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아침.대입학원이나 공무원시험 준비학원 학원생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 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부분의 학원생들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일부러 다른 곳을 쳐다보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간다.

할당받은 분량의 전단지를 나눠주려는 사람들과 이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 간의 암묵적인 전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변 건물 벽에는 전단지와 광고물들이 몇 겹으로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렇게 붙어 있는 전단지를 유심히 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노량진의 한 학원을 다니고 있는 한수아양(18)은 "아침에 학원가는 것도 바쁜데 전단지 손에 들고 가는 거 짜증나죠.솔직히 저 같은 학생한테 필요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받으면 거의 바로 버려요"라며 무분별한 전단지 배포에 불만을 터트렸다.

노량진 학원가 주변에선 20여명의 아주머니들이 평균 1시간에 100장씩,하루에 2~4시간가량 전단지를 배포한다.

이렇게 매일 전단지가 수천장씩 뿌려지다 보니 거리 미관이 엉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량진 동사무소에서 나온 서너명의 환경미화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청소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면서,이른바 '친절봉사'를 내세워 형식적인 단속에만 그치고 있는 구청의 태도를 비판했다.

"말도 말아요.

매일 떼고 붙이고….길거리를 정리하는 전쟁이나 다름없어요.

전단지나 벽보의 경우 원칙적으로 허가를 받은 규정된 장소에 붙여야 한다.

전단지가 21장이 넘어갈 경우 한 장에 1만원씩 과태료가 부과되지만,생활형편이 어려워 전단지를 나누어 주러 나온 아주머니들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것도 곤란하다.

이와 관련,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강원도 원주시는 불법 광고물 단속 자율봉사대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옥외 광고물 등을 부착할 수 있는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 제한을 고시해 무분별한 홍보성 광고물을 일괄 정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더불어 구청,동사무소 등 관할 자치단체들은 '자치(自治)'란 의미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법 전단지 공해는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승철(울산성신고 2년) 김진수(서울영신고2년)생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