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술 유형-방향은 정해졌다
지난 22일 실시된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는 인문계의 경우 지난해 예시문항들보다 문제로서의 완결성이 다소 보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험생들이 전보다 편하게 느낄 수 있게 구성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발표된 1,2차 예시문항이 한 개의 대단히 긴 제시문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묻는 등 형태 면에서의 실험성이 그 특징이었던 데 반해,이번 모의고사에서는 교과서 제시문을 통해 논리적 상상력과 비판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형태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모의 논술시험은 또 (가)형과 (나)형으로 나뉘어 치러졌는데 성삼문의 절명시를 제시한 문항의 포함 여부만 달랐다.
이는 수험생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문항과 답안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를 출제하면서 소요시간을 점검하는 일은 출제 위원들에게는 난이도 조정과 함께 사실상 맨 나중에 하는 일이다.
따라서 올해 서울대 논술은 이번 모의 논술고사의 문항구성 형식을 따라 출제된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요구 답안의 분량이 아주 길어진 점도 특징이다.
(나)형 기준으로 무려 4600자의 답안을 요구하고 있다.
2008학년도 정시전형에서 사실상 논술이 당락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되어있고 한 번의 시험으로 당락이 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문항 수와 전체 답안의 양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이번 모의고사에 대한 평가기준을 공개하겠다고 서울대 측이 밝힌 점이다.
오는 3월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논술교육을 실시하는 교육 기관들이 통합논술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비판적 사고력
이번 모의고사 문항들의 특징은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생글생글 84~86호 통합논술 지상설명회 참조).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이자 EBS 논술연구소장이기도 한 김영정 교수가 여러 차례 기고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통합논술이 지향하는 교육과정은 논리적 사고,과정중심 학습,영역전이 학습,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네 가지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모두 묶어서 부르는 용어가 '비판적 사고'다.
논술에서의 '비판적 사고'는 ①문제점을 발견하고 ②문제의 발생 원인을 해명한 다음 ③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안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비판이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답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보자는 것이 소위 비판의 기준이다.
【해설】서울대 모의 논술 문제의 제시문들과 질문의 구성 및 출제 의도를 파악하면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차근차근 생각해보자.문항번호는 네 개의 문항이 모두 제시된 인문계 (나)형을 기준으로 한다.
[문항 1]은 성삼문의 절명시(絶命詩)에 나타난 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질문하고 있다.
흔히 문학작품에 대한 감상문이라면 독자의 느낌을 묘사하는 글쓰기를 생각하기 쉬운데,이 문항이 요구하는 것은 감상문보다는 평론(評論)적 글쓰기다.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을 잘 들여다 보면 이미 작가와 작품,시대적 상황,그리고 독자의 상호작용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보다 창작적인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점이 문제일지는 몰라도,이번 모의고사 문항에 답하기 위해서는 시대 배경에서부터 작자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 지식도 필요하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님들은 이 문항에 어떤 답을 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니 학생 여러분들도 당황할 이유는 없다.
"죽음의 목전에서 죽음까지도 초월해가는 작자"라고 써나가도 좋고 "죽음에 대한 불안, 삶에 대한 회한"으로 쓰기 시작해도 좋다.
어차피 이런 유형의 문제는 답이 없다.
학생들이 평소에 느끼는 죽음과 삶,정의로운 희생 등에 대한 태도와 이들 주제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을 보자는 것일 뿐이다.
[문항 2]는 보다 직접적으로 토론과 비판적 사고과정에 대해 묻고 있다.
제시문으로는 직접민주주의 대신 간접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밝히고 이러한 제한 조건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극복될 가능성이 암시된 글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자치와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글들이 주어졌다.
질문이 각 주장의 공통점과 각 주장들에 대한 반론,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이상적 민주주의의 실현 방안을 묻고 있다.
논점을 제시하고 결론을 끌어가는 전형적인 논리 과정을 담고 있다.
[문항 3]은 수학적·통계적 지식을 이용해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비판하여,통계의 올바른 이해와 해석에 대해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제시문 (가)의 사례에서 조사대상을 적절히 선정했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 있다.
교과 지식을 이용하자면 조건부 확률개념을 이용해 설명하면 된다.
또 그 성과를 이용해 제시문 (나)의 사례에 나타난 판단을 비판하고 이런 잘못된 확률판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를 답하면 되겠다.
이 문항은 주어진 주장에 대한 비판을 위해 수학적 추리(조건부 확률)를 동원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인문계 학생들도 모두 배우는 <수학 Ⅰ>의 내용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통합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학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정도의 공부는 인문계 학생들도 반드시 해야 겠다.
[문항 4]는 서울대 특유의 역사소재 문제다.
역사,특히 국사를 소재로 삼은 문제는 지난해 예시문항에도 등장했고,수시·정시 논·구술시험에서도 계속 등장했다.
과거의 역사적 상황을 오늘의 상황과 비교 해석하는 과정에서 당시의,혹은 오늘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문제의 발생 원인 및 대책을 생각해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역으로 오늘날의,혹은 당시의 올바른 대안을 요구하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문항도 또한 위에서 설명한 '비판적 사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이 마음껏 답안을 작성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쉰 다음 자신이 생각하는 시대의 해법을 마음껏 써내려 가면 된다.
◆토론을 해보는 것이 중요
위 문항별 설명을 종합하면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지만,비판과 토론이 통합논술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특히 이번 모의고사 문항과 같은 문제 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교과서 읽기,자유롭고 심도 있는 토론 등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서를 읽건,신문을 읽건,"왜?"라는 질문과 "꼭 그런가?"하는 의심을 달아보는 것이 좋다.
또 발견된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 교과지식을 총동원해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또,토론 모임에서 서로의 견해를 반박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이번 모의고사 문항들의 세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감안하면,토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 아닌 산문을 써야
글쓰기의 형태로 설명하자면 이번 서울대 모의고사는 문항 1을 제외하면 문학창작 식의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학생들은 좀더 명확한 논리적 글쓰기를 연습하는 쪽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시를 쓰기보다는 논리적이고 냉정한 산문을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정해진 분량이 이미 넘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윤대경 에듀한경 논술연구소장 ydkby@nonsul.com
지난 22일 실시된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는 인문계의 경우 지난해 예시문항들보다 문제로서의 완결성이 다소 보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험생들이 전보다 편하게 느낄 수 있게 구성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발표된 1,2차 예시문항이 한 개의 대단히 긴 제시문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묻는 등 형태 면에서의 실험성이 그 특징이었던 데 반해,이번 모의고사에서는 교과서 제시문을 통해 논리적 상상력과 비판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형태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모의 논술시험은 또 (가)형과 (나)형으로 나뉘어 치러졌는데 성삼문의 절명시를 제시한 문항의 포함 여부만 달랐다.
이는 수험생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문항과 답안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를 출제하면서 소요시간을 점검하는 일은 출제 위원들에게는 난이도 조정과 함께 사실상 맨 나중에 하는 일이다.
따라서 올해 서울대 논술은 이번 모의 논술고사의 문항구성 형식을 따라 출제된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요구 답안의 분량이 아주 길어진 점도 특징이다.
(나)형 기준으로 무려 4600자의 답안을 요구하고 있다.
2008학년도 정시전형에서 사실상 논술이 당락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되어있고 한 번의 시험으로 당락이 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문항 수와 전체 답안의 양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이번 모의고사에 대한 평가기준을 공개하겠다고 서울대 측이 밝힌 점이다.
오는 3월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논술교육을 실시하는 교육 기관들이 통합논술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비판적 사고력
이번 모의고사 문항들의 특징은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생글생글 84~86호 통합논술 지상설명회 참조).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이자 EBS 논술연구소장이기도 한 김영정 교수가 여러 차례 기고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통합논술이 지향하는 교육과정은 논리적 사고,과정중심 학습,영역전이 학습,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네 가지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모두 묶어서 부르는 용어가 '비판적 사고'다.
논술에서의 '비판적 사고'는 ①문제점을 발견하고 ②문제의 발생 원인을 해명한 다음 ③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안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비판이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답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보자는 것이 소위 비판의 기준이다.
【해설】서울대 모의 논술 문제의 제시문들과 질문의 구성 및 출제 의도를 파악하면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차근차근 생각해보자.문항번호는 네 개의 문항이 모두 제시된 인문계 (나)형을 기준으로 한다.
[문항 1]은 성삼문의 절명시(絶命詩)에 나타난 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질문하고 있다.
흔히 문학작품에 대한 감상문이라면 독자의 느낌을 묘사하는 글쓰기를 생각하기 쉬운데,이 문항이 요구하는 것은 감상문보다는 평론(評論)적 글쓰기다.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을 잘 들여다 보면 이미 작가와 작품,시대적 상황,그리고 독자의 상호작용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보다 창작적인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점이 문제일지는 몰라도,이번 모의고사 문항에 답하기 위해서는 시대 배경에서부터 작자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 지식도 필요하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님들은 이 문항에 어떤 답을 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니 학생 여러분들도 당황할 이유는 없다.
"죽음의 목전에서 죽음까지도 초월해가는 작자"라고 써나가도 좋고 "죽음에 대한 불안, 삶에 대한 회한"으로 쓰기 시작해도 좋다.
어차피 이런 유형의 문제는 답이 없다.
학생들이 평소에 느끼는 죽음과 삶,정의로운 희생 등에 대한 태도와 이들 주제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을 보자는 것일 뿐이다.
[문항 2]는 보다 직접적으로 토론과 비판적 사고과정에 대해 묻고 있다.
제시문으로는 직접민주주의 대신 간접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밝히고 이러한 제한 조건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극복될 가능성이 암시된 글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자치와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글들이 주어졌다.
질문이 각 주장의 공통점과 각 주장들에 대한 반론,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이상적 민주주의의 실현 방안을 묻고 있다.
논점을 제시하고 결론을 끌어가는 전형적인 논리 과정을 담고 있다.
[문항 3]은 수학적·통계적 지식을 이용해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비판하여,통계의 올바른 이해와 해석에 대해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제시문 (가)의 사례에서 조사대상을 적절히 선정했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 있다.
교과 지식을 이용하자면 조건부 확률개념을 이용해 설명하면 된다.
또 그 성과를 이용해 제시문 (나)의 사례에 나타난 판단을 비판하고 이런 잘못된 확률판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를 답하면 되겠다.
이 문항은 주어진 주장에 대한 비판을 위해 수학적 추리(조건부 확률)를 동원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인문계 학생들도 모두 배우는 <수학 Ⅰ>의 내용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통합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학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정도의 공부는 인문계 학생들도 반드시 해야 겠다.
[문항 4]는 서울대 특유의 역사소재 문제다.
역사,특히 국사를 소재로 삼은 문제는 지난해 예시문항에도 등장했고,수시·정시 논·구술시험에서도 계속 등장했다.
과거의 역사적 상황을 오늘의 상황과 비교 해석하는 과정에서 당시의,혹은 오늘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문제의 발생 원인 및 대책을 생각해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역으로 오늘날의,혹은 당시의 올바른 대안을 요구하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문항도 또한 위에서 설명한 '비판적 사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이 마음껏 답안을 작성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쉰 다음 자신이 생각하는 시대의 해법을 마음껏 써내려 가면 된다.
◆토론을 해보는 것이 중요
위 문항별 설명을 종합하면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지만,비판과 토론이 통합논술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특히 이번 모의고사 문항과 같은 문제 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교과서 읽기,자유롭고 심도 있는 토론 등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서를 읽건,신문을 읽건,"왜?"라는 질문과 "꼭 그런가?"하는 의심을 달아보는 것이 좋다.
또 발견된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 교과지식을 총동원해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또,토론 모임에서 서로의 견해를 반박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이번 모의고사 문항들의 세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감안하면,토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 아닌 산문을 써야
글쓰기의 형태로 설명하자면 이번 서울대 모의고사는 문항 1을 제외하면 문학창작 식의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학생들은 좀더 명확한 논리적 글쓰기를 연습하는 쪽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시를 쓰기보다는 논리적이고 냉정한 산문을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정해진 분량이 이미 넘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윤대경 에듀한경 논술연구소장 ydkby@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