右사르코지 vs 左루아얄

5월 6일 결선 투표 '돌입'

[Global Issue]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나오나?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세계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지난 22일 1차 투표에서 우파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52)와 좌파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이 각각 31.18%와 25.87%의 득표율을 얻어 1,2위를 기록했다.

다음 달 6일 열릴 결선투표에서 이들 중 한 명이 프랑스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다.

1차 투표율은 무려 84.6%로 3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2002년 1차 투표 때의 71.65%보다 13%포인트 오른 수치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 좌파와 우파의 대결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후보는 시장주의적 개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침체에 빠진 프랑스 경제를 일으키려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세금을 깎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감세 정책, 주 35시간 근로제 개편, 근로시간 연장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치적으로도 미국과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이란 핵 문제에 강력 대응하는 등 '강한 국가'를 내세웠다.

사회당의 루아얄도 강한 국가를 목표로 하지만 방법은 다르다.

좌파 후보인만큼 최저임금을 올리고 저소득층 은퇴자의 연금 수령액을 5% 인상하는 등 복지 정책에 중점을 뒀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도 놓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공정하고 깨끗한 정부가 강한 국가'라는 게 기본 인식. 국제적으로도 이란 체제를 비판하되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의 지지도를 루아얄이 바짝 뒤쫓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숨가쁜 열전이 예고되고 있다.

◆ 중도와 과격파는 외면

[Global Issue]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나오나?
한편 중도를 표방했던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해 결선에서 탈락했다.

바이루는 전통적인 좌우 분열 정치로 프랑스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며 중도로의 통합을 주장해 큰 호응을 얻어왔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이끈 좌파 정권도, 자크 시라크의 우파 정권도 경기 침체와 이민자 소요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좌우 진영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집권하면 좌우를 끌어안는 대연정을 펴겠다며 국민을 설득했지만 결선의 벽을 넘진 못했다.

중도가 뜻하는 모호함, 좌우 연정에 따른 정치적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 투표 후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바이루는 사르코지와 루아얄 둘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독자노선을 표방한 상태다.

지난 대선에서 결선에 올랐던 극우 후보 장 마리 르펜은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다.

이번에도 이민자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등 과격한 우파적 노선을 지켰지만 유권자들은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프랑스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르펜이 결선에 진출하자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몰락한 것 아니냐'며 충격을 받았었다.

이번 1차 투표의 높은 참여율이 이 같은 쓰라린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극단적인 좌파 정당들 역시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넓히지 못한 채 결선의 문을 넘지 못했다.

경제적 침체로 절박한 프랑스 국민들이 택한 것은 모호한 중도나 비현실적인 과격노선이 아닌 '안정적이고 실리적인 개혁'이었다.

◆ 첫 전후세대 … 새로운 정치 기대 높아

루아얄 후보가 프랑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사회당 경선에서 당내 쟁쟁한 중진들을 물리치고 대선 후보가 된 그다.

기존 정치판에 식상해 하는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르코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특유의 부드럽고 참신한 이미지로 막판 지지세를 타고 있다.

당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프랑스는 이번 기회에 의미 깊은 세대교체를 하게 될 전망이다.

사르코지와 루아얄 모두 50대 초반으로 2차 대전 이후 태어났다.

이번 선거를 통해 프랑스 최초로 전후 세대가 대권을 쥐는 셈이다.

프랑스 국민들이 구 시대와의 단절과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한껏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김유미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공약을 보면…

두 후보 모두 경제살리기 역점 … 방법론은 차이

좌우 노선 차이가 분명한 사르코지와 루아얄 후보도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다.

프랑스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실업률은 유럽 최고 수준인 8.4%에 육박한다.

따라서 두 후보 모두 경제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 을 공약으로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차이가 난다.

우파인 사르코지는 근로자 채용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사회당 정권이 도입한 주 35시간 노동원칙은 그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노동시간이 줄어 근로자는 이점을 봤을지 몰라도, 시간외 근로와 추가 고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 35시간 제도를 개혁해 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을 높이고 세금을 줄여 기업의 투자 활동을 활성화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 사회당의 루아얄 후보는 삶의 질을 위해 주 35시간 근로제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경제성장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다면 부분적 보완을 할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신 청년과 노년,장기 실업자들에게 국가 보조로 일자리 50만개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조금 재원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민 정책도 논쟁 거리다.

사르코지는 능력있는 이민자만 선별 수용하는 등 관련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늘어나는 이민자들이 국내 일자리를 뺏고 사회 혼란을 만들 수 있다며 이민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 루아얄은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강조한다.

이민 노동자를 위해 복수 비자를 발급하고 10년 이상 거주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유럽 통합에 대해서는 사르코지가 다소 부정적 입장이다.

유럽연합(EU)에 터키 가입안을 반대하고 유럽 헌법 조약 대신 범위를 축소한 '미니 조약' 체결을 주장한다.

루아얄은 더 강하고 큰 EU를 만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이다.

유럽 통합을 위한 유럽 헌법 협상은 국민 투표에 따르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