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두면 40년뒤 국민연금 '바닥

'더내고 덜받는' 식의 개혁 서둘러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9%(현행 9%)로 올리고 연금 급여 수준은 50%(현행 60%) 수준으로 낮추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법 개정안(대안)이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의원 270명이 출석한 가운데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123표, 반대 124표, 기권 23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급여체계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재논의 절차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본회의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대안에 대한 수정안 역시 270명 출석에 찬성 131표, 반대 136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한나라당 등이 제출한 수정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되 현재 평균 소득액의 60%인 연금 급여 수준을 40%로 낮추는 내용이다.

본회의에 앞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제출한 수정안에 대해 "양당이 제기한 수정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하는 만큼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4월2일 연합뉴스

--------------------------------------------------------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모두 부결되고 기초노령연금법만 통과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3년여에 걸친 논란 끝에 국회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또 다시 불발에 그치면서 절박한 국가적 과제인 연금개혁이 일단 무산되고 만 셈이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한 개혁이 시급한 과제인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특히 지금처럼 연금지급률이 보험료율보다 높은 구조로는 적자를 낼 수 밖에 없어 ‘더 내고 덜 받는’식의 연금개혁안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재정은 매일 800억원의 잠재 부채가 쌓여가고 있으며,2047년에 가서는 연금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금재정의 급속한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재정에도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게 너무도 분명하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연금개혁 문제를 해결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국민연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원인과 그 해법을 살펴본다.


● 정치권의 인기영합적 태도가 국민연금 개혁의 최대 걸림돌

[뉴스로 읽는 경제학] 국민연금 개혁안 부결시켜도 되나요
국민연금법 부결사태의 책임이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에 개정안이 부결된 이유는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통합신당모임 의원들이 대거 기권하고 특정인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뒤늦게 천문학적인 재정이 필요한 수정안을 제출해 국민연금 개혁을 저지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상당수 의원들이 정부의 기초노령연금법안에 찬성해 법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선심성 법안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욕심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연금법 개정을 전제로 추진된 노령연금은 노인표를 의식해 통과시키고,정작 연금법 개정을 무산시킬 정도로 인기영합적이고 자기편의적인 정치권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국민연금 개혁이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이번에는 법안 부결이 서로 네 탓이었다며 볼썽사나운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 정부측 "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동시 시행해야"

대다수 국민들은 물론 정부도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 사태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국민연금 제도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구조로는 40년 후에 연금이 고갈되므로 그 후에도 현재처럼 연금을 지급하려면 근로세대가 소득의 30% 이상을 연금보험료로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재정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통해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이번 개혁의 기본 목표라고 주장한다.

국민연금법 개정과 기초노령연금법안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얘기다.

게다가 당장 내년 초부터 상당한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기초노령연금법만 시행되고 국민연금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다음 세대가 재정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므로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은 반드시 함께 처리되고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새로운 국민연금 개혁법안 마련해 서둘러 처리해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연금이 고갈되고 연금 부실은 국가 재정을 마비시킬 게 불을 보듯 뻔하므로,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연금 수혜자가 최근 2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내년에는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금개혁은 갈수록 힘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면서 기초노령연금 등을 시행할 경우 연금 역전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노후에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사회안전망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깊이 새겨야 한다.

또 다시 눈 앞의 인기에 연연하거나 당리당략을 따져서는 결코 안 된다.

새 법안을 성안해서라도 4월에 잡혀있는 임시국회에서 연금개혁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국민연금법=가입자인 국민에게 노후에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소득을 보장해주는 대표적 사회안전망으로 1988년1월 시행됐다.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 대상이며, 20년 이상 가입하고 60세에 이르면 기금에서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정부는 기금고갈로 인한 연금지급 불능사태를 막기 위해 '더 내고 덜 받는'식의 개정안을 2004년 6월 국회에 제출했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보험료율을 9%에서 12.9%로 올리고 급여수준은 60%에서 50%로 낮추는 안을, 한나라당과 민노당은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되 급여수준을 60%에서 40%로 낮추는 '덜 내고 덜 받는' 안을 각각 내놨다.

◆기초노령연금법=노후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4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만70세 이상 노인의 60%에게, 내년 7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 300만명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월소득의 5%(8만9000원)를 각각 지급하게 된다.

◆노인 3법=국민연금법, 기초노령연금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말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수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