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뛰는데 우리는…" 미래에 대한 경고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에는 큰 혼란을 맞을 것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 행사에 참석,이같이 말하며 '5~6년 후 위기론'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1월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회장단 회의 직후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말한 데 이어 또 다시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나선 것.

이 회장의 발언은 다음날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재계 관계자들도 대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그의 발언이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와 그가 최근 들어 부쩍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미래 내다보는 한 마디

이 회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국내 최대 기업의 총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 '은둔의 경영자'라고까지 불리는 그가 이따금씩 침묵을 깨고 내놓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투철한 현실 인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담겨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993년에 주창한 '신경영'이다.

이 회장은 이 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말했다.

작은 성공에 도취해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 발언은 당시 국내 가전업계 1위라는 자리에 안주하려던 삼성의 분위기를 일신해,이후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 말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종의 경구(警句)로 빈번하게 인용됐다.

1994년에는 "21세기에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론'으로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 발언은 창조적인 발상과 튀는 행동을 잘 용납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천재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1995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른바 '베이징 발언'도 당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관료는 3류,기업은 2류"라고 말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권과 관료조직을 꼬집었다.

2003년 '나눔경영',2005년 '디자인경영',2006년 '창조경영' 등 이건희 회장이 제시한 경영 화두는 언제나 국내 산업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Focus] 이건희 회장 '5~6년뒤 위기론' 제기한 까닭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4년

"21세기에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1995년

"정치는 4류,관료는 3류,기업은 2류"

♣2003년

"핀란드,스웨덴 등 강소국을 배워야 한다"

♣2007년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에는 큰 혼란을 맞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