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는 명사끼리, 동사는 동사끼리

[돋보기 졸보기] 23. 접속용법 - 등위접속
글을 읽다 보면 종종 말의 전개가 어색한 문장을 만나곤 한다. 그 어색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우리가 쓰는 문장은 결국 단어와 구·절들의 조합인데 이들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을 때 우리는 어색함을 느낀다. 이런 문장을 비문이라고 한다.

비문이 생기는 원인 가운데 흔히 범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등위접속의 오류이다. 등위접속 용법은 용어가 딱딱해서 그렇지 사실은 몇 가지 방식만 염두에 두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등위접속어란 어떤 것을 대등하게 연결해주는 말들, 즉 '와/과, -나, -거나, -며, -고' 같은 것들이다. 모두 조사이거나 어미인데 이들의 쓰임새는 말 그대로 '등위'이다. 앞뒤에 오는 말들이 같은 값(대등한 자격)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수출과 수입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고'와 같이 연결된다. 접속어를 사이에 두고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가 오고 구는 구끼리, 절은 절끼리 어울리는 것이다. 이게 전부다.

영어의 'and/or'와 같은 용법인데, 토익이나 토플 시험에서는 절대 틀리지 않는 사람도 우리말에서는 헤매기 일쑤인 게 다른 점이다. 특히 들어가야 할 내용이 좀 많아지고 문장이 복잡해지면 이 원칙이 의외로 쉽게 무너지는 것 같다.

(가)현행 규정상 최종 부도나 주가가 액면가의 20% 미만인 상태가 40일 이상 계속되는 종목은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등위접속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 문장의 어디에 오류가 있는지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최종 부도가 나거나 주가가 액면가의…' 식으로 연결돼야 한다. 모두 뒤에 오는 '종목'에 연결되는 것이므로 '최종 부도가 난 종목' '40일 이상 계속되는 종목'의 형태가 훼손되면 곤란하다.

(나)그는 "어떤 방안이든 의견수렴 절차와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2~3년은 족히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쓰기 훈련이 따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에 신경을 쓰다 보면 문장 구성이 엉성해지기 십상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의견수렴 절차와 지방세법을 개정해야'가 한 묶음이 될 수 없다. 앞의 것은 명사구이고 뒤의 것은 동사구라 비문이 됐다. 모두 뒤의 '때문에'에 걸리는 말이므로 앞쪽에도 서술어를 사용해 같은 동사구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등위접속 용법의 요체다. 따라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와 같이 써야 할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