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 따라 이자 못받고 배당금…이슬람 채권 인기

이슬람금융이 급팽창하고 있다.

이슬람금융은 이자 수수(授受)를 금지한 이슬람 율법(샤리아·Shariah)에 따라 운영되는 금융을 말한다.

또 이슬람금융에 예치된 자금은 도박이나 술,마약 거래 등과 연관된 산업에 투자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서구식 금융(이슬람권에서는 이를 ‘Conventional Banking’이라 통칭한다.

)과 다르다.

글로벌 은행들 시장 장악 경쟁… 미국·영국 등도 관심

물론 이슬람권에서도 서구식 금융이 광범위하게 통용된다. 이슬람금융과 서구식 금융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개개의 선호에 맡겨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9·11 테러(이슬람권에선 '9·11 이벤트'라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쓴다) 이후 계속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압박은 무슬림들이 종교적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이는 이슬람금융 활성화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엄청난 오일 달러의 유입,연 6%에 육박하는 이슬람권의 빠른 경제 성장률,그리고 서구사회에 예치됐던 이슬람권 자금의 역내 회귀 등 경제적 요인들이 결부되면서 이슬람금융은 말그대로 급팽창세다.

폭발하는 이슬람금융의 선두에는 수쿠크(Sukuk·이슬람채권)가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앵글로색슨계와 유대계,화교계,일본계 등에 이어 5대 자금원의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실제 수쿠크는 이슬람권에서만 발행하고 소화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비(非)이슬람권 기업이나 정부 기구들도 잇따라 발행하고 있고 여기에 투자하는 기업이나 개인의 종교나 국적도 갈수록 다양화되는 추세다.

수쿠크 시장(연간 발행액 기준)은 발행 초기인 2000년만 해도 3억3600만달러 정도였으나 2006년에는 24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불과 6년 만에 71배나 규모가 커졌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발행액은 줄잡아 300억~4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유럽이나 아시아 투자자들이 풍부한 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빠르게 커가는 이슬람권 경제의 성장 과실을 누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수쿠크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Global Issue] 이슬람금융 급팽창… 엄청난 오일 달러에 연 6% 경제성장
이슬람권 부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돈을 운용해주는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 등 개인금융 시장도 확장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2003년 이후 걸프만 연안 6개국으로 유입된 오일 달러만 7000억달러를 웃돈다. 또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슬람계 자금에 대한 출처 조사를 강화하면서 서구 금융회사에 예치됐던 이슬람 자금 가운데 줄잡아 2000억달러가 이슬람 경제권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아랍국가들이 경제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신흥 부유층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레 개인금융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이슬람 금융 시장을 장악하려는 글로벌 은행 간 경쟁도 뜨겁다. 중동에 먼저 진출한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네트워크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고,BNP파리바 도이치뱅크 소시에테제네랄 UBS 등은 두바이 등에 잇따라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열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이슬람권 인구 15억6000만명 가운데 이슬람금융을 이용하는 비율은 대략 20~25%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비율이 향후 10년 안에 5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슬람국가에서 영업하는 이슬람 금융회사는 300곳 안팎,이들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은 7000억달러(약 665조원) 정도지만 매년 15~20%씩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두바이에 있는 금융투자회사인 IHG의 이슬람금융 부문 대표 칼리드 유사프는 "이슬람금융은 이미 세계를 향해 도약을 시작했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슬람권과의 금융교류를 강화하려는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이 앞장서 이슬람금융의 성장에 관심을 나타내고 협력방안을 모색할 정도다. 영국에서는 비이슬람권으로는 처음 이슬람식 금융회사가 영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랍-아시안 금융포럼'을 통해 아랍권 국가와 중국,일본의 금융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된 데 이어 일본 국책은행인 국제협력은행(JBIC)은 올 상반기 수쿠크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슬람은행들의 중국 진출도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기획취재부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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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금융 이해하기

▶샤리아(Shariah)= 이슬람법(Islamic law) 체계를 말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인간이 따라야 할 길(샤리아)’가 있고 인간은 그 길을 따르고 복종함으로써 구원에 이른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슬람교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올바른 생활방식’을 구체화한 율법이 바로 샤리아다.

현재 이슬람국가에는 이슬람금융과 서구식 금융회사가 공존하고 있지만 이슬람금융회사의 경우 반드시 샤리아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만 취급할 수 있다.

샤리아 학자들로 구성된 ‘샤리아위원회’가 이슬람금융회사가 개발하는 상품이 샤리아에 적합한지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쿠크(Sukuk)= 샤리아는 이자(리바·Riba) 수취를 금지하고 있다.

화폐는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도구로 전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쿠크는 이런 원칙에 부합하는 이슬람채권(Islamic Bonds)를 말한다.

일반적인 채권과 비슷하지만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이자를 주는 대신 투자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 수쿠크는 2000년 바레인 정부가 발행했으며,두바이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나킬은 지난해말 사상 최대인 35억2000만달러 규모의 수쿠크를 내놓기도 했다.

▶무라바하(Murabahah)= 인기를 끌고있는 이슬람식 금융기법의 하나로 할부금융과 비슷하다.

금융회사가 고객을 대신해 주택이나 자동차,기계 등을 구입한 뒤 이자가 아니라 약정 이윤을 더한 가격에 재판매한다.

소비자는 대금을 장기간에 걸쳐 금융회사에 지불하고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이자가 없는 만큼 할부금융을 이용할 때보다 소비자 부담이 적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구에서도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무슬림= 이슬람교도(Muslim)를 말한다.

전 세계 무슬림은 대략 15억6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지에 많으며 유럽에서도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1971년 창설된 이슬람회의기구(OIC)에는 전세계 57개국이 가입돼 있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가 2억6000만명으로 가장 많고 파키스탄(1억6000만명)이 뒤를 잇고 있다.

OIC 회원이 아닌 인도는 전체 인구의 13%에 달하는 1억4000만명이 무슬림들이 살고 있다.

한국의 무슬림 수는 4만명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