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잘못된 경제상식

대입에서 논술시험 못지않게 비중이 커지는 것이 있다.

바로 구술 면접시험이다.

서울대는 모든 전형에서 면접비중을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 반영한다.

각 대학은 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면접장에서 기발한 질문을 던지는 사례가 많다.

주요 대학의 면접 질문들을 조사해 보니, 수험생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선뜻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수두룩했다.

이를테면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 증가 원인과 해결책을 말하라"는 질문에 독자 여러분들은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이번에 커버스토리로 다룬 10가지 잘못된 경제상식은 논술은 물론 면접에 대비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리 준비한 학생들에겐 두려울 게 없는 것이 면접이기도 하다.
[Cover Story] 경제! 오해와 진실
◆경제 성장할수록 양극화가 심화된다?

한국의 미래 경제성장에 영향을 주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선진국 진입도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그럼에도 과거 성장 일변도 정책이 심각한 양극화를 낳았으며,증세를 통해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따지고 보면 우리 경제에서 빈부격차의 확대와 중산층의 감소는 경제의 성장 엔진이 힘을 잃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급속히 심화됐고,경제성장률이 평균 4.2%에 머문 참여정부 4년간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저성장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계층은 저소득 빈곤층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일자리만한 복지가 없다는 사실은 많은 선진국에서 입증됐으며,경제학자들은 성장과 분배의 유기적 함수관계도 일자리에서 찾는다.

경제 성장의 결과가 중산층 증가라면,성장 정체의 결과는 양극화다.

한국 근대사에서 그나마 중산층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던 것은 1980년 후반의 고도 성장기였다.

부의 상징인 자가용 승용차를 웬만한 근로자들도 한 대씩 굴릴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가난 탈출은 국가 지원으로 가능하다?

우리 속담에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고 했다.

이는 일할 의욕,자립할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먹고 살 돈을 줘봐야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도 방글라데시 빈민들의 자활의지를 북돋움으로써 빈곤 극복의 희망을 키웠다.

물론 스스로 자립하기 어려운 노약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선 지원과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빈곤층에 국가가 직접 생활비를 대주는 방식의 복지정책은 빈곤문제를 덮어놓는 것일 뿐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가난에서 탈출할 밑천은 본인의 근로의욕과 이를 펼칠 안정적인 일자리다.

정부의 역할은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어선 안된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데서 멈춰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일자리와 식량을 책임지고 똑같이 잘살게 한다는 것이 공산주의 체제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당장은 그럴싸해 보였지만 ‘동기 부여’를 무시한 결정적인 결함이 경제를 고사시켰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는 많을수록 좋다?

수출 입국(立國)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난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무역수지 흑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으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최근 실증적 사례들이다.

과도한 무역 흑자는 달러 유입을 증가시키고 원화 가치를 높인다.

심화되는 원고(高)는 국내업체들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해 수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무역 흑자가 큰 폭으로 지속되는 가운데서는 통화당국이 환율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여야 한다.

달러를 사들인 대가로 지불한 원화가 시중에 풀리면 통화량이 늘어 물가 상승과 경기 과열이 생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시중에 풀린 자금을 다시 흡수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은 다시 막대한 비용을 유발한다.

너무 많지 않은 적정 규모의 무역 흑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자유무역은 개도국에 불리하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은 어디일까? 해마다 수천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내는 미국은 아니다.

실제는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개도국들은 무역을 통한 경제발전을 꾀하면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2조5600억달러로 30년새 25배로 커졌다.

중국이 공산체제이면서도 1990년대부터 시장경제와 자유로운 무역을 채택한 덕이다.

늘어난 경제 규모 만큼 국민들의 삶도 나아졌다.

경제 개방 뒤 무려 5억명의 중국인들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두려워 하는 것은 때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다.

세계 자본이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개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가 중국으로 공장 이전을 발표하자,영국인들은 ‘세계화가 내 밥줄을 끊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두려운 게 아니라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이나 한·중FTA를 걱정해야 맞다.

자유무역이 개도국의 부를 선진국으로 이전한다는 60,70년대식 주장이 아직도 횡행한다.

대표적인 게 “개도국이 미국 같은 거대국가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같은 링에 올라 권투를 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은 쌍방에 모두 이롭다.

경제력 격차와는 상관이 없다.

경제 교과서에도 나오는 비교우위론이다.

물론 자유무역은 경제외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적극적인 자국산업 고도화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치품 수입은 무조건 나쁘다?

‘허영심’에 기반한 사치품은 애당초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치품을 절대적으로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부유층의 외국산 사치품 소비가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 예도 적지 않다.

일정수준의 고급제품 소비층이 형성되면 국내 기업에는 상당한 자극이 된다.

제품 경쟁력과 신기술 개발에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양의 외제 고급차 수입이 국산차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된 게 좋은 사례다.

따라서 사치품 수입과 소비를 윤리적 잣대로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시장에서 모토로라 등 외국산 휴대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 휴대폰과 일본 소니를 따돌린 LG전자의 대화면 TV가 이를 입증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문화재급 건축물들도 당시 기준으로는 엄청난 호화주택들이었다”며 “부자들은 좀 더 근사한 집을 짓도록 하자”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Cover Story] 경제! 오해와 진실
◆개발을 중단하면 환경이 보호된다?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환경재앙으로 인류가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급진적인 환경보호론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회의적 환경주의자들이다.

이들은 환경 파괴보다는 저개발이 인류에게 더 큰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후진국의 강물이 깨끗할 수 없고 가난한 나라의 산에 나무가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오히려 적절한 개발이 인류를 질병과 환경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는 주장도 있다.

덴마크의 국립환경연구소장인 비외른 롬보르는 그의 2001년 저서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급진적인 환경보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환경론자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20세기 들어 인류의 삶이 더 나아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100년간 두 배 이상으로 길어졌고,굶어 죽는 인구가 줄어들었으며 기술 발전이 고질적인 물 부족,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 책은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로부터 입수한 방대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쓰여져 신뢰성을 높였다.

최근의 환경론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온난화 문제도 시급한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CO2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토 의정서도 온난화를 막으려는 국제적인 노력의 하나다.

그렇다고 저개발 미개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환경과 개발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라는 개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은 기업주 탓?

OECD는 지난달 발표한 ‘성장을 향하여’라는 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의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너무 많아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 OECD의 진단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현상이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요구하는 강성 정규직 노조의 이권 투쟁에 번번히 희생 당하는 중소 제조업체들과 여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 기업들은 대기업 강성 노조가 투쟁을 통해 임금을 올릴수록 자신들은 저임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제경쟁을 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으로 줄 수 있는 여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정규직이 더 가져가면 그만큼 비정규직이 몫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해외유학은 국부 유출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22개 회원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의 국제화 능력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57.2%였다.

어학능력에 대해서도 52.5%의 만족도를 보여 인성(47.5%),조직역량(43%) 등에 비해 높게 나왔다.

1990년대부터 해외 어학연수와 유학 등이 늘면서 기업에 새롭게 수혈되는 인재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꾸준이 높아진 결과다.

한국의 평준화된 교육과 정부 통제하에 놓여 있는 대학 교육이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데 주춤하는 사이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 글로벌 역량을 스스로 쌓고 돌아왔다는 얘기다.

물론 해외 유학에는 많은 돈이 든다.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영어와 글로벌 소양 교육이 국내에서 이뤄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낙후된 교육 현실에서 해외 유학생의 증가를 무조건 탓할 것만은 아니다.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토가 좁아 땅값은 필연적으로 오른다?

흔히 한국은 국토가 협소하고 인구는 많아 땅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반도는 아직 넓다.

남한만 해도 면적이 300억평(9만8480㎢)에 달한다.

이 중 도시지역 45억평,준도시지역 3억평 등 도시용 토지는 전 국토의 16%다.

이 중 35억평이 그린벨트니 실제 도시 용도로 사용되는 토지 면적은 4.3%(13억평)에 불과하다.

대부분 선진국은 이 비율이 1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공장부지가 부족하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땅값도 그야말로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공장용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산업용 토지로 공급할만한 땅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무리한 규제로 이를 틀어막아놨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땅값은 금리 경상수지 인구 변화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오르고 내리는 것이지 언제나 반드시 오르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땅값은 10년 정도를 주기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있다.

좁다는 수도권에서도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여지는 크다.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용적률 규제를 풀어 고층 빌딩으로 개발하면 활용도는 몇 배나 올릴 수 있다.

계획을 잘세워 개발할 곳은 개발하고,보존할 곳을 보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기업은 국민 복지에 도움된다?

현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더 이상의 공기업 민영화는 없다는 뜻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당초 민영화법 적용 대상이었던 가스공사 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그대로 공기업으로 남게 됐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의 민영화도 물 건너갔다.

민영화 중단의 표면적인 이유는 가스 전력 공항서비스 등을 경쟁 시스템에 맡길 경우 적정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기업이 부실해지거나 혹은 가격이 급등해 국민들의 복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송유관공사의 민영화 결과를 놓고 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영화 이후 공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됐다거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서비스 질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영화 이후 수천억원에 달하던 부채가 점점 줄고 연간 3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만들어내는 ‘알짜회사’로 탈바꿈했다.

공기업이 부실해지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맡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렇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경쟁 없는 독점의 보호막 속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생각은 않고 직원들의 임금·복지 수준만 제멋대로 올리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는 공기업은 언젠가는 국민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뿐이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