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는가

경영자들은 기업의 문제에 대해 솔직한가

경영자는 충분히 믿을 만하고 기업에 헌신적인가

기업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내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분야의 산업인가

세월이 흘러도,사람이 변해도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기업인가

연차보고서만으로도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가

기업의 내재가치는 충분한가

경영자에게만 이로운 스톡옵션을 거부할 수 있는가

[Focus] 워런 버핏의 눈 가치를 꿰뚫다
세상사에는 우직해 보이지만 결국은 옳은 길이 분명히 있다.

서양 속담에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거나, 바둑 격언에 "꼼수로는 못 이긴다"는 말은 이런 '정석의 원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꼼수란 상대방에게 통하면 당장은 득(得)일 수 있지만 잘못되면 독(毒)이 되는 속임수 같은 것이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고,대박을 노려 투기 종목에 올인하는 투자 행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석대로 실적은 좋지만 가격이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해놓고 오래 기다리는 것이 훨씬 나은 수익률을 낸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당연해 보이는 그런 투자전략을 실행하지 못한다.

매일 오르내리는 주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내심은 머지않아 바닥나 버리기 때문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투자의 귀재'라고 공인된 인물이 있다.

'벅셔해서웨이'라는 투자회사의 대주주인 워런 버핏 회장(77)이다.

그가 왜 투자의 귀재를 넘어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으로까지 추앙받는지 알아보자.

◆'오마하의 현인'

버핏은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주의 인구 40만인 중소도시 오마하에서 1930년 주식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네브래스카주는 옥수수 재배와 목축이 주된 산업인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버핏은 평생 오마하를 거의 떠나지 않았지만 오로지 주식 투자로 450억달러(약 41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모아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2위의 거부가 됐다.

버핏이 '현인'으로 추앙받게 된 것은 단순히 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거부이면서도 생활방식은 전형적인 보통사람 그대로이다.

운전사나 경호원도 없이 2001년식 중고차를 직접 몰고다닌다.

체리 콜라와 햄버거를 즐기고 20달러 미만인 스테이크 하우스와 12달러짜리 이발소를 다니며,1958년 3만1000달러에 구입한 회색 벽돌집에서 45년째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재산의 85%인 380억달러를 빌 게이츠가 만든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으로 존경받는다.

이른바 '버핏교(敎)' 신도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버핏이란 인물이 있어 이 세상이 좀 더 나아졌다"고 서슴없이 외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의 기부는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또 벅셔해서웨이가 소유하고 있는 50여개의 기업 중 상당수가 다른 사람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매각하는 기업을 사들였다며 이중적인 인물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요행·대박은 꿈도 안 꾼다

버핏의 투자철학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버핏과 골프를 치던 한 미국 기업의 CEO는 "이번 홀에서 당신이 2달러를 걸고 티샷을 해 홀인원을 하면 내가 1만달러를 주겠다"며 내기를 제안했다.

하지만 버핏은 "그렇게 확률 낮은 내기는 안 한다"며 단돈 2달러 내기를 거부했다.

그는 "이길 확률이 없는데 요행을 바라는 것은 투기꾼이나 할 짓이지 투자자가 할 일은 아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투자원칙은 간명하다.

"첫째,절대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첫 번째 원칙을 항상 지킨다." 버핏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연 20% 남짓한 수준이고,한 해 투자수익률이 50%를 넘긴 적도 없지만 손해본 해는 9·11사태가 터진 2001년 한 번뿐이다.

이런 투자원칙으로 버핏은 1956년 단돈 100달러로 시작해 오늘날 2480억달러(약 229조원)의 자산을 가진 벅셔해서웨이 그룹으로 키워냈다.

벅셔해서웨이는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이다.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눈

버핏은 아무리 증시에서 인기있는 종목도 자신이 잘 모르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 벤처붐이 일면서 IT주 주가가 치솟을 때도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굴뚝산업에만 투자를 고집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도 벤처거품이 붕괴된 이후 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가 보유한 종목들은 코카콜라,질레트,아메리칸익스프레스,워싱턴포스트 등이다.

한국 주식 가운데 포스코에 2002년부터 5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135%의 수익률을 올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세계 제일의 투자자라는 버핏의 투자기법은 알고보면 너무 단순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버핏은 개인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연차보고서를 보고 증시에서 보통주를 산다.

그가 남들과 다른 점은 단기적인 시세차익은 무시하고,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률에 주목해 우량기업 주식을 사서 수 십년간 보유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좋은 수식을 쌀 때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것이다.

이런 버핏식 투자방식을 '가치투자'라고 부른다.

결국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버핏의 눈은 원칙,가치,인내심 같은 것들이 아닐까.

그런 평범함이 비범함을 낳은 것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오마하(네브래스카)=하영춘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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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회사주식은 1주에 1억원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열린 벅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는 워런 버핏 회장과 만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빌 게이츠를 포함해 사상 최대인 2만7000여명의 주주들이 오마하로 몰려들었다.

주주들은 벅셔해서웨이의 A주 또는 B주를 가진 사람이다.

A주 가격은 9일 현재 주당 10만9175달러(약 1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다.

10주만 가져도 백만장자라고 할 수 있다.

B주도 3637달러(약 336만원)에 달한다.

버핏은 주가가 너무 오르자 서민들도 주식을 살 수 있도록 A주 주가의 30분의 1인 B주를 1996년부터 발행하면서 주총 참석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B주 모두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이지만 한 주당 B주는 1표,A주는 200표에 달하는 의결권을 갖는다.

그래서 버핏으로서는 경영권을 도전받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 셈.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다.

때문에 걸핏하면 외국 투기꾼들이 한국 기업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벅셔해서웨이의 주총은 마치 1970년대 록음악 축제였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탁'(Woodstock of Capitalists)으로도 불린다.

주주들은 '오마하의 현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첫날 전야제 행사는 칵테일 파티로 시작했고,5일 주총,6일 폐막행사로 진행됐다.

버핏은 주총 행사에서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찰리 멍고 부회장(83)과 함께 무려 5시간 동안 주주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그는 직접 노래하고 춤추며 축제의 호스트로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켄터키주에서 온 10살배기 소녀는 버핏에게 "돈을 꾸준히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고 질문했다.

주주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버핏은 다른 질문에 유머로 응수했던 것과 달리 진지한 표정이었다.

버핏의 답은 "어릴 때부터 돈버는 데 관심을 갖는 게 좋다.

빚을 지지 마라.그리고 고교생 때부터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였다.

그는 "지금은 너무 어리니 부모들과 그 방법에 대해 꾸준히 상의하라"는 충고를 해,돈버는 것은 습성이고 학습임을 강조했다.

또한 멍고 부회장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하라"고 덧붙였다.

17년째 주총에 참석한다는 제프씨(73)는 "처음엔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이제는 손자를 데리고 온다"며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경제교육장"이라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아예 손자에게 상속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