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죽음까지도 투자 대상

투자는 주식, 채권, 부동산에만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그렇치 않다.

골동품과 유명 화가의 작품, 골프장 회원권에 이르기까지 둘러보면 적잖은 수익률을 올려줄 수 있는 투자대상이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분야들로 들어가면 나름대로 투자대상의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돈’ 날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Global Issue] 펀드 전성시대... 어디까지 왔나


고도로 발달한 금융자본주의 시대,좀 더 구체적으로는 '펀드 전성시대'에 어디 대안이 없겠는가.

전문가의 혜안을 가진 펀드매니저를 잘만 고르면 이들 상품에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와인'(포도주)에다 심지어 '사망'(죽음)까지 투자대상으로 삼는 펀드(또는 채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붐 타고 와인펀드 뜬다

와인에 투자하는 와인펀드는, 의학적으로 레드와인(적포도주)이 몸에 좋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세계적으로 와인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각광받고 있다.

와인가격이 변동하는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와인가격 지수까지 개발됐을 정도다.

2003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와인인베스트먼트펀드'가 대표적인 와인펀드로 꼽힌다.

펀드 자금으로 아직 시판되지 않은 프랑스 보르도 와인 등 고급 와인을 저장고째 사뒀다.

이 와인을 5년 뒤에 팔아 이익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장에서 이 와인을 사겠다고 하는 값(매수호가)을 따져보면,투자금 대비 평가이익이 93%에 달한다.

거의 배로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단순한 수집가들도 투자자들로 변하면서 고급 와인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장 좋은 와인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2005년산 보르도 와인의 경우 아직 시판 전이지만 최근 선물(先物)가격이 병당 800달러를 웃돌고 있다.

보르도 와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샤또 마고(Chateau Margaux)의 2000년산과 2003년산의 판매가격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런던에서 작년 8월 설립된 '파인와인펀드'도 비슷하다.

헤지펀드처럼 고수익을 추구한다.

운용 수수료는 연간 2%. 나중에 얻게 되는 수익에선 15%를 성과 수수료로 뗀다.

투자자로부터 받는 최소 투자금액은 2만달러. 10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우리 돈으로 1억원을 투자해 5년 뒤 1억원의 투자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면 수수료로 총 2500만원(운용 수수료 1000만원+성과 수수료 1500만원)을 떼고 7500만원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와인의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로는 'Liv-Ex 100(런던 인터내셔널 빈티지 익스체인지 100)'을 들 수 있다.

보르도 등 고급 와인의 가격 추이를 반영하는 이 지수는 경제전문 통신사인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상품가격지수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범용화'돼 있다.

지난 1월 말 현재 이 지수는 174.69(2004년 1월=100)로 작년 1월 말(117.57)에 비해 1년 사이 48.6% 급등했다.

와인 투자의 가장 큰 단점은 같은 제품이라도 값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고급품으로 인정받는 2000년산 샤또 오종(Ausone)의 경우 병당 최저 1050달러에서 최고 2336달러까지 거래되고 있다.

아직 시장이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거래되는 와인의 70%가량이 보르도 와인일 정도로 투자대상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프랑스의 다른 지역산이나 이탈리아산,미국 캘리포니아의 까베르네 소비뇽 등도 거래되지만 값은 현저하게 싸다.

이 밖에 와인가치가 높아지면서 가짜 와인이 나돌고 있는 것도 경계할 점이다.

◆월가에는 '사망채권'까지 등장

세계 금융경제 수도인 미국 뉴욕 월가에서는 최근 '죽음'에 투자하는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른바 '사망채권'(death bond)으로 불리는 채권 발행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망채권이란 주로 생명보험 회사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만기까지 보험 가입자의 사망률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에게 일반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해 준다.

그러나 사망률이 사전에 정한 기준을 넘어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 경우 투자자들은 이자는 고사하고 때로는 원금까지도 일부 떼일 수 있기는 하다.

사망채권의 주된 투자자는 헤지펀드들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채권은 전염병이나 대형 참사 등 돌발 사태만 없다면 다른 투자수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이나 일반 채권과 달리 각종 경제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이 채권이 가진 매력이다.

이처럼 채권 발행자와 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사망채권 발행액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이나 사망률과 연계돼 발행된 사망채권 발행액은 54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그전 4년간 발행 총액이 67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 내 급증한 것이다.

올해 안에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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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펀드... 헬스케어펀드... 등 다양

■우리나라 이색 펀드들

우리나라에서도 독특한 투자처와 투자 대상에 주목하는 펀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가방으로 유명한 루이비통, 초고가 승용차 브랜드인 포르쉐 등의 기업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요즘 각광받는 건강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가 대표적이다.

럭셔리펀드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달 14일 우리CS운용은 주식형펀드인 '글로벌 럭셔리펀드'를 선보였다.

자산의 60% 이상을 루이비통, 카르티에, 포르쉐 등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지난달 20일 '기은SG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펀드'를 선보였다.

프랑스 금융회사인 소시에테제네랄운용이 2002년부터 굴리고 있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펀드'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최소 가입금액은 10만원이니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 보면 경제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작년 12월부터 '한국 월드와이드 럭셔리 종류형 주식 P-1(A)'을 운용, 지난 주말 현재 4.3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헬스케어 펀드도 유망하다.

세계적 제약회사와 헬스케어 전문회사, 바이오기술 업체에 주로 투자한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Pru 글로벌 헬스케어 주식 1-A 펀드'는 작년 7월 설정된 이후 현재 수익률이 17%에 달한다.

이 밖에 선박을 임대해 수익을 얻으려는 '선박투자펀드', 미술품 골동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도 해당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