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1500선마저 뚫어버리자 "코스피지수가 과연 적정한 수준이냐"에 대한 논란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상승세가 지나쳐 과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비관론과 "추가로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많다"는 낙관론이 일진일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s Ratio)가 여느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상장사 평균 PER에 관한 증권사들의 분석보고서도 눈에 띄게 늘었다.

PER는 지수나 종목 주가의 상대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척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주요 기업의 평균 PER는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14배가량,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으로는 11배 정도로 평가된다.

◆ 한국증시 PER 11배, 어떤 의미?

PER는 기업의 주가가 주당 순이익에 비해 몇 배의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어느 회사의 순이익이 주당 1만원인데 주가가 10만원이라면 PER는 10배가 된다.

당연히 PER가 낮을수록 회사의 주가는 저평가됐으며 오를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 된다.

PER에 적용되는 순이익은 직전연도 공식 발표 자료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주가는 회사의 사업 전망을 근거로 형성되므로 해당 연도나 1~2년 후 순이익 예상치도 PER에 많이 활용된다.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손실 기업 95개사 제외)들의 평균 PER는 14.02배다.

재작년의 11.92배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 중 PER가 5배 미만인 회사는 41개사, 5~10배는 152개사였다.

30배 이상 기업도 45개사에 달했다.

PER가 가장 높은 회사는 한국화장품으로 232.1배였으며 한올제약(161.9배) 유니온스틸(155.3배) LG생명과학(133.7배) 등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동일방직(2.151배) 비앤지스틸(2.467배) 모토닉(2.684배) 서원(2.695배) 등은 PER가 낮았다.

PER는 회사의 절대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라 상대가치를 나타낸다.

즉 주요 경쟁사나 업종 평균 대비 PER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이 회사 주가의 적정 가치를 가늠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대표지수인 코스피(KOSPI)200의 적정 가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주요 지수와 비교해야 한다.

◆ 한국증시 PER 여전히 낮다

한국 증권시장의 주요 지수인 KOSPI200의 PER를 해외 주요 지수들과 비교해 보자.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KOSPI200의 PER는 11.23배다.

2005년 말에는 10.64배, 2006년 말에는 11.11배였다.

한국의 PER가 오름세를 나타내는 동안 미국의 주요 지수인 다우존스산업평균(DJIA)지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5년 말 18.95배에서 3월에는 16.94배로 축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보다는 50%가량 높은 수준이다.

다른 해외 주요 지수들의 PER도 한국보다 높다.

일본 닛케이225는 22.15배에 달했으며 영국 FTSE100, 독일 DAX지수는 12~13배 수준이었다.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증시)인 대만TAIEX지수와 홍콩항셍지수 등도 15배 수준으로 한국 증시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결국 한국 증시는 선진국은 물론 비슷한 위치에 있는 대만과 홍콩보다도 저평가됐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의 강세 행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전문가들이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것은 상당부분 이러한 PER 차이에서 비롯됐다.

물론 PER는 각국의 경제사정이나 기업 성장도, 이익신장률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지만 최근 한국 증시의 건전성과 펀드 및 연기금의 수급 확대, 유상증자 감소에 따른 유동성 강화 등을 감안할 경우 향후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북핵 위험 완화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상향,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 등은 한국 증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지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종대표주 중 신세계만 글로벌 최고 기업인 '타겟'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뿐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 SK 등은 30% 이상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국 증시가 더이상 이머징마켓이 아닌 선진 증시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이라면 한국 대표기업들 역시 이에 합당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봉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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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개방으로 PER도 비슷해 진다

PER의 상승 추세는 비단 한국 증시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증시가 최근 3년간 동반 랠리를 펼치면서 주요 국가들의 PER는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특히 그동안 PER가 세계 증시 평균보다 낮았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의 증시가 대거 오름세를 이어가며 눈높이를 맞춰가고 있다.

전 세계 45개국 중 1년 전에 비해 PER가 높아진 나라는 29개국. 이 중 고평가 국가군에서 PER가 높아진 국가는 8개국에 불과한 반면 저평가 국가군에서 PER가 높아진 국가는 21개국에 달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비싼 국가는 가라앉고 상대적으로 싼 국가는 떠오르는 수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본 이동을 가로막는 각종 장벽의 철폐 등 개방화의 진전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해석했다.

앞으로 당분간 전 세계 증시의 평균 PER는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김지환 현대증권 산업분석팀장은 "미국 경제가 보이고 있는 정상화 과정은 향후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과 관련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미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경우 증시 가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미 증시의 PER가 기존 고점 수준인 15~16배를 크게 웃돌 것이며 2000년 이후 전 세계 증시의 밸류에이션 동조화를 감안할 때 한국을 비롯한 주요 지수의 PER도 같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