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린이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가 개봉되면서 공소시효 폐지 주장이 다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배경이 된 사건은 1991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유괴된 9살 어린이 이형호군이 44일 만에 한강 배수로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함께 3대 영구 미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작년 1월 29일 15년의 공소시효는 만료되었고, 사건은 영원한 미궁 속으로 빠졌다.

공소시효란 일정한 기간이 지나고 나면 사건의 실체법상 형벌권을 폐기하는 제도이다. 공소시효의 기간은 범죄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이다.

형법 상 공소시효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의 증거는 소멸되고 수사 기간 중 쌓이게 되는 다량의 업무 해결이 어려워 진다는 이유로 생긴 제도이다.

그렇지만 이 제도로 인해 수많은 패륜적 범죄자들이 공식적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과 10차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각각 작년 3월과 4월에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

우리나라의 공소시효는 외국에 비해 현저히 짧다.

독일은 1965년부터 특별법을 제정해 반인도적 국가 범죄에 대해 꾸준히 공소시효를 연장하다가 1979년에 인종학살,대량 살인,계획 살인 등의 패륜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했다.

미국도 연방법 상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고, 가까운 일본도 살인죄 공소시효를 25년으로 늘렸다.

우리나라의 공소시효가 짧은 것은 과학적 수사가 불가능하던 시절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년 10월 프랑스인 서래 마을 영아 유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밝혀 냈을 정도로 우리의 수사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 능력에 맞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이 때문에 2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재검토될 예정이다.

공소시효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배무열군(서울교대1)은 "공소시효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법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내는 맹점이 되고 있다"며 "현대의 과학수사가 실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시대에 맞게 고쳐 법의 정의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영군(성균관대1)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범죄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이 지나 해결의 가능성이 적은 사건에 수사력을 소진하는 것은 낭비라고도 볼 수 있다.

영화가 조성한 감정적인 부분에 치우쳐 범죄의 효율성을 위한 공소시효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윤선우 생글기자(서울대 사회과학대 07년 입학) swyou_k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