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생님의 역할

흔히 교과목을 넘나드는 통합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쪽은 학생보다는 선생님들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하루에도 여러 과목을 공부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미 과목 통합적 환경에 노출돼 있는 반면,선생님들은 본인이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이런 문제의식은 그 자체가 토론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에 대한 오해에서 생기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선생님은 배경 지식은 물론 예시문제에 대한 접근법 제시,정확한 사고의 전개를 보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학습 결과를 보여주고 '내가 어떻게 했는지','너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이다.

이런 선생님에게는 정리 능력,전달력이 더 중요했다.

반면,토론수업 선생님은 일종의 경계표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그 경계 안에서 자유롭게 헤매다가 문제를 발견·정리하거나,문제를 해결 또는 실패하거나,때로는 문제점만 정리하고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학생들의 사고력이 성장하기 위해 거쳐가야 할 과정이므로,선생님이 절대로 자신의 결론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감정적인 충돌 상황까지도 학생들이 스스로 풀 수 있도록 지켜봐줘야 한다.

심지어 학생들이 자발적인 토론에 익숙하지 않아 몇 분씩 침묵을 유지할 경우에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이 침묵의 시간을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전통적인 일방적 수업방식에 대한 '향수'에 불과하다.

자발적으로 침묵을 깨기 위해 학생들이 정서적이고 지적인 활동을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특히 유념할 것은 학교 선생님들은 권위에 의존하는 수업방식에 익숙한 경우가 있는데,그런 분위기에서는 절대로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생님부터 마음을 열고,듣고 배려하고 지켜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2.토론 수업

<표 1>은 사고활동이 언어로 발현되는 양상을 표현한 것이다.

전통적인 학교수업은 표현을 전제하지 않은 이해에 치중해왔고,특히 읽기에 대단히 편중돼왔다.

이런 학습환경에서는 말하기 위해 듣고,쓰기 위해 읽는 전략적 사고활동이 억제될 수밖에 없다.

또 구어보다는 문어를 중심으로 학습함으로써 의사소통 속도가 늦은 것은 물론 정서적 소통의 부재라는 문제도 함께 드러내왔다.

논술세대는 창의력과 소통의 세대이다.

따라서 읽기와 쓰기보다는 듣기와 말하기를,듣기와 읽기보다는 말하기와 쓰기를 훈련해야 한다.

결국 토론식 수업이 답이다.

만약 토론식 수업이 어렵거든 문답식 수업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토론은 논쟁과 동의어가 아니라 논쟁을 포괄하는 말이다.

흔히 토론수업이 잘 안 된다는 경우에 그 이유를 자세히 들어보면 억지로 처음부터 대결구도를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협동과제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

협동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그 방법의 적절성과 효율성을 놓고 논쟁이 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과제수행을 주도할 사람을 선정하기 위한 사전토론이나,학생들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누어 경쟁적으로 과제수행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단 논쟁의 구도가 형성되면 입장을 취하는 학생의 수에 따라 일대일,일대다,다대다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면 된다.

3.자료 수집

흔히 논술수업이라면 인간 본성론,진리문제,인식론처럼 철학적 주제를 중심에 놓고 그 내용을 꾸미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2008학년도 이후 통합논술고사 예시문제들은 이런 철학적 주제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특정 소재를 중심으로 교과서 내용을 종횡으로 엮어 출제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수업도 소재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방향과 깊이로 나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이 방향과 깊이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해내도록 맡겨두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능력이나 의욕이 아직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선생님이 의도를 가지고 자료를 배치하는 방식의 수업자료를 제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소재를 정했으면 그 소재가 어떻게 각 교과목에서 등장하는지를 담당 선생님들이 분담하여 정리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소재는 자연과학 쪽에서 정할 수도 있고,인문학 쪽에서 정할 수도 있다.

다음은 특정 소재를 중심으로 수업자료를 형성한 예이다.

■인문소재-낙서

-주제: 금기(taboo)로 읽는 욕망과 규범

-내용: 낙서의 어원과 역사,낙서의 동기,욕망과 통제의 숨바꼭질,문화권별 낙서

-인문학적 의미: 욕망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욕망의 심리·사회적 기능

-수학적 의미; 욕망의 변화주기와 계기,인센티브에 의한 사회통제의 방법

-관련 교과; 사회문화,경제,수학,윤리와 사상



■과학소재-플라스틱

-주제; 플라스틱의 고분자화합물로서의 특성과 파급효과

-원리; 고분자화합물의 종류와 구체적 특성에 대한 이해

-과학적 의미; 고분자화합물의 특성과 그 유용성에 대한 이해

-사회적 의미; 자연과 인간의 관계의 질적 변화,즉 천연 고분자화합물을 인공 고분자화합물로 대체하면서 나타나는 경제·문화적 파급효과,환경에 비가역적 변화 초래, 과학의 자연 모방(재현)으로서의 특성(예술과 과학의 동일성)

-관련 교과; 공통과학,화학,사회문화,경제,인간과 환경,윤리와 사상



■과학소재-온도계

-주제: 온도계의 목적,원리,파급효과

-종류: 물온도계,수은주,금속온도계,광학온도계,저항온도계

-원리: 열에 따라 물리상태(부피,열전도율,휘도 등) 변화의 정도로 온도를 표시

-과학적 의미: 온도와 열에너지의 관계,온도측정에 적합한 물질의 조건은 무엇인가,연속적 물리량을 수치와 단위로 표시할 때의 장점과 한계

-사회적 의미: 온도를 알기 전의 삶과 이후의 삶의 변화

-관련 교과: 공통과학,물리,화학,수학



4.조사활동 및 토론

수업소재 <낙서>를 예로 들면,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

①숙제: 화장실 낙서 베껴오기, 베낀 낙서들의 공통점 3가지 정리하기,자기 노트의 낙서 베껴오기, 노트 낙서와 화장실 낙서의 공통점과 차이점 3가지 정리하기 (숙제의 목적:재미,충격,새롭게 보기,추론과 의도파악,문화적 맥락의 이해)

②발표: 남·녀 화장실 낙서의 공통점과 차이점,화장실에 낙서하는 이유,낙서의 내용

③문제제기·협동작업;예컨대 채록 낙서의 대표성에 대한 시비 등의 문제제기,혹은 협력

③문제의식(논점) 도출; 금기와 욕망,통제의 필요성

조사발표와 문제제기 등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때 논쟁을 벌이는 학생들은 조사과정에서 스스로 형성한 인간욕망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논쟁을 저지하지 말고 계속 진행하면 토론수업으로 바로 이어진다.

5.출제 기타

통합적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은 스스로 통합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학문적 경험이나 하나의 학문에 대한 깊은 소양을 갖고 있어야 하고,사고의 정합성과 체계성 및 일반적이고 특수한 사고전개의 양상에 대한 경험도 풍부해야 한다.

또 학습모델을 개발하는 사람은 학생들과의 수업 경험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익숙해야 하며,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는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 교사가 소재 발굴부터 수업설계,수업진행,출제까지 다 처음부터 잘 하기는 어렵다.

사실 토론수업을 해본 사람이 토론 수업설계도 되고,통합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 통합문제도 잘 낸다.

교사들끼리도 토론클럽을 결성해 수업 전에 자료를 가지고 미리 토론을 해보시기를 권한다.

최근 들어 교육의 소재와 형식이 변하는 것은 단순히 대학 입시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세계적인 추세다.

아니,그렇게 흘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공·사교육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학교 선생님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필요하고,학원은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해 경쟁력 있는 학습모델을 개발해 제공하는 보조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에 ㈜에듀한경은 생글생글 지면과 홈페이지(www.sgsgi.com)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형별 통합논술 문제와 토론수업 자료 등을 제공해 공·사교육이 상호보완적으로 통합적 수업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하도록 하고자 한다.

<에듀한경 논술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