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아케이드, 꽃, 박물관, 분수, 산책….' 스위스의 수도 베른을 특징짓는 수식어들이다.
인구 14만여 명의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베른. 유럽에서 중세의 정취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스위스의 도시 베른을 설명하는 글이다.
형식적으론 별 흠을 잡을 수 없는, 잘 짜여진 문장들이다.
그런데 내용적으론 치명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
'인구 14만여 명'의 스위스라니? 스위스의 인구를 정확히 모를지라도 직감적으로 틀린 말임을 알 수 있다.
가만 들여다보면 '인구 14만여 명'이 실제로 꾸며주는 말은 '스위스'가 아니라 뒤에 오는 '도시 베른'이란 게 드러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일차적으로는 수식어의 위치가 잘못돼 있어 그렇다.
꾸며주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바로 앞에 놓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장은 '인구 14만 명'과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크다'라는 두 개의 정보가 피수식어 '베른' 앞에 나란히 와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나열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가령 '인구 14만여 명의 도시이자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베른'식이 될 것이다.
이렇게 중복되고 길어지는 문장은 좋지 않다.
이를 피하면서 간결하게 쓰는 방법은 '쉼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인구 14만여 명의,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베른' 또는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인구 14만여 명의 도시 베른'이것으로 완전한 문장이 된다.
이렇게 보면 원래의 잘못된 문장은 쉼표 하나를 놓침으로써 엄청난 내용상의 오류를 빚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장부호는 한글맞춤법에서도 정식 조항이 아니라 부록으로 처리돼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규범으로서의 인식이 다소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장부호도 엄연히 맞춤법 체계의 하나이므로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에선 문장부호법을 맞춤법에서 독립시켜 띄어쓰기, 문화어 발음법과 함께 표기 4법의 하나로 다루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인구 14만여 명의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베른. 유럽에서 중세의 정취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스위스의 도시 베른을 설명하는 글이다.
형식적으론 별 흠을 잡을 수 없는, 잘 짜여진 문장들이다.
그런데 내용적으론 치명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
'인구 14만여 명'의 스위스라니? 스위스의 인구를 정확히 모를지라도 직감적으로 틀린 말임을 알 수 있다.
가만 들여다보면 '인구 14만여 명'이 실제로 꾸며주는 말은 '스위스'가 아니라 뒤에 오는 '도시 베른'이란 게 드러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일차적으로는 수식어의 위치가 잘못돼 있어 그렇다.
꾸며주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바로 앞에 놓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장은 '인구 14만 명'과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크다'라는 두 개의 정보가 피수식어 '베른' 앞에 나란히 와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나열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가령 '인구 14만여 명의 도시이자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베른'식이 될 것이다.
이렇게 중복되고 길어지는 문장은 좋지 않다.
이를 피하면서 간결하게 쓰는 방법은 '쉼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인구 14만여 명의,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베른' 또는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인구 14만여 명의 도시 베른'이것으로 완전한 문장이 된다.
이렇게 보면 원래의 잘못된 문장은 쉼표 하나를 놓침으로써 엄청난 내용상의 오류를 빚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장부호는 한글맞춤법에서도 정식 조항이 아니라 부록으로 처리돼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규범으로서의 인식이 다소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장부호도 엄연히 맞춤법 체계의 하나이므로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에선 문장부호법을 맞춤법에서 독립시켜 띄어쓰기, 문화어 발음법과 함께 표기 4법의 하나로 다루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