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와 대학 교육의 수월성 확보다.' 교육에 관해서는 누구나 전문가처럼 말한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수월성 문제도 흔히 거론되는 명제다.

그런데 도대체 '교육의 수월성'이란 게 무얼 말하는 걸까. 수월성이란 말은 어디서 왔고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이 말의 뜻도 잘 모르면서 매일같이 이 말을 듣고 말하고 있다.

'수월성' 못지않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게 '진정성'이다.

'문학의 진정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정성''나의 진정성을 알아다오' 식으로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우리 말에서 '진실성'은 원래 있던 말이지만 '진정성'은 아직 정체가 밝혀진 단어가 아니다.

한문학을 전공하는 김영봉 연세대 국학연구 교수는 "중국을 비롯한 한자어권 문헌에서 '진정성'이란 단어가 쓰인 사례는 아직 못 봤다"며 "우리가 만들어 쓰는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 말이 아주 최근에 생겨났다거나 제한적으로 드물게 쓰인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검색 사이트인 '카인즈'를 통해 이들을 검색하면 이미 1990년 초부터 수없이 많은 용례가 나온다.

그만큼 상당 기간 익숙하게 써온 단어란 뜻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 뜻이 모호한 게 정체를 알 수 없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우리 말 속에서 분명 쓰이곤 있지만 그 개념이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월성이나 진정성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또 뒤집어 생각하면 여태 사전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 쓰임새나 개념이 정착되지 못하고 모호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들이 접미사 '-성'에 의한 파생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여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쓰인 단어가 사전에서 다뤄지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