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곳 있으면 먼저 그 분야 전문가 만나 조언 구해라

[직업의 세계] 제1회 직업세계 체험 주간-내게 맞는 직업은?
5월 셋째주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선포한 제1회 직업세계 체험주간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GM대우 부평 본사에서는 교육부총리 등 교육계 인사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직업세계 체험주간 선포식'이 있었다.

같은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제1회 직업세계 체험주간을 기념하여 '이제는 진로교육이다'를 주제로 한 세미나도 열렸다.

정부가 직업세계 체험주간을 선포한 이유는 학생들이 직업을 체험할 기회를 많이 갖지 않아 직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의하면 중학생의 8.1%, 인문계 고교생의 6.4%, 전문계(과거 실업계) 고교생의 16.1%만이 직업에 대하여 체험할 기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고교생들에게 '장차 희망하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50%의 학생이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19개 직업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만여개의 직업이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이렇게 일부 직업만 희망하는 것은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 같이 희망하는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자신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또 잠정적으로 직업을 결정한 학생들도 그 직업에 대하여 물어보면 업무 내용이나 근무 환경,요구되는 능력 등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족한 정보에 의한 진로 선택은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잘못된 진로 선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나다.

이 비용을 조금만 줄여도 우리나라 사교육비의 상당부분이 절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고교생들의 대부분은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인문계 고등학생 중 대학 진학을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계 고교를 나와서 취업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고교 졸업 후 몇 달 뒤 조사한 결과 졸업 후 진학 취업 재수 아르바이트 등 어느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졸업생이 100명 중 17명이나 되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진로 고민은 계속된다.

대학생 2명 중 1명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결정하지 않은 상태며 상당수(34.9%)는 휴학 편입학 재수를 생각 중이다.

힘든 취업 경쟁을 뚫고 취직이 돼도 그 직업이 자신이 생각한 직업이 아니라며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 기업 측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결국 문제는 상당수 청소년이 직업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 데서 출발한다.

개인의 진취적인 삶과 건강한 사회, 지속 가능한 국가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에서 직업세계 체험주간을 만든 것도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직업세계를 이해하고 건전한 직업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행사 주간(5월14~19일) 중 1교 1사 직업체험,기업 CEO 특강, 직업 설명회, 현장 체험, 부모님 회사 탐방, 주요 직업 체험 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전국 6000개 학교에서 208만여명의 학생과 14만1272개 기업 또는 기관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각급 학교는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미래 직업설계에 도움을 받고 건전한 직업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체험을 통한 교육은 단순한 주입식 교육보다 교육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알려주고 더 큰 세상과 도전의 기회를 알려주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교과서가 아닌 직업세계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고, 활동하는 것은 진로 선택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직업 체험 이전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스스로 파악하게 하여 직업 체험에 대한 동기를 먼저 유발하여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파악한 청소년들이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의 직업 또는 직장에 대하여 보고 체험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에 비해 훨씬 효과가 높다고 본다.

직업세계 체험주간 이후에도 직업 체험 프로그램은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계속 추진된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이 기대한 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 상공회의소,기업,공공기관 종사자와 학부모들은 상호 협조체제를 갖추어 학생들의 직업체험을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직업인들을 실제로 만나고 체험하게 하되 필요하면 해당 직업인들과 직업 체험 참가 학생을 서로 연결시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시도교육청별로 학생들의 직업 체험을 도와줄 수 있는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도 필요한 작업이다.

직업세계 체험을 통하여 학생들이 평소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직업인을 만나 '신선한 충격'을 받기를 바란다.

이 충격을 통해 자신이 나아갈 분야를 정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되면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미래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열정을 갖고 미래의 직업세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활동을 펼쳐 주어야 한다.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직장의 관계자들은 학생들에게 시간과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여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부족하고 잘못된 직업 정보를 토대로 진로를 선택할 경우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로도 많은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와 기업이 적극 나서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세계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설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career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