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에게 친구를 소개시킬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 케이블TV 방송의 교양 프로그램에 나온 강사가 자신이나 남을 소개하는 법에 관해 설명하면서 '소개시키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상황별로 다양한 소개 법을 다뤄 내용은 유익했지만 옥에 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소개시키다'란 표현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말들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회사에 좀 늦게 도착했더니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는 거야. 그래서 주차시키느라 애 좀 먹었어." "배고픈 차에 밥을 너무 많이 먹어 소화시키려면 한참 있어야 해."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표현은 모두 바른 우리 말법이 아니다.

'-시키다'를 잘못 썼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 '시키다'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우선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 "철수에게 일을 시켰다." "영수에게 공부를 시켰다." 이런 말은 '시키다'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란 뜻이다.

이때는 타동사로 쓰인 것이다.

또 하나는 접미사로서의 쓰임새가 있다.

이 때는 '-하다'가 붙을 수 있는 말에 붙어 사동(使動)의 뜻을 갖게 해준다.

사동이란 어떤 주체가 제3의 대상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에서 사동의 의미를 주는 표현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이,히,리,기' 등과 같은 사동접미사를 붙여 사동사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먹다,넓다,늘다,옮다'에서 '먹이다,넓히다,늘리다,옮기다'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어간에 '-게 하다'를 붙이는 방법이 있다.

'먹게 하다,넓게 하다'와 같은 꼴이 그것이다.

셋째는 '-시키다'를 붙여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사동 용법 오류는 이 '-시키다'를 무심코 아무 곳에나 붙이는 데서 발생한다.

문장 속에서 '-시키다'형의 동사가 나올 때는 주어 외에 실제 행위를 담당하는 또 다른 행위 주체가 있게 된다.

예컨대 '(상품을)개발하다'와 같은 말은 이 말을 이끄는 주어가 하나이지만 이를 '개발시키다'로 바꾸면 '(누군가에게 시켜)개발하게 하다'라는 의미가 돼 '개발'의 실제 행위자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시키다'의 오류는 대개 이 차이를 무시하고 '-하다' 형태로 써야 할 말에 습관적으로 '-시키다'를 붙이면서 발생한다.

예컨대 자신이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고 한다면 이는 '다른 사람에게 시켜 주차했다'는 뜻이 된다.

흔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킨다'라고 하지만 누구에게 시켜 소화하게 하는 게 아니므로 잘못 쓰는 말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은행에 돈을 넣었으면서 '오전에 입금시켰다'라고 하면 '누군가를 시켜 입금하게 했다'라는 뜻이 된다.

'접수(接受)'란 말의 용법도 고민거리다.

이 말은 '(무언가를)받는다'는 뜻이다.

쓰이는 상황에 따라 '접수하다,접수되다,접수시키다'가 모두 가능하다.

가령 대학에서 입학원서를 받는 상황이라면,'접수했다'라는 말의 주체는 언제나 '대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원자들이 막판까지 눈치작전 끝에 원서를 접수했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물론 틀린 표현이다.

'접수했다' 자리에 '접수시켰다'를 쓰기도 하는데 이 역시 옳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대학으로 하여금 원서를 접수하게 했다'란 뜻이 돼,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니다.

'지원자가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게 하다'라는 상황을 설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접수시키다'란 말이 바르게 쓰이는 상황을 굳이 만들자면 '대학 당국은 창구 직원에게 마감시간을 한 시간 연장해 접수시켰다'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 '접수'라는 단어는 지원자를 주체로 해서는 쓸 수 없는 말이다.

지원자를 주어로 쓰고 싶을 때는 상황에 따라 '내다,제출하다,보내다,응모하다' 따위를 적절히 골라 써야 한다.

이제 맨 첫 문장이 왜 잘못 됐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은 '내가 (나의)친구를 윗사람에게 소개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를 '소개시키다'라고 하면 엉뚱하게 '윗사람으로 하여금 (나의)친구를 소개하게 하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