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5월2일자 A10면

내년부터 정보기술(IT) 벤처기업에는 산업기능요원이 배정되지 않는다.

[뉴스로 읽는 경제학] 병역특례 요원 배정 중단해도 되나요?
병무청은 1일 검찰의 병역특례업체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2008년부터 IT업체에 보충역 요원의 지원을 중단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 IT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검찰이 일부 산업기능요원 및 병역특례 업체들의 비리 정황을 포착했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계획에 따라 당초 2012년까지 산업기능요원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병역특례업체 비리 사건을 계기로 IT업체의 경우 그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전략에 따라 전체 산업기능요원 가운데 현역 요원은 2011년까지 4500명씩 배정하다 2012년에 완전 중단하고,보충역 요원은 내년부터 20%씩 감축하다 2012년 폐지키로 한 바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IT 분야에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은 771개 업체에 2369명이며,이 가운데 보충역은 1503명이다.

나머지 866명은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각각 추천한 정보처리 분야 703명과 게임 소프트웨어 분야 163명으로 모두 현역 요원이다.

김수찬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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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능요원의 병역특례 비리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병역대체복무제도,이른바 산업기능요원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병무 당국은 병역특례업체의 비리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IT(정보기술) 벤처업체들에 보충역 산업기능요원을 배정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IT업계를 비롯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은 "산업기능요원 배정을 중단할 경우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국민의 여론 수렴이나 관련 정부 부처와의 협의없이 검찰의 병역특례 업체 비리의혹 수사 대책으로 느닷없이 나왔다"며 다시 한번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병역특례 비리 논란은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2005년에도 일부 지정업체들이 전직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간부 등의 아들을 병역특례자로 채용해 기술교류 명목으로 해외출장을 보내 길게는 반년씩 외국에 머물도록 해준 혐의로 적발돼 처벌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병역특례 비리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이 제도를 '합법적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국의 병역특례업체가 8500여개에 이르고 있어 '가짜 병력특례자'들이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산업현장의 기술 인력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제도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그 해법이다.

제도 보완과 폐지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지를 살펴보자.

◆병무청,내년부터 IT업체에 병역특례요원 배정 중단 방침

병무청은 검찰의 병역특례업체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내년부터 IT업체에 보충역 요원의 지원을 중단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까지 산업기능요원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바꿔 IT업체에 대해선 그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병역특례 지정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복무실태 점검 결과 우수업체로 선정되더라도 이듬해 실태조사를 면제해주지 않을 방침이다.

특히 병역비리는 특례 업체들이 기능요원들을 직접 선발하는 관행으로 인해 일어난다는 판단에 따라 병역특례 지정업체가 산업기능요원을 자체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병무청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위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기능인력 병역특례제도는 이제 실효성이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중소 지정업체가 특례대상자 선발권과 관리책임까지 맡고 있는 등 병역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병역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기능요원제도를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T업계,"기능요원 지원중단은 빈대 잡겠다며 초가삼간 태우는 격"

정통부는 이에 대해 "일부 기업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산업기능요원 배정중단 조치는 IT업계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에서 인력은 사실상 '전부'나 다름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병무청이 관련 부처 간 협의조차 없이 이를 전격 발표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가 필요한 게임과 문화콘텐츠 분야의 경우 이번 결정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말하자면 병역특례제도는 어려운 여건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인데 이를 막아버리면 벤처 중소기업은 모두 죽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병역특례로 지정된 벤처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친인척을 특례요원으로 끌어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른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그로 인해 제도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업계,산업기능요원 배정중단 문제 심도있게 재논의해야

병역특례 비리가 근절돼야 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IT 벤처기업의 인력난을 덜어주는 데 한 몫하고 있는 이 제도를 당초 계획보다 훨씬 앞당겨 중단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병역특례 요원으로 IT업체에 몸담고 있는 산업기능요원 가운데 이번 비리에 연루된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고 개선하면 되는 것이지 배정을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절차상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병무행정이 병무청 소관이라 할지라도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관련 부처와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병무청은 정통부 문화부 등 관련 부처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시 논의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이번 기회에 벤처기업협회와 게임산업협회 등의 관련 단체도 병역특례 비리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대체복무제=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군복무에 해당하는 기간 또는 그 이상을 사회복지요원 또는 사회공익요원,재난구호요원 등으로 일하게 함으로써 군복무를 대신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전경과 의경,경비교도대원,의무소방대원,산업기능요원,공익근무요원 등이 그러한 사례다.

점진적인 배정인원 감축을 거쳐 2012년에 전면 폐지되며 중증 장애인을 제외한 모든 남자는 ‘사회복무제’ 형태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제도=군에서 필요한 인원의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역 지정업체나 연구소에서 일정기간 동안 연구활동 또는 제조·생산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전문연구요원은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사람을,산업기능요원은 학력별 기술자격·면허를 가진 사람을 각각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