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TV 아나운서들의 잇단 '프리' 선언을 계기로 프리랜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리랜서(본래 영어로는 free lance,한국에선 freelancer로 통용)란 본래 어떤 영주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free) 창기병(槍騎兵:lance)',즉 중세 유럽의 용병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들은 보수를 받고 이곳저곳의 영주와 계약을 맺고 그 고용주를 위해 싸웠다고 한다.

지금의 프리랜서는 어느 한 곳에 전속되지 않은 자유 계약 근로자나 전속되지 않은 자유기고가,또는 전속되지 않은 가수·배우 등으로 국어사전에 정의돼 있다.

이들은 1인 기업가,프리 에이전트 등으로도 불린다.

다시 말해 프리랜서는 특정 직장이나 집단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갖고 직업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사례가 개인택시 기사일 것이다.

택시회사에 속한 운전기사들의 가장 큰 꿈이 개인택시를 모는 것일 만큼,개인택시 기사는 한 직장에 속하지 않은 개인사업자인 셈이다.

출판 분야에서도 단행본을 내는 출판사들은 출판 기획을 아웃소싱(외부에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출판사에 속하지 않으면서 일을 맡긴 출판사를 위해 일하는 출판기획자도 프리랜서다.

또한 별도 사무실 없이 집에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하는 온라인 강사도 프리랜서의 일종이다.

프리랜서 관련 사이트에 가면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만도 회원 수가 5만명에 이를 정도다.

더욱이 조만간 국내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비(非 )전 속제(프리랜서제)가 도입되면 의사들 중에도 프리랜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정부가 의료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의사들이 병·의원을 개설하지 않고도 비전속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며 진료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기자)들이 힘든 현장에 가서 취재해 원고를 언론사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활동이 활발하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는 왜 생기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프리랜서 붐은 세계적인 추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경영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인 피터 드러커는 "1인 기업은 대세(the general trend)이고,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는 모두 이것을 알고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 에라노바연구소의 리처드 샘슨 소장도 "앞으로 대기업은 거의 사라지고 프리랜서나 1인(또는 극소수)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해 노조도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프리랜스 증가 현상은 고용구조의 변화에서도 비롯된다.

노동시장이 더욱 유연화되면서 내부 노동시장(예컨대 기업)의 보호장치가 훨씬 느슨해지고,근로자 입장에서는 내부 노동시장에 속해 있는데 따른 편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런 경우 사용자(기업주)들은 정규직 고용 대신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게 되므로,임시 고용이 풀타임 고용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기 퇴직이란 국내 취업현실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60%가 다시 일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평생직업을 가지려는 욕구는 크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55∼79세 고령자 가운데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는 12%에 불과하며,평균 퇴직연령은 만 54세로 조사됐다.

조직에서 정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자신의 갈 길을 찾아 나서면서 프리랜서가 증가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최근 프리터(freeter)라는 신조어로 대표되듯 취업이 안돼 프리랜스와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프리랜서 증가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프리터란 '자유로운(free) 근로자(arbeiter)'란 의미로 일본에서 만든 신조어인데,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취미 활동 등에 몰두하는 젊은층을 가리킨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일본형 프리터'와 달리 '한국형 프리터'는 취업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시간제 임시직)에 종사하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생계형 비정규직'이다.

프리랜서란 직업의 장점은 직장·조직이란 구속(울타리) 아래 부속품과 같은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고,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조직을 떠나는 순간 그동안 직장 속에서 누리던 지위나 노하우 등이 소용이 없어지는 등의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그리고 직장 안에 있을 때는 직장에서 일거리를 줬지만,프리랜서가 되면 스스로 영업력을 발휘해 일거리를 찾아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실제로 프리 선언한 아나운서들의 일거리가 갑자기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방송국 입장에선 조직 충성도가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프리랜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기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프리랜서는 조직 내 직업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난 시간을 스스로 안배하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프리랜서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남들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독특한 면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프리랜서에게 일거리를 주고 지원을 해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관리해야 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학습하면서 자기발전을 꾀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셀프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은행 계좌가 그 사람의 신용 상태를 나타내듯 프리랜서는 자신의 '경력계좌(career account)'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프리랜서는 어떤 분야든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뒤 도전해볼 만한 새로운 직업 형태라 할 수 있다.

급격한 직업구조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프리랜서는 노동시장 구조,지식사회로의 진전 등에 따라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21세기를 프리랜서의 시대라고 규정하는 학자도 있다.

국내 관련 학계의 프리랜서에 대한 연구가 보다 강화되야 하며,정부도 프리랜서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예컨대 세제,공적보험 등)를 중장기 정책과제로 연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career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