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3不 정책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3불(不) 정책은 대학의 발전을 막는 암초다."(서울대 장기발전위원회)

"학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인 규약이 3불 정책이다."(교육인적자원부)

'3불 정책'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학과 교육부 간에 시작된 '3불 정책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부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후보들이 3불 정책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연말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이다. 3불이 뭐길래 한국 사회를 이처럼 요동치게 만드는 것일까.

3불을 폐지하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일까.

◆교육부의 내신강화 지침이 3불 논란의 불씨

3불 정책은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대학입시 정책의 핵심이다.

대학들이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의미이다.

이 중 본고사는 1997년 본고사를 논술고사 외에는 불허한다는 방침이 나온 이후로 현재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는 시행된 적이 한 번도 없는 정책이다.

3불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세대 고려대 등이 특목고 출신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논란이 불거진 2004년에도 교육부와 대학 간에 3불을 둘러싼 설전이 치열했다.

3불 논란은 2005년 2006년 한때 수그러들었다가 2008학년도 대입안이 공개된 지난 3월 중순 대학들이 3불 정책과 관련된 견해를 집중적으로 밝히면서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전문가들은 2008학년도 대입에서 내신의 반영 비중을 높이라는 정부의 지속적인 압력이 3불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고 본다.

일부 상위권 대학들이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내신이 아닌 수능·논술 등을 핵심 전형요소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반발의 1탄, 3불 정책 폐지 촉구가 2탄이라는 것.

대통령 선거가 올해 중 치러지는 점도 3불 논란이 재점화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대학들은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되찾기 위해 3불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선후보가 3불과 관련된 공약을 내걸도록 하기 위해 선거 전에 3불 정책을 사회이슈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Focus] 3不 정책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열린우리당·지방대학 vs 한나라당·수도권 대학

모든 대학이 3불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방대학은 기여입학제나 본고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기여입학제를 허용해도 돈을 내고 들어올 수험생이 없을 뿐 아니라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낮아 본고사의 이용가치가 작은 상황이다. 지방 대학들은 현재 논술조차 전형요소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3불 정책을 폐기할 경우 지금보다 더 나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지역 메이저 대학을 중심으로 한 30여개 정도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이 3불 정책의 폐기 내지는 전면보완을,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3불 정책 유지를 지지하는 형국이다.

야권 후보의 대표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학입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하며 기여입학제는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한 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권의 후보들은 대체로 "3불 정책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다만 여권에 편입돼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은 "3불 정책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3불 정책 폐기의 득과 실

3불 정책을 폐기하면 어떤 이익이 돌아올까.

대학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게 되면 전 과목이 아닌 한두 과목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다.

또한 특목고에 다닌다는 이유로 내신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수험생 간 역(逆)차별도 없어질 수 있다. 기여입학제가 도입되면 실력은 떨어지지만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이 낸 기부금으로 가난한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고 대학의 연구개발 여건이 나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평준화된 현행 고등학교 시스템에 익숙해진 학교 교사들이 본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수업을 따로따로 해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실력이 아닌 부모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대학의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교육비의 증감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3불 정책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본고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교육비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폐기론자들은 "정부가 대입제도을 통제하는 바람에 일선 학교의 교육이 획일화됐고 한국의 교육여건에 대해 불만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3불 정책을 근간으로 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더 많은 사교육비를 유발시킨다"고 반박하고 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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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제 제외 대부분 대학 자율

외국에선

외국에도 우리나라의 '3불(不) 정책'같은 대학입시 규제 정책이 있을까. 고교등급제 기여입학 본고사 등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여입학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별다른 규제가 없다.

대부분 정부가 대학입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한국 대학들이 1996학년도까지 활용했던 본고사와 유사한 시험으로 대학별고사가 있다. 영어,수학 등 주요과목 지필고사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학이 자체적으로 출제한다.

일본의 국공립대는 대학별고사와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대학입시센터시험을 함께 치르지만 사립대학은 대학별고사만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 등 제3세계에서도 대학에 따라 본고사와 유사한 형태의 입학시험을 친다.

미국이나 유럽 대학들은 본고사 형태의 시험보다는 논술의 사촌격인 '에세이'를 선호한다.

고교등급제는 대입에 내신을 반영한다는 전제로 성립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들이 고교 내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고교등급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교등급제와 유사한 제도로 일본의 추천제가 있는데 게이오대는 학교 수준에 따라 추천인원이 1∼3명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미국은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해 고교 간 우열을 판가름할 수 있다.

대학이 파견한 입학사정관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출신학교의 교과과정과 수준 등을 감안할 수 있다는 것.미국의 명문대 입학생을 살펴보면 특정 고등학교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입시사정관이 출신고교에 따라 점수를 차등해서 부여했기 때문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기여입학제는 미국에서 가장 활성화 된 제도다.

하버드대,프린스턴대 등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대학발전에 공로가 있거나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의 자녀들에게 입학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일정한 수준의 고교성적과,SAT(한국의 수능과 유사) 성적기준을 넘어야 한다.

유럽,일본,중국 등에선 기여입학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의대 등 실습비용이 많이 드는 일부 학과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