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들도 시혜적 조치 벗어나 시장 공략 나서야

[Global Issue] 세계의 빈곤층을 잡아라‥전 세계 40억명 연 5조달러 시장 창출 '블루오션'?
'전 세계 40억명에 달하는 빈곤층이 연 5조달러 규모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국제금융공사(IFC)가 최근 내놓은 '다음 40억명(Next 4 Billion);피라미드 하층의 경제 규모와 사업 전략'이란 제목의 보고서의 핵심 요지다.

IFC는 이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지금까지 연 3000~2만달러 소득을 올리는 중·상층 14억명을 주로 공략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선 40억명이란 거대한 규모의 경제피라미드의 하층(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FC는 전 세계 40억명에 달하는 빈곤층(연소득 3000달러 미만)이 연 5조달러대의 잠재적인 시장을 창출하고 있으나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면 이 시장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한 IFC는 BOP에 위치하고 있는 빈곤층을 겨냥한 시장이 제대로 마련된다면 기존 시장 제품이 너무 비싸거나 시장 접근이 어려워 곤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 경제피라미드 하층인가

BOP에 속하는 40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저소득층(실질 구매력 기준)을 국가별로 분류하면 브라질의 경우 하루 소득 3.35달러 미만, 중국은 2.11달러, 가나는 1.89달러, 인도는 1.56달러 미만인 계층이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72%를 차지하는 이들 40억명의 연소득을 모두 합하면 5조달러로 중·상층 소비시장 규모(12조5000억달러)의 40%에 해당한다.

이는 경제 대국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보다도 1조달러 이상 큰 규모다.

특히 아시아 지역 저소득층 시장 규모는 3조470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 저소득층은 기존 제품 가격이 너무 높아 적정한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이나 의료 혜택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 욕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일례로 멕시코의 경우 소득이 증가하면서 BOP의 음식 및 주거비 관련 지출은 그대로이거나 감소했지만,통신 및 교통 관련 지출은 커졌다.

적절한 서비스만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거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지금까지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빈곤층에 대해 원조와 같은 시혜적 조치를 취해 왔다.

하지만 IFC는 시장 논리로 BOP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쟁에 기반한 효율성 제고를 통해 빈곤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실제로 "빈곤층도 기본적 욕구 충족을 위해 현금이나 노동을 교환하고 있다"며 "소비자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두고 시장을 효율적이고 경쟁적이며 저소득층도 포함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가를 낮추면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BOP 시장 규모는 급증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이동전화 가입자가 2000~2005년 사이 5배나 늘어나 14억명에 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남부 아프리카 15개국에서 이동전화 사업을 하는 셀텔(Celtel)처럼 소득 수준에 맞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면 기업도 급성장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산업뿐만 아니라 식품 보건 교통 건설 에너지 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지화와 협력이 중요

BOP 대상의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특성에 맞는 고유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 제품의 개선만으로 이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업에서 소액 대출이나 저비용 송금,에너지 분야에서 소규모 발전 사업처럼 새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당 지역 판매망을 적극 활용하는 등 현지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선불이나 할부 등 다양한 구매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정부나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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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소득층 공략 사례

인도 30달러짜리 휴대폰 개발 한창

[Global Issue] 세계의 빈곤층을 잡아라‥전 세계 40억명 연 5조달러 시장 창출 '블루오션'?
경제 피라미드의 하층(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에 속하는 저소득층을 겨냥한 비즈니스들이 속속 성공을 거두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BOP 겨냥 성공 사례의 대표적인 업종은 정보기술(IT) 분야. 퀄컴의 경우 원가 30달러 이하 휴대폰을 개발하도록 인도 현지 제휴사를 독려하고 있다.

폴 제이콥스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생애 처음으로 사게 될 휴대폰에서 돈을 벌어들일 수는 없지만 한 번 휴대폰을 산 고객은 앞으로 더 많은 휴대폰을 살 것"이라며 BOP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만큼 BOP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모토로라도 30달러짜리 휴대폰을 개발해 인도 저소득층에게 판매하는 등 초저가 휴대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리핀 이동통신 회사인 스마트텔레콤스는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선불로 사들인 통화 시간을 3센트씩 쪼개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아예 이 일을 직업으로 삼는 중간 판매자도 생겨나면서 가입자는 순식간에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세계 3위 시멘트 생산업체인 세멕스(CEMEX)는 시멘트 등 건축 자재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 솔루션 제공 업체로 회사의 비전을 바꿨다.

자재 비용을 대출로 제공해 주고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해 건축 감독까지 해 주는 주택 건설 솔루션 업체로 변신한 것이다.

1998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멕시코 빈민들에게 집 장만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다.

인도의 SKS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현대식 금융시스템을 잘 활용해 금융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서민금융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회사는 간단한 대출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거래 시간과 복잡한 거래 과정을 줄일 수 있는 대출 원칙을 만들며 비즈니스를 시작했고,지금은 인도 최대 민간 은행인 ICICI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고객의 기한 내 원금 상환율도 98%에 달한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