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역할 옛말…실질적 '힘' 갖고 경영 '컨트롤 타워'

모든 조직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컨트롤 타워’가 있다.

기업체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회가 이 같은 임무를 맡는다.

이사회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을 제외한 각종 업무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 및 집행기구이다.

군대로 따지면 사령부(헤드 쿼터)에 해당된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사외이사 수도 늘어남에 따라 이사회의 중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이사회의 일거수 일투족이 사회 전반에 큰 관심거리여서 늘 주목 대상이다.

그만큼 이사회가 기업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사회가 하는 일

[Make Money] 갈수록 중요해지는 기업 이사회
기업의 업무를 관장하는 최고 사령탑은 '이사회(Board of Directors)'다.

회사의 업무 집행에 대한 의사결정 기구로 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체 기관이다.

이사회는 특정 이사의 소집에 의해서 열린다.

이사면 누구나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이사회 결의로 소집이사를 정한 때에는 해당 소집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한다.

보통 기업의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이 소집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를 소집할 때는 기일을 정하고 1주일 전에 이사와 감사에게 통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규정에 회의 일시를 정해둔다든지, 이사회 전원 동의로 다음 이사회 기일을 정한다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사회는 다양한 업무를 권장한다.

이사회는 주주총회 권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대한 모든 의사 결정을 할 권한이 있다.

물론 대표이사의 집무집행을 감독할 권한도 갖는다.

세세한 업무 내용까지 일일이 관할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기본적 사항, 특히 법에 정해진 권한사항은 이사회가 처리해야 한다.

상법에 명시된 이사회의 결의사항은 △주주총회 소집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에 대한 승인 △재무제표와 영업보고서 승인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결정 △대표이사의 선정과 공동대표의 결정 △신주 발행 사항의 결정 △준비금의 자본 전입 △주주에 대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사항의 결정 △사채 발행의 결정 등이 포함된다.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 과반수로 하되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선관의무)로 사무를 처리해야 하며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 회사에 대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갈수록 커지는 이사회 역할

최근 컴퓨터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가 투명경영 원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선진 지배구조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전체 이사회 멤버 중 사외이사의 비율을 50%로 확대하고 감사위원회를 새로 설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전 1명이던 사외이사가 3명으로 늘어나고,사외이사들은 모두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 역할도 맡게 된다.

이처럼 벤처기업이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확대한 데 이어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뿐 아니라 다수의 기업이 이사회 멤버 구성을 객관적으로 하고 있다.

이사로 법조인을 대거 영입하는 동시에 사외이사 자리를 위한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이는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제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의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

명실상부한 의사결정 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법적인 요건보다 더 많은 사외이사를 두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외형적으로 이사회 구성이 이상적이더라도 실제 이사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외형적인 이사회 구성보다는 이사들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사외이사가 무조건 경영진에 찬성하는 일은 줄었지만 보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서는 사외이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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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7명·사내이사 3명… 지배구조 개선 '모범'

SK 이사회

기업의 지배구조가 경제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는 일부 상장사의 지분 취득 및 경영 참여 선언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 자본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SK㈜가 이사회를 통한 투명경영을 실천하며 경영권을 안정시켜 관심을 모은다.

SK㈜의 사외이사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완벽한 기업 지배구조는 없다고 본다"면서 창의적인 지배구조 창출과 실사구시형 이사회 운영을 강조했다.

SK㈜ 이사회 운영 3년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조 전 부총리는 "이사회는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사회 역할은 회사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회사 구성원과 서로 힘을 합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고 그것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을 잘 이뤄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한 이사회 모습이란 이야기다.

이사회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경영 성과도 극대화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사외이사 7명, 사내이사 3명의 구성비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사외이사가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이사회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취해진 조치들이다.

자칫 경영권을 잃을 뻔한 터라 SK 계열사들은 대부분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 구축,사회공헌활동 실천 등 선진 지배구조를 갖추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