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논술의 문제점을 논술하라고? 틀에 박힌 글쓰기 안돼
이번에는 부산대에서 실시한 모의 논술을 보자. 부산대의 통합교과형 모의 논술은 몇 회에 걸쳐서 진행되었는데, 이 중에서 최근에 치른 두 가지만 살펴보자고.
◆제7회 논제 해설
제7회 모의논술 문제를 먼저 보자. 우선 논제를 보면 "주어진 제시문의 논리에 따라 현행 논술 글쓰기 교육의 문제를 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되, 그 한계점을 지적해 보시오"라고 되어 있어. 논술 글쓰기 교육의 문제를 논술하라고 하다니,재미있지? 이런 걸 메타 상황이라고 하는데, 논술시험을 보면서 논술 자체를 주제화하고 있는 거야. 이번 문제는 흔히 말하는 '암기식 학원 논술'만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당황스러울 거야. 주제 자체가 다뤄보거나 나올 거라고 예상한 적이 없을 거니까.
그렇게 틀에 박힌 사고와 글쓰기 훈련을 받은 논술 글쓰기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문제의 출제 의도 아닐까?
제시문 (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텐데, (가)의 핵심은 글쓰기는 기술이나 재주, 요령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됨, 현자가 됨, 철학자가 됨이라는 보다 심오하고 근본적 문제에 연결된다는 내용이야. 제시문 (가)가 글쓰기가 사람됨의 문제라는 것을 제시한 뒤, 제시문 (나)에서 모종의 씨앗을 뽑아 올린 송나라 사람의 이야기와 (다)에서 혁명의 조건이 갖추어지기 전에 서둘러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혁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만든 프티 부르주아 이야기를 통해서 그런 근원적인 문제를 벗어나 요령이나 재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빗대어놓는 상황들을 제시하고 있어.
제시문의 이러한 논리를 통해서 현행 논술교육의 문제점을 학생 자신들의 상황에 비추어 보며 비판할 것을 문제는 요구하고 있어. 여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이러한 문제 상황을 자신의 언어로 얼마나 균형감을 잃지 않으면서 풀어내느냐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 한계점"도 지적해야 한다는 거야. 사실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한계점도 지적하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지. 교수님들은 이런 문제를 통해서 문제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제시된 해결책의 문제까지 고려해보는, 2차적인 사고를 요구하시는 것 같아. 상당히 깊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여기서 논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 한계점'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그'는 뭘까? 여기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대안의 한계점'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얼핏 보면 '논술 글쓰기 교육의 한계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 그래서 논술 문제를 풀 때 대명사나 지시어가 나오면 반드시 긴장하고 그 대명사나 지시어가 뭘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해.
잠깐 내 얘기를 해볼게.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한문 선생님이 계셨어. 이분은 권투를 하시다가 교직에 뛰어든 분이라 별명이 '원펀치'였지. 어느날 한문 수업시간에 그분이 "야,너 나와!" 하셨어. 난 나를 가리키는 줄 알고 냅다 교실 앞으로 뛰쳐나갔지. 그런데 선생님께서 나에게 원펀치를 날리시고는 "너 말고 너 뒤에"하셨어. 차라리 이름을 부르시면 편한데(물론 이름을 다 외우실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대명사나 지시어로 가리키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너'라고 하면 반 아이들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어.
너희들도 비슷한 경험 다들 있지 않아? 안타깝게도 교수나 대학 측이 가끔은 불친절해서 대명사나 지시어가 뭘 가리키는지 애매한 경우가 꽤 있으니 대명사나 지시어가 나오면 조금 긴장할 필요가 있을 거야. 이 문제를 대충 파악해서 "그 한계점"을 "현행 논술 글쓰기 교육의 한계점"으로 이해했다면 논점 일탈이 될 거고, 그럼 아무리 잘 써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겠지.
◆제6회 논제 해설
이번엔 제6회 모의논술 문제를 보자. 6회 문제는 통합교과형이라는 취지를 살려서 교과서 지문을 많이 싣고 있어. 논제부터 보자. 문제가 길고,요구 사항이 많지? 이렇게 문제가 길고 복잡할 때는 질문에 번호를 매기고 조건에는 알파벳을 쓰는 게 좋아. 그래야 질문이 무엇무엇이고 구체적으로 뭘 물어보는지 알 수 있고, 질문에 대해 빼놓지 않고 답할 수 있거든. 질문을 쪼개보면 민족에 대한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의 타당성을 논하고, 민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밝히고, 제시문 (나)~(마)의 사례가 지니는 문제점을 진단한 다음, 한국의 단일민족 의식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지.
그런데 중간에 "이를 바탕으로"와 "이를 일반화하여"라는 '조건'이 붙어있지. 이런 조건에 유의해야 하고 반드시 지켜줘야 해. 이런 조건을 주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우선은 학생들이 암기한 내용을 그냥 써내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과 주어진 문제와 텍스트를 얼마나 자기 것으로 잘 이해하고 소화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테스트해 보려는 거야. 그러니 조건을 어기면 상당한 감점을 받을 거야. 또한 "이를 일반화하여"라는 것은 학생들의 일반화·추상화 능력을 보려는 것이기도 해.
논술시험은 물론 현실의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잘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 세계의 다양하고 많은 문제들을 일반화·추상화시킬 수 있는지의 능력을 묻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어. 따라서 어떤 문제 사안에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을 때도 너무 구체적이고 세세한 대안보다는 일반화·추상화된 대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할거야.
제시문 (가)는 '시민윤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글인데, 민족의 개념을 설명하고 민족적 유대의 원천에 대한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을 중립적인 태도로 서술하고 있어. 제시문 (가)에 대해 문제가 요구하는 바는 이렇게 중립적인 태도로 설명하는 데 그친 "민족"의 개념을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세우라는 것이야. 주관적 관점이나 객관적 관점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제3의 다른 입장을 가질 수도 있을 거야.
이러한 문제는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많이 나오는 형태야. 개념이나 문제 사안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서술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는 교과서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소재나 주제의 출발은 교과서에서 하되, 그 출발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만들어 나갈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야. 그러니까 통합교과형 논술이라고 해도 출발은 교과서에서 하되, 사고는 각각의 교과서를 통합시키고 교과서 밖으로까지 확장시켜야겠지.
제시문 (나)~(마)는 실제 사례를 소개한 글이야. (나)와 (다)는 혼혈인 문제로 (나)는 국내 혼혈인의 일반적 사례에 해당하고, (다)는 국외 혼혈인으로서 국내에서 환영을 받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지. (라)와 (마)는 재외동포의 문제인데 (라)는 국내에서 있었던 재외동포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 인식의 사례이고, (마)는 재외동포에 대해 국외에서 있었던 차별 사례의 한 예야.
(가)에 나온 객관적 요소에 의존하여 민족을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의 경우 가장 주목하는 요소는 아무래도 종족(피부색)이지. 종족(피부색)의 측면에서 (나)와 (다)의 사례는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어. 하지만 (라)(마)와 같이 이 요소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적이 다르거나 우리나라를 떠나서 국적을 바꾸어 살고 있다고 해서 불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객관적 요소만으로 민족을 이해하는 것에 한계 또는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
그렇다고 해서 주관적 요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편에 기대는 것 또한 문제가 있을 수 있어.주관적 요소라는 것이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주관적 요소"라는 말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너무 주관적이라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지.
외국인이나 혼혈인을 보면 어때? 왠지 거부감이 생기니,아니면 우리나라 사람을 보듯 아무런 거리낌이 없니? 월드컵을 통해 국민적 영웅이 된 히딩크로 인해 '히딩크 신드롬'까지 생겼지. 아마 우리 역사상 외국인이 이렇게까지 전 국민에게 환대받은 것은 히딩크가 처음일거야. '히딩크 신드롬'으로 인해 우리의 민족주의가 '배타적 민족주의'에서 '열린 민족주의'로 바뀌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어.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동남아시아에서 온 '블랑카' 같은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걸 보면 이것 또한 '한쪽으로만 열린' 민족주의가 아닌가 싶어.
그런데 민족이란 뭘까? 우린 언제부터 같은 민족이란 관념이 있었을까?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은 서로 같은 민족이란 생각을 했을까? 조선시대에 나는 양반이고 너희는 노비였다면 우리가 서로 같은 민족이라는 공유 의식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민족이라는 개념이 세계화 시대라는 오늘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출발점은 교과서나 우리 주변의 소재로 시작해서 사고를 여러 방면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것이 통합교과형 논술이 추구하는 방향성이야. 그러니 이런 식의 사고 훈련을 하고 논술 준비를 하라고!
김경환 S·논술 교육팀장 pass@nonsul.com
이번에는 부산대에서 실시한 모의 논술을 보자. 부산대의 통합교과형 모의 논술은 몇 회에 걸쳐서 진행되었는데, 이 중에서 최근에 치른 두 가지만 살펴보자고.
◆제7회 논제 해설
제7회 모의논술 문제를 먼저 보자. 우선 논제를 보면 "주어진 제시문의 논리에 따라 현행 논술 글쓰기 교육의 문제를 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되, 그 한계점을 지적해 보시오"라고 되어 있어. 논술 글쓰기 교육의 문제를 논술하라고 하다니,재미있지? 이런 걸 메타 상황이라고 하는데, 논술시험을 보면서 논술 자체를 주제화하고 있는 거야. 이번 문제는 흔히 말하는 '암기식 학원 논술'만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당황스러울 거야. 주제 자체가 다뤄보거나 나올 거라고 예상한 적이 없을 거니까.
그렇게 틀에 박힌 사고와 글쓰기 훈련을 받은 논술 글쓰기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문제의 출제 의도 아닐까?
제시문 (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텐데, (가)의 핵심은 글쓰기는 기술이나 재주, 요령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됨, 현자가 됨, 철학자가 됨이라는 보다 심오하고 근본적 문제에 연결된다는 내용이야. 제시문 (가)가 글쓰기가 사람됨의 문제라는 것을 제시한 뒤, 제시문 (나)에서 모종의 씨앗을 뽑아 올린 송나라 사람의 이야기와 (다)에서 혁명의 조건이 갖추어지기 전에 서둘러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혁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만든 프티 부르주아 이야기를 통해서 그런 근원적인 문제를 벗어나 요령이나 재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빗대어놓는 상황들을 제시하고 있어.
제시문의 이러한 논리를 통해서 현행 논술교육의 문제점을 학생 자신들의 상황에 비추어 보며 비판할 것을 문제는 요구하고 있어. 여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이러한 문제 상황을 자신의 언어로 얼마나 균형감을 잃지 않으면서 풀어내느냐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 한계점"도 지적해야 한다는 거야. 사실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한계점도 지적하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지. 교수님들은 이런 문제를 통해서 문제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제시된 해결책의 문제까지 고려해보는, 2차적인 사고를 요구하시는 것 같아. 상당히 깊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여기서 논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 한계점'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그'는 뭘까? 여기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대안의 한계점'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얼핏 보면 '논술 글쓰기 교육의 한계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 그래서 논술 문제를 풀 때 대명사나 지시어가 나오면 반드시 긴장하고 그 대명사나 지시어가 뭘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해.
잠깐 내 얘기를 해볼게.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한문 선생님이 계셨어. 이분은 권투를 하시다가 교직에 뛰어든 분이라 별명이 '원펀치'였지. 어느날 한문 수업시간에 그분이 "야,너 나와!" 하셨어. 난 나를 가리키는 줄 알고 냅다 교실 앞으로 뛰쳐나갔지. 그런데 선생님께서 나에게 원펀치를 날리시고는 "너 말고 너 뒤에"하셨어. 차라리 이름을 부르시면 편한데(물론 이름을 다 외우실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대명사나 지시어로 가리키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너'라고 하면 반 아이들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어.
너희들도 비슷한 경험 다들 있지 않아? 안타깝게도 교수나 대학 측이 가끔은 불친절해서 대명사나 지시어가 뭘 가리키는지 애매한 경우가 꽤 있으니 대명사나 지시어가 나오면 조금 긴장할 필요가 있을 거야. 이 문제를 대충 파악해서 "그 한계점"을 "현행 논술 글쓰기 교육의 한계점"으로 이해했다면 논점 일탈이 될 거고, 그럼 아무리 잘 써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겠지.
◆제6회 논제 해설
이번엔 제6회 모의논술 문제를 보자. 6회 문제는 통합교과형이라는 취지를 살려서 교과서 지문을 많이 싣고 있어. 논제부터 보자. 문제가 길고,요구 사항이 많지? 이렇게 문제가 길고 복잡할 때는 질문에 번호를 매기고 조건에는 알파벳을 쓰는 게 좋아. 그래야 질문이 무엇무엇이고 구체적으로 뭘 물어보는지 알 수 있고, 질문에 대해 빼놓지 않고 답할 수 있거든. 질문을 쪼개보면 민족에 대한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의 타당성을 논하고, 민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밝히고, 제시문 (나)~(마)의 사례가 지니는 문제점을 진단한 다음, 한국의 단일민족 의식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지.
그런데 중간에 "이를 바탕으로"와 "이를 일반화하여"라는 '조건'이 붙어있지. 이런 조건에 유의해야 하고 반드시 지켜줘야 해. 이런 조건을 주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우선은 학생들이 암기한 내용을 그냥 써내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과 주어진 문제와 텍스트를 얼마나 자기 것으로 잘 이해하고 소화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테스트해 보려는 거야. 그러니 조건을 어기면 상당한 감점을 받을 거야. 또한 "이를 일반화하여"라는 것은 학생들의 일반화·추상화 능력을 보려는 것이기도 해.
논술시험은 물론 현실의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잘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 세계의 다양하고 많은 문제들을 일반화·추상화시킬 수 있는지의 능력을 묻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어. 따라서 어떤 문제 사안에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을 때도 너무 구체적이고 세세한 대안보다는 일반화·추상화된 대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할거야.
제시문 (가)는 '시민윤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글인데, 민족의 개념을 설명하고 민족적 유대의 원천에 대한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을 중립적인 태도로 서술하고 있어. 제시문 (가)에 대해 문제가 요구하는 바는 이렇게 중립적인 태도로 설명하는 데 그친 "민족"의 개념을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세우라는 것이야. 주관적 관점이나 객관적 관점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제3의 다른 입장을 가질 수도 있을 거야.
이러한 문제는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많이 나오는 형태야. 개념이나 문제 사안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서술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는 교과서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소재나 주제의 출발은 교과서에서 하되, 그 출발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만들어 나갈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야. 그러니까 통합교과형 논술이라고 해도 출발은 교과서에서 하되, 사고는 각각의 교과서를 통합시키고 교과서 밖으로까지 확장시켜야겠지.
제시문 (나)~(마)는 실제 사례를 소개한 글이야. (나)와 (다)는 혼혈인 문제로 (나)는 국내 혼혈인의 일반적 사례에 해당하고, (다)는 국외 혼혈인으로서 국내에서 환영을 받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지. (라)와 (마)는 재외동포의 문제인데 (라)는 국내에서 있었던 재외동포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 인식의 사례이고, (마)는 재외동포에 대해 국외에서 있었던 차별 사례의 한 예야.
(가)에 나온 객관적 요소에 의존하여 민족을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의 경우 가장 주목하는 요소는 아무래도 종족(피부색)이지. 종족(피부색)의 측면에서 (나)와 (다)의 사례는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어. 하지만 (라)(마)와 같이 이 요소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적이 다르거나 우리나라를 떠나서 국적을 바꾸어 살고 있다고 해서 불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객관적 요소만으로 민족을 이해하는 것에 한계 또는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
그렇다고 해서 주관적 요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편에 기대는 것 또한 문제가 있을 수 있어.주관적 요소라는 것이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주관적 요소"라는 말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너무 주관적이라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지.
외국인이나 혼혈인을 보면 어때? 왠지 거부감이 생기니,아니면 우리나라 사람을 보듯 아무런 거리낌이 없니? 월드컵을 통해 국민적 영웅이 된 히딩크로 인해 '히딩크 신드롬'까지 생겼지. 아마 우리 역사상 외국인이 이렇게까지 전 국민에게 환대받은 것은 히딩크가 처음일거야. '히딩크 신드롬'으로 인해 우리의 민족주의가 '배타적 민족주의'에서 '열린 민족주의'로 바뀌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어.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동남아시아에서 온 '블랑카' 같은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걸 보면 이것 또한 '한쪽으로만 열린' 민족주의가 아닌가 싶어.
그런데 민족이란 뭘까? 우린 언제부터 같은 민족이란 관념이 있었을까?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은 서로 같은 민족이란 생각을 했을까? 조선시대에 나는 양반이고 너희는 노비였다면 우리가 서로 같은 민족이라는 공유 의식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민족이라는 개념이 세계화 시대라는 오늘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출발점은 교과서나 우리 주변의 소재로 시작해서 사고를 여러 방면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것이 통합교과형 논술이 추구하는 방향성이야. 그러니 이런 식의 사고 훈련을 하고 논술 준비를 하라고!
김경환 S·논술 교육팀장 pass@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