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5월5일자 A8면

[뉴스로 읽는 경제학] 교수도 노동조합이 필요한가요?
전국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정부와 헌법재판소에 전달하기로 했다.

사립대 총장들이 사학법 등에 대해 공동 결의문 형식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전국 158개 사립대 총장으로 구성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4일 오후 서강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사학법과 교수노조 설치 등에 관한 의견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총회에는 총 158개 회원 대학 중 130개대 총장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사학법은 대학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면서 "특히 개방형 이사제는 현행 헌법 질서에 배치되며 나아가 대학평의회 제도는 대학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열린우리당이 교수노조 설치를 위한 입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교수노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입법으로 인정한 예가 없으므로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에까지 결의문을 전달하는 이유는 사학법에 관한 위헌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를 촉구하기 위한 의미"라고 말했다.

사립학교와 종교계 학원 이사장 등 15명은 2005년 12월 개방형 이사제와 임원 취임 승인 취소 등을 핵심으로 한 개정 사학법이 헌법상 교육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성선화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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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동조합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측이 대표 발의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자 대학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130여개 사립대 총장들은 "교수노조를 법으로 인정하면 대학이 이념 논쟁과 임금 투쟁의 마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교수노조 합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법외 노조인 전국교수노조 쪽에서는 "교수 노동 3권은 어떤 정책이나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사립대 총장들에 맞서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교수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노동자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물론 월급을 제때에 못 받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수들은 경제적 보수,사회적 지위와 명예,직업 안정성,근무조건 등에서 남다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더욱이 2001년부터 법외 노조로 활동하면서 국립대 법인화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등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온 전국교수노조가 앞장서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찬성 측,"전교조 합법화로 교수노조 설립 막을 명분 소멸"

법외 노조인 전국교수노조 등은 "전국교직원노조 합법화 이후 교사가 노동자냐 아니냐는 논쟁은 무의미해졌다"며 교수노조 합법화를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교수노조를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노조를 초·중·고 교사만 만들 수 있고 교수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우스운 논리라는 얘기다.

이들은 또 수많은 교수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재임용에서 부당하게 탈락하는 사태가 속출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계약기간이 미리 정해져 있고 급여도 일반 교수보다 적은 '비정년 트랙 교원'이 전체 신규 임용자의 20%를 넘어서면서 학문 연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비정년 트랙 교원은 교수회의 등에 참석할 권리마저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학의 민주적 운영과 학문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권리를 지닌 교수노조의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대 측,"교수노조는 국민 괴롭히는 대학판 전교조 될 것"

사립대학 쪽에서는 이미 대부분 대학들이 총장을 직선으로 뽑고 있고,교수협의회·대학평의회 등 권익보호 장치도 갖추고 있는 만큼 교수들이 노조 설립에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교수의 권한과 지위가 지금도 지나칠 정도인데 노조까지 허용한다면 우리 대학의 고질병인 무사안일 풍토가 더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재정 상태는 엉망인데 교수노조가 임금이나 올려 달라고 하면 그런 대학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법외 전국교수노조의 사례에서도 확인했듯이,좌파 성향의 단체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교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단체로 활동하면서 전교조·전공노 등과 함께 한·미 FTA 저지 결의대회에 참여하는가 하면,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교조가 교육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집단으로 떠올랐던 것처럼 교수노조 역시 합법화하면 국민과 학생을 괴롭히는 '대학판 전교조'가 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교수노조 합법화 타당성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법외 교수노조는 '교수도 명백한 노동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교수도 노동자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수노조의 합법화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찬성의 3배를 웃돌았다.

더욱이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가 사학의 재단이사를 뽑고 있는 마당에 노조 설립까지 허용한다면 강력한 이익집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의 법외 교수노조 행보에 비춰보면 전교조가 교육현장을 황폐화시켰듯,교수노조가 대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중·고교에 이어 대학에서도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원들이 집단 이기주의와 '교육 외 투쟁'을 일삼아 교육 현장이 붕괴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은 교수노조의 합법화가 과연 타당한지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노동조합설립 가능 범위를 초·중등 교원에서 고등교육기관(대학) 교원(교수)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열린우리당 측이 2005년 국회에 상정했으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수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한 것을 계기로 본격 논의에 들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비정년 트랙교원=고등교육법상 ‘정년이 규정’된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감사 등 정년트랙(tenure track)교원과 달리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교원을 말한다.

대다수 사립대학들이 2년 계약제 전임교원으로 임용하고 재임용을 1-2회로 제한해 최장 6년까지 재직한 뒤 임기가 만료하면 당연 퇴직하도록 운용하고 있다.

정년트랙교원의 50-80% 급여를 방학기간 중에도 보장받고,건강보험 등 4대 보험 및 퇴직금 지급혜택을 받는 게 시간강사와 다르다.

◆법외노조=노동조합법이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노동조합을 말한다.

2001년에 출범한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조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