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3월9일자 A2면

앞으로 자발적 실업자라도 실업이 1년 이상 장기화되고 구직활동과 직업훈련에 참여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노동부는 8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과 구직자, 비정규직 근로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7년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구직자 및 비정규직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유휴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었더라도 1년 이상 장기 실업자가 구직 등록 후 12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실업급여의 50%가량을 지급할 방침이다.

지금은 경영상 해고나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실직한 경우에 한해서만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노동부는 2006년 기준 1년 이상 장기 실업자가 190여만명이고 이 중 5만명 정도가 자발적 이직자 지원 대상에 포함돼 약 78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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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읽는 경제학] 자발적 실업자도 실업급여 줘야할까?
제발로 직장을 그만둔 이른바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부는 자발적인 이직자도 12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으면서 구직활동을 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실업급여의 50% 가량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경영상 해고나 권고사직 등 자기 의사에 반해 사표를 낸 때에만 실직 전 평균 임금의 50%를 90~240일 실업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노동계는 "자발적 실업자라 하더라도 장기 실업상태에 있다면 사실상 구직능력이 떨어진 실업자로 볼 수 있다"며 "보험료 부담자 수혜원칙과 취약계층 생계보호 및 취업알선 차원에서라도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경영계 등에서는 "실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며 자발적 실업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차라리 고용보험료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래 들어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사가 있는 데도 그냥 놀고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자발적 실업자에까지 실업급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가.

◆노동계, "자발적 실업자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해줘야"

노동계에서는 고용보험은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함께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므로 민간보험에서 통용되는 일반원리를 여과없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보험료를 낸 사람 모두가 보험금을 타는 게 아니듯이 자발적 실업자 역시 스스로 보험사고를 유발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경영계의 주장은 고용보험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업의 사유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사회안전망이 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사표를 냈다가 예기치 않은 일로 장기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계난에 빠진 경우 자발적이니, 비자발적이니 하는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고용보험기금 적립액이 쌓여 재원조달 문제가 해소된 점을 감안하면 자발적 실업자를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는 것은 복지국가라면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급여지급 대상자의 실업기간을 퇴직 후 12개월 이상이 아니라 외국처럼 6개월 정도로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계,"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도덕적 해이 유발"

이에 대해 경영계는 자발적 이직자도 장기 실업상태가 계속되면 생계곤란, 근로의욕 상실에다 노동시장 재진입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실업급여를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이라고 주장한다.

고용보험은 예측하지 못한 실직에 대해서만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그냥 놀고 있는 사람이 지난해 이미 120만명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실업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한다.

일각에서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이 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재원을 조달한다지만 실업급여 지출이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재정수지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자가 2001년의 3배인 1만2000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에 비춰보면 실업급여 확대로 인한 부정수급자가 더욱 증가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자발적 실업자 급여지급 시기·대상 재검토해야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일부 지급하는 문제는 고용보험제를 처음 도입할 때부터 논란이 돼 왔다.

노동계에서는 대체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재원 마련이 어렵고 실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도입되지 않았다.

물론 '괜찮은 일자리'가 적은 탓도 있겠지만 눈높이가 높아 그냥 노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고 보면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그냥 노는 사람들을 더욱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공급을 위축시켜 임금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 지출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재정수지 또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서둘러 지급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시기와 대상 등을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고용보험=감원 등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에게 보험금을 주고,직업훈련 등을 위한 장려금을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건강보험,국민연금,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1995년 7월1일 시행됐다.

사업주와 근로자는 각각 월 급여액의 일정비율을 보험료로 납부해야 하며,근로자는 나이와 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을 제외한 임금 총액의 50%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자발적 실업=일할 의사는 있으나 현재의 임금수준 등이 낮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일하지 않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하고 싶은 의사가 있지만 직업을 얻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 비자발적 실업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실업급여=실직자의 생활안정은 물론 조기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실직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직기간 동안의 기본급여 뿐만 아니라 실직자의 직업훈련 수강시에는 기본급여 외에 직업능력개발 수당을 지급한다.

조기 재취업시에도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실직자가 재취업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