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禍)가 닥칠 때 기회가 온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제자를 둔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국내 최대 교육기업인 대교그룹의 강영중 회장(58)이다.
2007년 현재 대교의 학습지 회원 수는 230만명. 지난 30여 년간 대교를 거쳐간 회원들을 모두 합치면 1000만명이 넘는다. 한국인 5명 중 1명이 강 회장의 '제자'인 셈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생계 때문에 시작한 과외방을 연 매출 8350억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다. 동시에 한국배드민턴협회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을 겸하고 있는 스포츠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주변에서 성공 비결을 물어올 때마다 "화(禍)가 닥칠 때 기회가 온다"는 말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어려움이 닥칠 때 시장과 업계의 판도가 변하는데 이 때 과감하게 변신을 꾀해야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처음 강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교육계에 뜻이 있어서가 아닌 호구지책 때문이었다.
"25세이던 1975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먹고 살려고 시작한 게 교육사업입니다. 동생들 공부도 시켜야겠고. 뭔가 해야 했던 시기니까. 교육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시작은 원생 3명의 과외방이었어요."
평범한 과외방의 원장이었던 강 회장이 학습지 분야의 거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80년 과외금지 조치였다. 과외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강 회장은 실업자가 될 위기로 내몰렸다.
과외방 운영이 불법이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접고 3개월 정도 고민하던 강 회장은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너무나도 일반화 돼 있는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학생을 지도하는 '학습지 비즈니스'는 이렇게 태동했다. 소규모 보습학원과 과외방이 사교육의 전부였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너무나 일반화된 교육상품이 학습지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상품이 없었어요. 3개월간 식음을 전폐하며 생각해 낸 아이디어인데 다들 로열티도 내지 않고 써먹더라고요."
강 회장의 사업에 두 번째 위기는 프로그램을 공급받던 일본 구몬과의 마찰이었다. 강 회장이 이끌던 기업이 날로 성장하자 일본 구몬수학은 '공문(당시 대교의 학습지 브랜드명)'이라는 이름 대신 일본식 발음인 '구몬'을 쓰고 로열티를 올려 달라고 압박을 가했다. 강 회장은 장고 끝에 10년 브랜드를 포기하기로 하고 대교 '눈높이'를 만들었다.
"회사 임원들이 전부 뜯어 말렸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때 쉬운길을 가면 현상유지는 될지 모르지만 발전이 없지요. 구몬이 압박을 가할 때 독자노선을 걷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230만회원을 두고 있는 교육기업 대교는 없었을 겁니다.
강 회장은 교사가 바로서야 교육도 바로잡힌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지식 전수보다 행동이나 인성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단순한 지식을 배우는 데는 교사가 필요없어요. 인터넷만 뒤지면 다 나오는 시대인데요. 얻은 지식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어떤 생각을 갖게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죠.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고 못 이뤄지고는 교사의 인성이나 가치관에서 결판이 납니다. 학부모들도 이점을 깨닫고 교사들을 존경할 필요가 있어요."
교육분야 거물인 강 회장의 정작 자신의 자식에 대한 교육은 어떨까.
강 회장에게 자녀교육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대장간집 식칼이 녹슨다. 누구에게나 자식교육은 어려운 일"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자기 자식을 자기가 가르치기가 참 힘들어요. 객관적으로 자기 자식을 바라보기가 어려우니까요. '참을 인(忍)'자 써가면서 키운다고 할까요. 부모의 욕심은 한이 없으니까.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잘 가르쳤다 싶은 부분은 아이들이 모두 돈에 대해 소탈하다는 것입니다. 못사는 동네 학교만 보내서 그런가봐요. 올해 처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큰애에게 세뱃돈으로 10만원을 줘봤는데 입이 찢어지더라고요."
한국은 사교육에 대한 단속이 심한 나라다. 사교육계를 이끌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인 강 회장도 1980년 과외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다양한 압력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강 회장은 "정부가 공교육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교육문제가 해결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원어로 본 적이 있는데 말은 못 알아들어요. 하지만 감정은 전달이 되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관련 자료, 사진을 뒤져본 후 뮤지컬을 떠올리니까 뮤지컬 전체에 대한 이해가 금세 이뤄졌지요. 특히 공교육이 이렇게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음악 수업은 어떻게 합니까. 학교에서 피아노 갖다 놓고 노래 몇 곡 부르고 나면 음악 시간 끝, 음악에 대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학교 교육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예요. 가정교육 또래교육 사회교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식을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공교육으로 인성을 가꿔주고 사회교육으로 특기적성을 길러주는 것이 맞는 길입니다."
강 회장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거물 체육인이기도 하다. 대구 세계육상대회,인천 아시안게임,평창 동계올림픽 등 최근 한국 유치에 성공했거나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행사와 관련,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국익을 위해 로비를 하고 있다. 강 회장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나이가 젊을수록 체육에 관심이 적다는 것. 학생들을 운동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강 회장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18세 미만의 학생들만 참가하는 유스 올림픽이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으로 자꾸 파고들어요. 골방에 틀어박혀 인터넷만 해요. 이런 애들을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게 스포츠인데 요즘엔 직접 하기보다는 대부분 그냥 보는 데 만족하는 분위기 입니다. 18세 미만의 학생만 참가하는 유스올림픽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 계획이 확정되면 꼭 한국에서 유치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한국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스포츠에 관심을 갖지 않겠어요?"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뭐냐고 묻자 강 회장은 '참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내몰렸기 때문인지 당장 이익이 되는 일만 찾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태도로는 '큰 성공'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 현명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재주도 탁월하지요. 그런 면에서 일단 지적 능력은 합격이에요. 다만 인내하고 기다리는 맛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도 좀 더 키웠으면 하고요. 이 점만 보강되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한 것이 없을 겁니다. 냉철한 이성에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야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인생도 행복해 집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한국에서 가장 많은 제자를 둔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국내 최대 교육기업인 대교그룹의 강영중 회장(58)이다.
2007년 현재 대교의 학습지 회원 수는 230만명. 지난 30여 년간 대교를 거쳐간 회원들을 모두 합치면 1000만명이 넘는다. 한국인 5명 중 1명이 강 회장의 '제자'인 셈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생계 때문에 시작한 과외방을 연 매출 8350억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다. 동시에 한국배드민턴협회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을 겸하고 있는 스포츠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주변에서 성공 비결을 물어올 때마다 "화(禍)가 닥칠 때 기회가 온다"는 말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어려움이 닥칠 때 시장과 업계의 판도가 변하는데 이 때 과감하게 변신을 꾀해야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처음 강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교육계에 뜻이 있어서가 아닌 호구지책 때문이었다.
"25세이던 1975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먹고 살려고 시작한 게 교육사업입니다. 동생들 공부도 시켜야겠고. 뭔가 해야 했던 시기니까. 교육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시작은 원생 3명의 과외방이었어요."
평범한 과외방의 원장이었던 강 회장이 학습지 분야의 거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80년 과외금지 조치였다. 과외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강 회장은 실업자가 될 위기로 내몰렸다.
과외방 운영이 불법이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접고 3개월 정도 고민하던 강 회장은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너무나도 일반화 돼 있는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학생을 지도하는 '학습지 비즈니스'는 이렇게 태동했다. 소규모 보습학원과 과외방이 사교육의 전부였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너무나 일반화된 교육상품이 학습지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상품이 없었어요. 3개월간 식음을 전폐하며 생각해 낸 아이디어인데 다들 로열티도 내지 않고 써먹더라고요."
강 회장의 사업에 두 번째 위기는 프로그램을 공급받던 일본 구몬과의 마찰이었다. 강 회장이 이끌던 기업이 날로 성장하자 일본 구몬수학은 '공문(당시 대교의 학습지 브랜드명)'이라는 이름 대신 일본식 발음인 '구몬'을 쓰고 로열티를 올려 달라고 압박을 가했다. 강 회장은 장고 끝에 10년 브랜드를 포기하기로 하고 대교 '눈높이'를 만들었다.
"회사 임원들이 전부 뜯어 말렸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때 쉬운길을 가면 현상유지는 될지 모르지만 발전이 없지요. 구몬이 압박을 가할 때 독자노선을 걷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230만회원을 두고 있는 교육기업 대교는 없었을 겁니다.
강 회장은 교사가 바로서야 교육도 바로잡힌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지식 전수보다 행동이나 인성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단순한 지식을 배우는 데는 교사가 필요없어요. 인터넷만 뒤지면 다 나오는 시대인데요. 얻은 지식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어떤 생각을 갖게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죠.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고 못 이뤄지고는 교사의 인성이나 가치관에서 결판이 납니다. 학부모들도 이점을 깨닫고 교사들을 존경할 필요가 있어요."
교육분야 거물인 강 회장의 정작 자신의 자식에 대한 교육은 어떨까.
강 회장에게 자녀교육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대장간집 식칼이 녹슨다. 누구에게나 자식교육은 어려운 일"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자기 자식을 자기가 가르치기가 참 힘들어요. 객관적으로 자기 자식을 바라보기가 어려우니까요. '참을 인(忍)'자 써가면서 키운다고 할까요. 부모의 욕심은 한이 없으니까.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잘 가르쳤다 싶은 부분은 아이들이 모두 돈에 대해 소탈하다는 것입니다. 못사는 동네 학교만 보내서 그런가봐요. 올해 처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큰애에게 세뱃돈으로 10만원을 줘봤는데 입이 찢어지더라고요."
한국은 사교육에 대한 단속이 심한 나라다. 사교육계를 이끌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인 강 회장도 1980년 과외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다양한 압력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강 회장은 "정부가 공교육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교육문제가 해결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원어로 본 적이 있는데 말은 못 알아들어요. 하지만 감정은 전달이 되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관련 자료, 사진을 뒤져본 후 뮤지컬을 떠올리니까 뮤지컬 전체에 대한 이해가 금세 이뤄졌지요. 특히 공교육이 이렇게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음악 수업은 어떻게 합니까. 학교에서 피아노 갖다 놓고 노래 몇 곡 부르고 나면 음악 시간 끝, 음악에 대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학교 교육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예요. 가정교육 또래교육 사회교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식을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공교육으로 인성을 가꿔주고 사회교육으로 특기적성을 길러주는 것이 맞는 길입니다."
강 회장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거물 체육인이기도 하다. 대구 세계육상대회,인천 아시안게임,평창 동계올림픽 등 최근 한국 유치에 성공했거나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행사와 관련,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국익을 위해 로비를 하고 있다. 강 회장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나이가 젊을수록 체육에 관심이 적다는 것. 학생들을 운동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강 회장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18세 미만의 학생들만 참가하는 유스 올림픽이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으로 자꾸 파고들어요. 골방에 틀어박혀 인터넷만 해요. 이런 애들을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게 스포츠인데 요즘엔 직접 하기보다는 대부분 그냥 보는 데 만족하는 분위기 입니다. 18세 미만의 학생만 참가하는 유스올림픽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 계획이 확정되면 꼭 한국에서 유치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한국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스포츠에 관심을 갖지 않겠어요?"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뭐냐고 묻자 강 회장은 '참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내몰렸기 때문인지 당장 이익이 되는 일만 찾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태도로는 '큰 성공'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 현명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재주도 탁월하지요. 그런 면에서 일단 지적 능력은 합격이에요. 다만 인내하고 기다리는 맛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도 좀 더 키웠으면 하고요. 이 점만 보강되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한 것이 없을 겁니다. 냉철한 이성에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야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인생도 행복해 집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