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내가 작년에 졸업했던 학교다." 글에서든 말에서든 이런 형태의 문장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어색한 부분이 있다.

'-던'의 쓰임새가 이상한 것이다.

'-던'은 흔히 회상 시제로 불리는 '더'에 관형어미 'ㄴ'이 붙은 형태다.

이 말은 과거 시제를 나타내지만 의미 기능이 특수해 제한적으로 쓰이는데,이를 아무 데나 붙이는 경향이 있다.

'-던'의 의미와 쓰임새는 보통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과거를 회상하는 뜻을 담고 있다.

'그 아름답던 고향 산천','어렸을 때 자주 들렀던 곳'과 같이 쓰일 때 제격이다.

둘째는 과거의 상태나 행위에서 벗어나 지금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암시한다.

과거의 상황이되,완결되지 않고 중단됐음을 함축한다는 뜻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과거에 동작이 완료된 상황에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던'을 과거 미완의 시제라 부르기도 한다.

맨 처음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은 까닭은 '졸업'이란 행위가 과거에 이미 완료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즉 단순한 과거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미'-ㄴ'을 써서 '졸업한 학교'라고 한다.

동사에서 어미 '-ㄴ'은 과거 시제를 나타낸다.

이제 다음 문구들이 왜 어색하고 어떻게 써야 바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일 시작됐던 수능 원서 접수가','어제 만났던 사람','총리를 지냈던 사람','어제 먹었던 음식이 체했다.' 이들은 각각 '지난 2일 시작된…','어제 만난…','총리를 지낸…','어제 먹은…'이라고 할 때 훨씬 자연스럽다.

'수능 원서 접수' 사실은 발화 시점보다 앞선 지난 2일 이미 시작된(완료된) 것이고 특별히 회상하는 상황도 아니므로 '시작됐던'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던'을 남발하는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