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지식 필요하지만 암기만 해서는 어려웠지!


☞모의논술 문제는 생글생글i(www.sgsgi.com) 참조

작년 11월 실시된 한양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에서 '자연계 논술'은 다른 대학들의 '통합교과 논술'이라고 부르는 시험의 형태와는 달랐다.

통합교과 논술이 '인문+수리'의 형태로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통합적인 사고를 묻는 것과 달리, 자연계 논술은 다른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수학·과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각 대학 입시 관계자의 인터뷰와 예시 논술에 의하면 이런 형태의 시험을 치르는 대학교는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서강대, 포항공대 등이 있다.

특히 이번 한양대 자연계 모의논술에서는 특정한 배경지식 없이 주어진 조건만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이 자연계 논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수학이나 과학 교과목에 대한 지식과 실력일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지식이 이해 없이 암기식의 공부였다면 이번 한양대 자연계 모의논술을 해결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논제 3]은 수학Ⅱ '공간도형' 중 정사영에 관한 문제였다.

많은 학생들이 정사영을 공부할 때 3차원 도형이 2차원 평면으로 정사영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이해도 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공식만을 암기하여 계산풀이에 치중하는 편이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아무리 많은 힌트를 문제에서 준다고 할지라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타 대학과 다른 형태의 한양대 자연계 논술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단순히 널려져 있는 지식을 꿰어 맞추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평소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학·과학 공부와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논리적인 사고와 더불어 인문이 제외된 자연계 논술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이 얼마나 논리적인 사고를 가졌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이다.

이런 글쓰기는 대부분의 자연계 학생들이 자신 없어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자신의 논리력을 어떻게 보이겠는가? 자연계 교과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연계 학생들이여!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보자.

◆[논제 1] 인문·자연계 공통(해설은 생글생글 85호 '논술길잡이' 참조)


◆[논제 2] 해설

이 문제는 (가)와 (나)의 두 경우에 대해서 나의 선택과 그때의 근거와 차이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두 경우에 대해서 다시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은 다시 선택했을 때 더 이익을 얻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선택과정에서 불확실한 근거로 판단한다면 투자와 투기를 혼동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선택이 합리적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가)의 경우에서 주사위는 정육면체 모양으로 6개 면의 넓이가 각각 같다.

그래서 주사위를 던졌을 때 눈의 수가 나올 확률이 같다.

주사위를 다시 던졌을 때 눈의 수가 3보다 크거나 같게 될 확률과 작을 확률을 확실하게 구할 수 있고,이것을 선택의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에 반해 (나)의 경우에는 문제의 조건에 따라 오른쪽 봉투에 들어 있을 돈이 5만원 또는 20만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5만원이 들어 있을 확률이 ½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이름 붙인 '중립의 원칙'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중립의 원칙은 확률에 가장 훌륭하게 적용되는데,그러자면 문제가 발생할 모든 경우에 똑같은 확률을 구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완전한 대칭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동전 같은 경우는 기하학적으로 완전 대칭적일 때 동전의 양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의 경우에도 정육면체이기 때문에 그 확률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른쪽 봉투에 들어 있을 돈의 확률은 대칭성의 존재가 불확실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여기에 중립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역설이다.

이 두 경우에 대해서 다시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근거를 가질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 없다.

◆[논제 3] 해설

이 문제는 두 사진을 보았을 때 (사진 1)의 여인과 (사진 2)의 여인의 시선의 차이를 3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사영시키는 사진기의 원리로 묻고 있다.

이것은 수학Ⅱ '공간도형'에서 배우는 정사영에 관한 개념이다.
[S·논술 실전 강좌] 한양대 2008학년도 모의 논술(자연계) 해설


우선 (사진 1)의 여인의 시선은 눈동자의 점과 망막의 중심을 하나로 잇는 직선이고 카메라의 렌즈를 쳐다보고 있다.

카메라의 렌즈는 이를 하나의 직선으로 감광하고 이것은 사진 속의 한 점으로 사영하고 있다.

즉 사진 속의 여인의 눈동자의 점과 망막의 중심은 하나의 점으로 사영되었다.

이 사진을 보는 나의 눈도 눈동자의 점과 망막의 중심을 지나는 하나의 직선으로 그 하나의 점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하나의 직선으로 사진 속의 하나의 점을 바라보고 있어서 어떻게 바라봐도 직선과 직선이 만나 서로 눈길이 마주치는 효과를 나타낸다.

한편 (사진 2)의 여인의 시선은 카메라의 렌즈를 쳐다보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인의 시선을 렌즈가 감광했을 때 사진 속으로 사영되는 여인의 시선은 두 점으로 사영된다.

이것은 시선이 눈동자의 점과 망막의 중심을 잇는 직선으로 생각했을 때 렌즈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은 눈동자의 점과 망막의 중심의 두 점이 사진 속의 두 점으로 사영되는 것이다.

즉 어떤 각도에서 (사진 2)를 바라보았을 때 사진 속의 시선과 눈길이 마주치기 위해서는 눈길의 직선과 직선이 만나야 하는데 나의 시선은 사진 속의 두 점과 만나므로 직선과 직선이 만나는 눈길이 마주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

따라서 3차원을 2차원으로 사영시키는 사진에서 "두 여인의 눈동자의 점과 망막의 중심이 하나의 점으로 사진 속에 사영되었는가? 또는 두 점으로 사영되었는가?"가 사진을 쳐다보는 나의 눈길과 마주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한다.

◆[논제 4] 해설

거울 집안의 세상은 앨리스가 사는 세상과 다를 것이다.

그래서 앨리스는 거울 안 세계의 우유를 소화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화학과 생물에서 배웠던 거울상 입체이성질체인 아미노산을 기본단위로 하는 효소를 가지고 거울 안 세계의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우유의 주요 영양 성분은 젖당이고 젖당의 소화는 락타아제라고 하는 생체촉매 효소가 담당한다.

기본 단위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효소는 구조가 정밀하여 락타아제 같은 효소를 열쇠에 비유하면 젖당 같은 기질은 자물쇠에 해당하는데,한 자물쇠에 맞는 열쇠는 하나밖에 없듯이 생체 촉매인 효소는 기질에 대한 선택성이 매우 뛰어나다.

거울 속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하는 거울 속 효소는 하나밖에 없다.

또한 앨리스가 사는 세상에서 우유에 대해서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도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두 효소는 서로가 거울 안과 거울 밖의 거울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거울 속 효소와 거울 밖 효소를 거울상 입체이성질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앨리스가 갖고 있는 효소는 거울 속에서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와 비슷해 보이지만 두 효소를 거울상 입체이성질체로 생각했을 때는 서로 다른 화합물이다.

따라서 효소와 젖당을 열쇠와 자물쇠에 비유했을 때 거울 안 세계와 밖 세계에 서로 맞는 효소와 젖당은 각각 하나뿐이다.

따라서 거울 밖 세계의 앨리스가 갖고 있는 락타아제라는 효소는 거울 안 세계의 효소와 비슷할 줄 모르지만 거울상 입체이성질체로 서로 다른 화합물이다.

즉 앨리스가 갖고 있는 효소는 거울 안 세계의 우유를 소화시킬 수 없다.

유경호 S·논술 선임연구원 ryu8001@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