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경험은 "그렇다"고 말한다

자유무역(free trade)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무역 확산에 대해 극렬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자유무역 반대론자들의 '소신'과 달리 자유무역이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온다는 경험적, 학문적 증거는 더욱 더 풍부해지고 있다.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을 살펴본다.

자유무역은 개도국 경제 성장의 독(毒)인가?

자유무역 비판론자들의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는 자유로운 교역이 선진국의 이익만 증가시키고 개도국이나 후진국은 자원 수탈 등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중심부 국가와의 경제통합이 주변부 국가를 빈곤의 악순환에 빠뜨릴 것이라는 종속이론이나 민족경제론 등이 이런 입장을 펴는 대표적 이론이다.

하지만 실증적 연구들은 이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자유무역이 개도국이나 후진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을 뒷받침해왔다.

대표적인 게 제프리 삭스, 앤드루 워너 교수팀의 연구로 1970, 80년대 개방경제를 채택한 개도국은 연평균 4.5%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데 비해, 폐쇄경제 체제를 유지한 나라는 연 0.7% 성장에 그쳤다.

물론 선진국도 개방정책을 취한 나라는 연 2.3%, 문호를 닫은 나라는 0.7% 성장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개방 경제를 채택한 나라의 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밝혀 제프리 삭스 교수의 연구를 뒷받침했다.

개방 수준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경제학자인 제임스 과트니와 로버트 로손 교수는 '무역 자유도'란 개념을 만들어 0(가장 낮은 수준의 개방)부터 10(가장 높은 수준의 개방)까지 척도로 자유도를 측정했다.

관세율, 비관세 장벽, 각종 규제 등을 종합해 무역자유도를 측정하고 1인당 국민소득과 연관성을 측정해 보니 자유도가 높을수록 소득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실증적으로 무역 자유화가 경제성장률 및 국민소득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입증된 반면, 폐쇄경제를 택한 나라가 장기적으로 번영을 이룬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교역 장벽이 없어지면 노동 조건이 악화되나?

자유무역과 관련한 논란 가운데 하나는 자유로운 교역이 중진국이나 후진국 노동환경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노동력 착취, 노예 노동, 아동 노동 등으로 근로자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후진국 근로자들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후진국 근로자를 비교해서는 안 되고, 후진국의 다른 근로자들과 임금 수준 등을 비교해야 옳다.

일례로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그레이엄은 미국 기업의 해외 지사 근로자들의 임금을 연구했다.

조사 결과 후진국에 있는 미국 지사 근로자들은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무려 8배나 높은 소득을 올렸다.

중진국에 있는 미국 지사 근로자들의 임금도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아동 노동도 논란거리다.

하지만 아동 노동의 70%는 무역과 상관없는 가족 노동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세계경제에 편입되지 못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아동 노동이 제일 심각하다.

또 아동 노동 국가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 같은 징벌을 내려봐야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자유무역으로 경제력을 높이는 게 근본 해결책이란 지적이다.

자유무역이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나?

비판론자들의 가장 중요한 논점 가운데 하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다.

한국에서도 FTA 반대론자들은 자유 무역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다며 멕시코의 사례를 들어 격렬하게 반발했다.

반대론자의 주장처럼 멕시코의 빈부 격차는 매우 심각하고 북부와 남부 간 삶의 질에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하지만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양극화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

이미 멕시코의 빈부격차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을 만큼 뿌리가 깊은 문제다.

또 개방을 통해 멕시코의 교역량이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커졌지만 저소득층에 혜택이 덜 돌아간 것은 미개발지역 인프라 부족, 교육·보건·에너지·투자 정책 미비 때문이란 분석이 훨씬 설득력을 얻고 있다.
[Focus] 자유무역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줄까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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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자유화가 환경을 파괴한다고?

환경론자들은 자유무역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자본 유치를 위한 후진국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후진국들이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더 낮은 환경 기준을 적용하는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이 벌어지기 때문에 자유무역이 확산될수록 환경파괴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처럼 기업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환경 규제가 적은 나라에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은 여러 고려 요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지식재산권이나 투자자 보호장치가 잘 돼 있는지, 근로자 교육 상태가 높은지 등이 훨씬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또 생산 표준화가 원가를 절감시키기 때문에 환경 규제가 강한 선진국에서의 공장 기준을 후진국에도 비슷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보다 근본적으로 자유무역은 공해방지 기술이나 청정 에너지 교역을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환경을 개선한다.

이와 관련,미국 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는 소득이 늘어나는 초기 국면에 환경 파괴가 일어나지만 소득이 전환점(turning point)을 넘어서면 환경이 개선되는 '역(逆) U자' 모양의 '쿠즈네츠 커브'를 발견했다.

진 그로스만 교수 등은 후속 연구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수준을 넘어서면 평균적인 환경 지표가 개선되며, 8000달러를 넘으면 모든 분야의 공해 지표가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