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안양천을 끼고 자리 잡은 구로공단은 우리 산업화의 상징 같은 곳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과 함께 지금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을 바꾼 이곳 가리봉 오거리께엔 '조선족 타운'이 들어서 있다.

'조선족'이란 중국 동북 3성(헤이룽장성,지린성,랴오닝성)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들은 정작 이 말을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조선족'이란 말 속엔 차별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조선족'이란 호칭은 중국인들이 중국 안에 있는 여러 소수민족을 구별해 부르기 위해 그들의 관점에서 쓰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냥 '중국 동포' 또는 '재중 동포'라 부르면 된다.

우리에게는 이들이 삶의 터전만 다를 뿐 같은 겨레이므로 굳이 '조선족'이란 별칭으로 구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해외 교포'니 '해외 동포'니 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말이다.

우선 교포(僑胞)란 '다른 나라에 사는 자국민'을 뜻한다.

이때 '僑'의 의미는 '껴붙어 살다' '더부살이하다'로,교포라는 말엔 다소 비하적인 어감이 담겨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 가서 자리잡고 사는 우리 동포를 지칭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말이다.

'해외 동포'는 어떨까? 좀 낫지만 여기선 '해외(海外·oversea)'가 마땅치 않다.

일본 같은 섬나라에선 '나라 밖'을 나타낼 때 '해외'가 적절하지만 대륙에 연결돼 있는 우리나라에는 의미적으로 딱 맞지는 않기 때문이다.

'해외 교포'란 말도 쓰는데 이는 더더욱 마땅치 않다.

'교포'가 이미 '해외'라는 뜻을 안고 있어 마치 '역전앞'과 같은 꼴이다.

따라서 '교포','해외 동포','해외 교포' 모두 적절치 않고 가장 좋은 말은 '재외 동포'다.

동포(同胞)란 '같은 겨레'다.

외국에 있는 우리 겨레이므로 '재외 동포'라고 하면 된다.

미국에 있으면 재미 동포,일본에 있으면 재일 동포 하는 식이다.

단어 하나를 고르더라도 주체적으로, 좀 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으로 쓰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