고 다수를 나타내기도 하는 말이다.
특히 '대중, 군중, 가족, 관객, 청중' 같은 단어는 그 자체로 복수의 개념이므로 '-들'을 붙이면 오히려 불필요한 덧붙임이 된다.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산에 오르다'라고 하면 의미상으로는 한 가족을 두고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형태상으로는 여러 가족을 나타낼 수도 있으므로 그 뜻을 모호하게 만든다. '경영진 교체''군중 속으로'라고 하면 간결한 것을 '경영진들…''군중들…'이라고 말해 어색함을 자초하기도 한다. '3000개 기업들''대다수 국민들' 역시 구체적으로 복수를 나타내는 관형어가 앞에서 꾸며주고 있으므로 뒤따르는 명사에 '들'이 필요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는 '-들'이 일상 언어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역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적절히 '말맛'을 내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없어도 될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문장의 간결함만 떨어뜨릴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맨 앞 문장에서 쓰인 네 곳의 '-들'을 모두 빼고 다시 써보자. 의미 전달에 아무런 지장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음이 드러날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