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3월 7일자 A1면

사립학교법 재개정안과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가 내역 7개 항목 공개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과 사립학교법 재개정안 등의 처리가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정책위 의장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6일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협의했으나 의견차를 못 좁혀 3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3월 임시국회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양당이 이견을 보여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과 함께 다시 논의하자고 한 반면,열린우리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직권 상정을 통해 처리할 것을 주장,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그러나 임채정 국회의장은 합의 존중을 이유로 직권 상정에 반대,본회의는 79개 안건을 처리한뒤 자동 유회됐다.

국민연금법과 출자총액제 완화 안을 담은 공정거래법,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에 관한 법 등은 법사위 심의 과정을 마치지 못해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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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이사 추천권 누가 갖느냐 놓고 입씨름

"투명성 높이자" vs '학교까지 정치판"

[뉴스로 읽는 경제학] 사학법 재개정 논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사립학교법(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표류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안을 놓고 막판 타결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다음번 임시국회에서 이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힘 겨루기로 인해 1년여 동안 진행돼 온 사학법 재개정 협상이 또 다시 무산되고 만 것이다.

개정 사학법은 2005년 말 교육계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회를 통과했으나 그후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사회 갈등의 요인이 돼 왔다.

특히 사립학교들은 "사학법이 재개정되지 않으면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이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들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주요 쟁점 법안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사태 해결에 돌파구가 마련되는 듯했다.

하지만 또 다시 정당 간 싸움이 벌어지면서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도대체 정치권은 언제까지 사학법 문제로 논쟁만 벌이고 있을 것인가.

◆개방형 이사 추천 주체 확대 문제로 논란

사학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사학 이사회의 4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가 추천하도록 한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이다.

현행 개정 사학법(안)대로 하면 전교조가 거의 장악한 학교운영위가 심의기구화하면서 이사 추천권까지 갖게 돼 사학재단은 학교운영권을 사실상 박탈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재개정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사학 측의 입장을 감안해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는 주체를 종단을 비롯해 동창회,학부모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말하자면 학교 내부의 운영위원회뿐만 아니라 동창회 등도 이사회에 외부 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종교재단만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물러섰다.

이마저도 열린우리당은 개혁적인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종교계 사학의 경우 추천 인사 중에서 종단이 선임하게 하는 식으로 재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네탓 공방'으로 책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보고도 정치권이 이를 실천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당의 정체성이 다른 만큼 견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합의했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아내는 게 순리다.

이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더욱이 사학법 처리 무산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모두 네탓 공방만 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양당 모두 사학법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중요시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협의할 일이지,다른 법안을 볼모로 잡을 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역시 주택법과 사학법의 어설픈 '빅딜'을 시도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고도 국회가 어떻게 민생을 거론할 수 있겠는가.

◆3월 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4월 국회를 3월로 앞당겨 사학법 재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회 일정조차 확정하지 않아 과연 재개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더욱이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하더라도 과연 실효성있는 재개정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논의해 온 상황에 비춰볼 때 위헌 논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추천 주체의 폭을 일부 확대한다고 해서 개방형 이사제의 위헌 소지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를 폐기하지 않고 또 다시 적당히 타협하려고 시도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더 이상 재개정 시늉만 내서는 안 되며 꼼수로 시간을 벌려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다음 국회에서 재개정안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재재개정'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재개정안으로 다시 다듬고 3월 국회를 하루빨리 열기 바란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사립학교법(사학법)=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감안,자주성과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기 위하여 1963년 제정됐다.

사립학교 설립 자격,지도 감독,설립 요건,교원 자격,이사회와 이사 및 임원,해산 합병,교원인사위원회,신분보장 및 사회보장,징계 벌칙 등에 관한 규정이 담겨있다.

일부 사학의 비리사실 등이 문제가 되면서 사학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2005년 말 열린우리당에 의해 개정됐으며 개방형 이사제 등이 새로 도입됐다.

◆개방형 이사제= 이사회에 외부 인사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개정사학법에는 사립학교 이사정수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중·고교)나 대학평의원회(대학)가 추천하는 인사로 채우도록 규정돼 있다.

종전에는 이사장이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빅딜(big deal)= 덩치가 큰 거래’라는 의미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간에 대형사업을 맞바꾸는 방안이 추진되었을때 이 용어를 사용했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는 비즈니스 스와프(사업교환)를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