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소비자들, 종업원 스트레스 조금은 배려해야

"저기 아파트들을 보세요. 거의 한국산 에어컨이죠? 한국산 에어컨이 잘 팔리는 이유는 중국산 에어컨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한국 회사의 애프터 서비스가 완벽하기 때문이에요." 중국인 가이드 이씨의 말이다. 우리 나라 기업의 서비스 품질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눈을 국내로 돌리면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전통 서비스업인 상업, 음식 숙박업 등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종사자의 55%가 저임금에 시달린다고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문화지체 현상의 하나인 판매사원의 '감정노동'이다.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고객의 감정을 맞추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직업상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점장은 고객을 조금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점원에게 항상 친절할 것을 강요하면서 '소비자는 왕'이라는 풍조가 만연해졌다. 직원의 친절에 미소로 반응해 주는 고객도 있지만 하인 대하듯 하는 고객들 때문에 이들은 우울증, 대인기피증, 화병 등에 시달리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A씨는 "멜론이 너무 맛이 없다며 반 이상을 먹고는 환불해 달라는 고객 때문에 애먹은 적이 있다"며 "화도 못내고 계속 죄송하다고만 해야 하니 눈물이 날 뻔했다"며 그때의 심경을 토로했다.

대형마트의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는 B씨는 업무 특성상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폭언에 가까운 말이 쏟아지지만, 싫은 표정 한번 내비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1년여를 대인기피증으로 집에서만 생활하기에 이르렀다. 이 뿐만 아니라 여성 판매사원에게 '여자인 주제에''여자가 뭘 안다고' 등 인권을 모욕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기업의 암행어사인 미스터리 쇼퍼가 판매사원의 정신적 고통을 심화시킨다. 미스터리 쇼퍼란 일반 고객을 가장해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신분을 들키지 않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스터리 쇼퍼들은 '불량고객'인척 하며 직원들의 서비스 상태를 하나 하나 평가하고 작성해 상부에 보고한다. 이들의 암행 때문에 판매 직원들은 더더욱 고객의 반응에 예민해 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불량고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감정 노동자들의 어려운 면을 소비자들이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 또한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와 고객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판매 직원들의 감정 노동 강도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구슬 생글기자(마산 성지여고 3년) happy278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