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난이도는 평이했지만 외우듯 공부하면 어려웠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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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시행된 서울대 자연계 모의 논술은 지난해 예시 문항보다 논술 문제로서 좀 더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예시 문항의 제시문들이 짧고 논제와의 연결성이 적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제시문의 내용도 길어지고 논제와의 유기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번 서울대 자연계 모의논술은 교과서의 내용을 제시문으로 활용해 학생들이 접하는 제시문의 난이도는 평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묻는 논제들은 학생들이 얼마나 과학자로서 자질이 있느냐를 평가하고 있기에, 평소 수학과 과학을 외우듯 공부한 학생들은 답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대로 교과서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실험이나 일상 생활에서 갖가지 현상에 적용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실제 [문항3]의 경우 '브라헤―케플러―뉴턴'으로 이어지는 과학의 발전과정이 기술되어 있는데, 문제에서는 이로부터 과학자들의 탐구 과정을 기술하고 더불어 간단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실제 은하의 질량분포 데이터를 분석시키고 있다.

실제로도 과학자들은 어떤 현상을 관찰하기 전에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들을 바탕으로 현상을 예측하고 실제 실험을 수행한다.

만약 예측한 것과 다른 결과들이 나온다면 다른 존재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러면서 새로운 개념이나 물질들을 찾아낸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모의논술 문제는 이 일련의 과정을 학생들이 생각해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한 과학 교과에서 배운 개념을 다른 과학 교과목에 적용하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이 언급하였듯 각 교과의 기본 원리들은 통하는 데가 있다.

생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물리적, 화학적 개념을 적용하는 것처럼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과학들의 통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문항별 분석]

◆문항 1 해설

제시문에서는 게놈 프로젝트를 위한 사용한 DNA분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행렬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데 제시문의 예제를 본다면 그 방법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논제 1]에서는 특수한 행렬을 제시하고 이 행렬이 염기서열의 일치여부에 관한 정보로부터 나온 것이 아님을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제시문의 예제에서 단순히 1개의 DNA조각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려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논제 2]에서는 거울행렬의 개념을 소개하고 가능한 거울행렬은 모두 염기서열의 일치 여부를 나타냄을 설명해야한다.

잘려진 조각을 편의상 1,2,3이라 하면 어떤 연결이든 만들어지는 행렬은 거울 행렬이다.

문제는 1-2연결, 2-3연결, 1-3연결을 기반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조합이 가능한지 여부일 것이다.

위 3개의 기본 연결 중 하나의 연결만 되어 있을 때와 2개의 연결인 경우(제시문처럼 1-2연결 + 2-3연결 = 1-2-3연결인 경우) 쉽게 구성할 수 있으나 하나의 문제는 위 3가지 연결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가능한지만 파악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행렬 성분이 1인 행렬이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

[논제 3]에서는 거울행렬의 성분 중 대각성분은 1이고 모든 i에 대해 (i,i+1), (i+1,i)성분이 1이고 나머지가 0이라면 이는 염기서열의 일치 여부의 정보로 나타낼 수 없다.

인간의 DNA가 선형이라는 점을 고려하자.이 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논제 4]에서는 7개의 조각으로 [논제 3]에서 찾은 행렬과 다른 거울행렬의 존재를 찾아야 한다.

[논제 3]에서는 각 조각이 일렬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인데 [논제 2]에서 언급한 이유를 적용하면 다른 거울행렬의 존재를 찾아낼 수 있다.

◆문항 2 해설

제시문에서는 화학 반응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생체 내의 촉매인 효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논제 1]은 소화제 효능을 실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고 있는데 소화제 자체는 인체에 해가 없으면서 기존의 소화 과정이 빠르고 확실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보조 수단임을 파악하면 될 것이다.

실험은 영양소별로 소화제를 넣었을 때의 분해 여부와 온도와 pH가 각기 다른 환경을 만들어 분해 효율을 관찰한다면 좋은 소화제를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논제 2]는 활성화 에너지가 20% 감소하면 소화과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문제다.

문제에서 언급되었듯이 소화제 덕분에 반응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기존 20kcal/mol에서 20% 줄었으므로 활성화 에너지는 16kcal/mol이 된다.

각 물질의 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반응속도는
[S · 논술 실전 강좌]서울대 2008학년도 모의 논술 (자연계) 해설
만큼 증가한다.

상온에서 T=300K,R=2cal/mol.K라 근사하면 소화제에 의한 반응속도는 기존보다 대략 e 7 배 정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활성화 에너지는 20% 감소했지만 그 소화속도는 수백 배 빠르게 할 수 있다.

[논제 3]은 [논제 2]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다.

만약 반응 속도가 더 빠른 소화효소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논제 2]에서 충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먹은 음식이 소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성분으로 분해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소화기관에서 이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거나 반대로 전체 음식물의 이동이 천천히 이뤄지도록 하는 기능들이 존재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논제 4]는 단 한 개의 폴리펩티드로 구성된 소화제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를 묻고 있다.

실제 폴리펩티드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2개 이상 연결된 화합물로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만약 모든 소화효소에 공통으로 결합하는 폴리펩티드가 존재하고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줄 수 있다면 소화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항 3 해설

뉴턴이 만유인력법칙을 발견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브라헤의 방대한 측정 자료와 케플러의 자료 분석, 그리고 이를 만유인력법칙으로 만들어 낸 뉴턴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 탐구의 과정을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논제 1]에서는 제시문에서 언급한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인 과학 탐구의 과정의 예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적 과학 탐구과정을 기술하라는 것이 문제인데 1학년 과학 과목에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보통 '문제인식→가설설정→탐구 설계 및 수행→자료해석→결론 도출'의 과정을 거치며 각 과정과 제시문의 관련성을 보면 지구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고관이 그릇된 것임을 생각한 문제인식, 지구가 원을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돌 것이라는 코페르니쿠스와 브라헤의 생각이 가설 설정, 이를 위해 천문학 자료를 모으고 사분의를 이용한 별의 관찰이 탐구 설계 및 수행, 브라헤가 죽은 후 케플러의 관측 자료 분석이 자료 해석 마지막으로 자료들을 바탕으로 케플러의 법칙을 세운 것이 결론 도출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논제 2]에서는 제시된 구심력과 만유인력법칙을 안다면 두 식이 같다는 것을 이용하여 태양을 중심으로 반지름 R인 구 내부에 있는 모든 질량을 M이라 할 때 M=Rvc²/G 의 식을 만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거리 R인 곳 천체의 공전 속도를 안다면 반지름 R인 구 내부에 얼마만큼의 질량이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논제 3]은 [논제 2]의 내용을 가지고 실제 나선 은하 내부의 공전 속도를 측정한 실험 결과를 해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측정 결과에서는 거리가 멀어져도 별들의 공전 속도가 일정한데 그 말은 [논제 2]에서 언급한 식에 의하면 눈에 보이진 않는 질량을 가지는 무언가가 존재함을 파악할 수 있다.

◆[문항 4] 해설

우리가 느끼는 매운 맛이 어떤 성분에 의한 것인지 설명하고 이 성분의 화학 구조를 분석해 그 이해를 높이길 요구하고 있다.

[논제 1]에서는 피페린과 캡사이신의 화학 구조를 제시하고 이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원소의 조성과 화학 결합의 원리,결합의 수는 구조도를 보고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과 기름 중 어느 곳에 잘 녹는지의 여부는 화합물의 극성 여부를 가지고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캡사이신의 경우 무극성 분자이므로 물에 녹지 않는다.

그리고 벤젠 구조의 휘발성과 매운 맛과의 연관성을 생각해보자.

[논제 2]에서 더 매운 맛의 화합물을 만들려면 캡사이신과 피페린이 결합하는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어야 하며 휘발성이 더 강하면 좋을 것이다.

[논제 3]에서 매운 맛을 제거하는 데는 물보다 우유가 더 효과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같은 성분이 무극성이라 극성인 물에는 잘 녹지 않지만 유지방과 같은 기름 성분에는 잘 녹기 때문이다.

[논제 4]에서 특정 식물이 진화의 과정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매운 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므로 실제 동물들은 캡사이신이나 피페린을 가지고 있는 식물을 섭취하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다른 종보다 오래 살아남아 종족을 퍼트릴 기회가 많아 유리하다.

김성환 S·논술 선임연구원 ksi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