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 타결 국면에 접어든 요즘 FTA란 용어 만큼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 듯싶다. 그와 함께 '수입산 농산물' '수입산 쇠고기' 같은 말도 연일 지면에 오르고 있다. '국산과 수입산의 구별' '우리 농산물이 수입산보다 좋은 이유'라는 식으로 '수입산'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쓰인다.

하지만 '수입산'이란 말은 들여다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미적으로 아주 비논리적인 단어다. '-산(産)'은 어디서 산출되거나 생산된 물건임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한국산, 외국산, 일본산'처럼 쓴다. '수입산'은 국산 또는 국내산에 대응하는 말로 쓰는 것 같은데, 수입이란 '외국의 물품을 사들이는 것'이다. '수입'이란 말에 '외국'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긴 해도 구체적인 '어디'의 의미를 띠는 '-산'과 결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산'에 대응하는 말은 그냥 '외국산'일 뿐이다.

'부산지역은 공장용지 부족난을 해소하기 위해…'라는 말을 보자. 여기에 쓰인 '부족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난(難)'은 명사 아래 붙어 어려운 형편이나 처지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식량난, 전력난, 구인난 등처럼 무언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나타낸다. '-난' 앞에는 어려움의 대상이 오는 게 이 말의 일반적인 용법이다. 가령 사람 구하는 게 어려우면 '구인난'이다. '인력난'이란 말도 쓰는데 이는 좀 더 넓은 의미다. 어쨌거나 이들은 모두 결합이 가능한 표현이지만 '부족+난'은 서로 공기(共起)하는 구성이 아니므로 잘못 쓰는 말이다. 이럴 때는 '공급난'이라고 하면 된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