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실전! 글쓰기'에 보내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3회를 마지막으로 '실전! 글쓰기'는 막을 내리고,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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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글 : 이가인(대구외고 3학년)

<문제1> 네 개의 제시문을 통해 ①인간과 사회의 관계맺음에 있어서 인간의 수동적 위치를 도출해낼 수 있다.

우선, 첫번째 제시문에서는 물질적 생활에 의해 삶의 주체성을 상실한 채 그저 물질적 삶이 ②규정하는 의식대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③이는 결국 발전의 족쇄역할을 하기도 한다.

(2)에서는 생존경쟁에 의한 자연도태를 인간에게 적용해 적자의 탄생만을 추구하는 우생학을 소개했고, (3)에서는 파블로프의 이론을 광고에 적용시켜 중성자극, 즉 광고모델, 음악, 대사 등에 대한 인간의 무조건적 반응을 이야기한다.

(4)에서는 혈액형에 의거해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일반화시키는 현대인들의 경향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모두 현대인들이 무비판적으로 ④어느 것에 이끌려가는 상황을 제시한다.

또한 이러한 '이끌림'은 주체적이지 못하고 무비판적인 현대인들의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2> '이끌림'이라는 말은 능동적, 주체적이지 못한 현대인의 무력화를 상징한다.

이러한 현대인의 무력화는 자본주의와 경쟁에 집착하는 사회의 모습이 그 원인이다.

물질의 생산방식이 인간의 생활 과정을 조건짓는 것, 제품의 효과적 광고를 위해 중립적 자극을 이용해 무조건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전략 등은 모두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을 적자와 부적자로 이분하여 경쟁에서 유리한 적자를 선호하게 만드는 우생학의 탄생,대인관계에 있어서 상대에 대한 불확실성을 깨고 자신이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된 이른바 '혈액형 열풍' 등은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경쟁이 그 원인이다.

그렇다면 ⑤인간을 이러한 시대적 이끌림과 무력화로부터 구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도 인간 자신의 자진적, 개별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자신의 특징은 무엇인지, 삶의 목표는 무엇인지 등을 확고히 ⑥인지해두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주체적 자세를 지녀야 하겠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무력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⑦자본주의사회 체제와 무한경쟁에 의한 인간의 무력화 현상은 ⑧인간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삶에서 사회 체제나 경쟁이 아닌, 자신이 주도할 수 있어야만이 해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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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글 읽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봐!

▶총평 : 서울 영동고 허균 선생님

이번 논술 문제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네 개의 제시문의 공통 주제를 찾아내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문제이다.

주어진 제시문의 이해를 바탕으로 공통 주제와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도출해 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료 이해 능력과 분석력을 측정하고,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먼저 <제시문1>은 칼 마르크스 『자본론』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의 서문에서 인용한 글이다.

이 글은 마르크스가 물질적 생산력들의 생산 관계가 토대를 이루고 그 토대가 상부구조인 인간의 의식을 규정한다는 토대와 상부구조의 관계를 처음으로 정식화한 글이다.

<제시문2>는 ‘사회다윈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성격(김호연)’이라는 논문에서 인용한 글로 생물학의 적자생존 개념을 인간사회에 적용해 사회 속에는 자연적으로 우월한 자가 존재한다고 ‘사회다윈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 이론을 이용해 소비자의 무조건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광고정보센터의 글이 <제시문3>에서 제시되고 있고,마지막으로 <제시문4>에서는 4가지에 불구한 혈액형으로 모든 인간의 성격과 미래를 결정지으려하는 결정론적 광풍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1]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자유 의지와 결정론의 대립적 개념을 생각하면 쉽게 공통 주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토대,생물학적 우월성,무조건적 자극,혈액형이 인간의 자유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생각이나 행동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결정론적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공통 주제로 제시했던 ‘사회의 개인 규정’,‘인간의 수동적 위치’,‘사회의 틀로부터 구속받는 인간’도 제시문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주제이다.

공통 주제를 찾아내는 작업은 표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공통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제시문이 어떻게 연관관계를 갖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일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각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하기만 하고 공통 주제와 연관된 관계에 대한 논리적 설명은 부족하였다.

토대,생물학적 우월성,무조건적 자극,혈액형과 같이 공통 주제와 관련된 제시문의 단어들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꼼꼼함이 요구된다.

[문제2]는 제시문의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전형적인 문제이다.

[문제1]에서 파악한 논점을 바탕으로 일관된 글의 전개가 필요할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다양한 논거와 해박한 배경 지식을 동원했다 하더라도 논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예와 배경 지식을 제시하면서 논점이 흐려지기도 하고 글 전체 구성이 무너지기도 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다양한 예나 비유,지식은 글을 풍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논술문의 전체적 흐름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쉽지 않은 제시문과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인간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공통 주제를 잘 제시하였다.

특히 대구외고 이가인 학생은 [문제1]에서 요구하고 있는 공통 주제와 그 연관관계를 ‘이끌림’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주체적이지 못하고 무비판적인 현대인들의 경향을 반영한다고 제시문을 해석하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밖에 사회의 통제와 개인 조작으로 공통주제를 제시한 김동원 학생,사회 속에서 수동적 모습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 김준홍 학생의 글이 돋보였다.

[문제2]에서는 이해력과 분석력 보다는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에서 희비가 갈렸다.

논리적 비약,글 전체 구성의 부조화,논리적 일관성의 결여,영어 수동태식 표현,표현력 부족,필요 없는 군더더기 등이 아직 많은 학생들이 범하고 있는 오류였다.

그 중 이가인 학생의 글은 현대인들의 이끌림과 무력화의 원인을 자본주의와 경쟁에 집착하는 사회 모습에서 찾고,인간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삶에 대한 주체적 자세를 지녀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여 전체적 글 구성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가인 학생의 글에서도 아쉬움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논리적 비약이 보인다.

첫 문단 마지막 문장을 보면 ‘우생학의 탄생과 혈액형 열풍 등이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 경쟁이 그 원인이다.

’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증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논증없이 결론 부분까지 계속 논의를 끌고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둘째로는 여기저기 표현상 어색한 부분이나 띄어쓰기와 같은 옥의 티가 보였다.

이런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좋을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밖에 논리적 전개나 글의 성숙도는 김준홍 학생의 글도 뛰어났다.

서로 잘 쓰여진 글을 읽고 다른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는 것도 논술 능력을 기르는 하나의 방법임을 제시해 본다.


▶첨삭지도

①→ 인간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수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②→ 규정하는 대로
③→ 필요없는 문장으로 제시문에서 직접 인용된 글은 삭제
④→ ‘어느 것에’라는 추상적 표현보다 정확한 용어를 제시해주어야 함
⑤→ 인간이 이러한 시대적 이끌림과 무력화로부터 스스로를 구제하려면
⑥→ 인지해야 할 것이다.
⑦→ 자본주의
⑧→ 인간이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해결 가능할 것이다.



▶23회 평가결과

■최우수작


이가인 대구외고 3년

■우수작

김동원 경북 김천고 3년
남지민 서울 세현고 2년
박동규 대구 대건고 3년
이민희 서울 원곡고 3년
최지윤 경기 고양외고 3년
홍다은 전북 유일여고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