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산업 혁명 이후 비약적인 물질 발전을 이루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하지만 사람들 간의 소통을 약화시키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나타난 현대인은 더 빨리,더 많은 일을 하길 원하며 패스트푸드를 입에 물고 쉼 없이 일을 하고, 서류 뭉치를 들고 거의 뛰다시피 거리를 다닌다. 잠을 줄일 수 있는 약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사례도 있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점점 일에 종속되고 자신 스스로와의 소통도 없이 그저 '바쁜 사회'에 편입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 간 소통이 단절되는 가장 큰 원인은 디지털 기기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MP3를 들고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고, PMP로 영화를 보면서 세상과 단절된다. 혹자는 휴대폰 같은 경우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소통을 증가시킨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소통'이란 단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안부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성찰에서 비롯되는 인격 대 인격,그리고 인간을 감싸고 있는 세상을 깊이 있게 인식하고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기의 발전은 우리의 소통을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한 정보 사회는 가상 세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의 일차적인 문제는 피상적인 관계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가상 세계에서는 익명성이 전제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소통을 하기가 현실 세계보다 훨씬 어렵다. 더욱이 사람들이 가상적인 문화에 젖어 그에 지배된다면 우주와의 균형을 잃는다는 것이다.

가상 문화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가 매우 어렵고 그렇게 되면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게 되고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다가오는 정보 사회에 대비해 깊이 있는 소통이 사라져 가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안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죽어가는 인문학을 소생시키는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실속적, 현실적 학문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인문학은 점점 사장돼 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우주 전반의 문제, 인간 자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는 인문학은 과거보다 앞으로의 사회에 더욱 필요한 학문이다. 인문학도가 되어 인문 지식을 쌓으라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스스로 점점 희미해져 가는 소통과 진실한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잃어버린 연결 고리를 찾으러 나서야 할 때다.


고은빛 생글기자(경기 고양외고 3년) koeunbi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