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마다 쓰레기장에 교과서·참고서 쌓여

울산 중구의 모 고교 분리수거장에는 요즘 버려진 교과서 참고서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 절반은 겉이 반질한 새 책들이다.

모두 올해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학기가 시작되면서 구입한 책을 버렸기 때문이다.

특정 과목을 제외하고는 문제집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원인이다.

심지어 모든 수업을 문제집으로 하는 학교도 있다.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가 전국 고교생 38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용하지 않는 교과서가 1년에 7권 이상이라는 답이 25.9%,4∼6권 22.3%,1∼3권이 43.7%를 차지한 적도 있다.

학생들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버리는 교과서를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다.

중앙고의 권기현군은 "생물이나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과목은 모두 문제집으로 수업을 한다.

영어 관련 교재만 듣기를 포함해 3권을 쓰고 총 10여권을 넘게 구입했다.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교재를 마련하기 위해 책을 두 번 사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김준성 한고학연 연구위원회 위원장 역시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고 하면서 이렇게 낭비하는 것이 아쉽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문제점을 고쳐야 할 때도 된 것 같다.

작년에도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교육부 장관에게 직접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회신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낭비되는 교과서에 대해 학교나 선생님들도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교과서는 대입 수능시험을 대비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고, 특히 주요 과목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등 교육 관계자들이 되도록 외부 교제 사용을 줄이도록 당부하지만 주위 학교가 모두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학교만 지시를 따를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에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권영심씨는 "현재 교과서 정책과 관련하여 교과서의 경직성ㆍ획일성, 새로운 상황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교육의 문제기에 어려운 점이 있지만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므로 지속해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구입한 교과서를 쓰지 않는 것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대안으로는 후배들에게 교과서 물려주기 운동이나 교육과정 내의 교과서를 사용하면서 보충 교재로 참고서를 이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새 학년 새 학기의 분리수거장에서 사용하지 않은 교과서가 버려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윤승철 생글기자(울산 성신고 3년) tmdcjf23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