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분은 시시각각 변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좋았다, 화났다 한다. 그런데 보통사람보다 이러한 감정 변화의 기복이 심한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를 갑자기 좋아했다가 금방 싫어하고, 좋고 싫음의 중간 단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현상이 지나칠 경우 '경계성 인격 장애'로 이어진다. 자제력이 없고 매우 충동적이며 심한 정서적 불안정과 함께 자신의 자아상, 목표 등이 불분명한 정신질환자다. 경계성 인격 장애는 상대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등 불안정한 대인관계로 인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계성 인격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 '얼굴 없는 미녀'에서 지수(김혜수 분)는 환자로, 석원(김태우 분)은 이를 치료하는 정신과 전문의로 나온다.

둘은 상담하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지수는 갑자기 이별을 선언해 버린다.

'혹시 내가 버림받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표출한 것이다.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들은 현실 또는 상상 속에서 버림받는다는 느낌을 피하기 위해 미친듯이 행동하고 혼자 있는 것을 참지 못한다.

또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낭비, 성적 문란, 도박, 약물 복용, 과식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경계성 인격 장애의 원인은 자신을 돌보아주는 사람의 이미지가 마음 속에 없어서 항상 공허함과 함께 '버림받은 상태'라는 느낌이 무의식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생후 15개월 이전에는 '엄마'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기어 다니면서 잘 놀다가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엄마가 나를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여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엄마의 품에 안기면 아무렇지도 않게 잘 논다.

하지만 생후 24개월 '미운 세 살' 아이가 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울고 이것저것 만지고 다니면서 엄마를 힘들게 한다.

화가 난 엄마는 아이를 혼내게 되는데 이때 아이는 화난 엄마와 자신을 돌봐주는 좋은 엄마를 하나로 보지 않고 분리하여 보게 된다. 그리고 점차 아이는 둘을 하나의 엄마로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은 만 3세가 되면 완성되는데 그 이전 양육과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정신적으로 불안한 경우, 화난 엄마와 좋은 엄마는 개별적인 존재가 되어버려 대인 관계에서 모든 사람을 선과 악, 극과 극으로 분리시킴으로써 왜곡된 인간관계를 갖게 된다고 한다.

'경계성 인격 장애'자는 영화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우리 주위에 적지 않다. 약물과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그들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정민선 생글기자(순천강남여고 2년) haraceoliv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