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제시문 늘리고 여러과목 아우르는 문제 출제

2007학년도 정시모집 일정이 끝나고 2008학년도 대학별 전형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각 대학들이 제시한 '통합논술'이라는 키워드가 학생들과 교사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논술 중심의 교육내용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대학들이 저마다 서로 다른 형태와 내용의 예시문제들을 공개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듀한경 논술연구소에서는 생글생글 지면을 통해 2008학년도 대학별 고사의 키워드인 통합논술은 무엇이며,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3차에 걸쳐 게재한다.

또 가장 근래에 제시된 통합논술 예시문제인 한양대 2008학년도 대비 모의논술 문제에 대한 해제를 생글생글 85호 논술길잡이 코너에 함께 게재할 예정이다.

1. 2007학년도 주요 대학 정시논술 출제 경향

이번 2007학년도 대학별 정시논술은 이미 2008학년도 출제 방식을 취한 경우와 기존 출제방식을 유지한 경우로 나뉜다.

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대학이 성균관대이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후자다.

2007학년도 정시 논술의 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주제상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개별 제시문이 쉬워진 만큼,제시문들 사이에 논지의 유기적 연관성을 따질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이 중시되었고 △논제를 세분화해 답안 작성 단계가 구분됨으로써 논술 과정이 통제되었다.

서울대 논제처럼 통제가 치밀할 경우,제시문들을 연관시키는 방향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채점상의 편의를 먼저 고려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동시에 엄격하게 제한된 조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중시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2.통합논술에 대한 이해와 제도상의 문제점

통합논술의 문제 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합논술의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학습이론의 관점을 알아야 한다.

통상 자기 주도적·과정 중심적 사고라고 일컬어지는 통합논술의 특징은 교육철학과 교육심리학이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게 제시하는 교육방법과 관련돼 있다.

흔히 '구성주의'라고 부르는 이 관점에서는 학습과정에서 교육자는 수업을 디자인하고 자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다음,학습자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해주는 데 그친다.

학습자는 교육자의 간섭 없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과정에서 적극적인 사고활동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2008학년도 이후의 통합논술 문제에는 이런 교육방법으로 학습한 학생만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우리 교육의 화두인 '창의적 인재상'에도 부합할 것이다.

주의할 것은 이런 요소들이 기존 논술문제에서도 전적으로 무시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수시·정시 기출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에 나타난 언어적·비언어적 자료들을 발굴해내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설정,해결해 나가는 글쓰기를 해야 했다.

또 이를 장려하는 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학교교육 과정에서 거의 해보지 않은 데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과목별 수행평가는 문제 발견과 설정,자료의 수집과 해석,문제 해결과 검토의 과정을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와 상호 검토 없이 단순히 '숙제'로만 인식돼 제출하는 데 급급한 형태로 운영된 점이 문제였다.

또 문제의 발견과 해결은 대부분 개별 교과목의 한계를 넘나드는 사고활동을 요구하는데,학교 교육은 과목별 편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3. 2008학년도 대학별 고사의 향방과 대응

3-1.변하지 않을 것들

◆논술의 주제 유지-각 대학이 논술을 본격적으로 출제하기 시작한 1999학년도 입시 이후의 논술 주제들은 대체적으로 지식의 깊이를 묻거나 혹은 사회적·문명적·인간적 문제 상황에 대한 관점들을 직접 물어왔다.

이런 주제들은 2008학년도 논술에서도 크게 변화할 이유가 없다.

다만 방법과 질문의 형식이 달라진다.

철학·과학의 제 문제를 직접 묻기보다는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채택해 문제 발견 활동과 문제 해결 활동을 요구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3-2.2008학년도에 변할 것들

2008학년도 통합논술에서는 여러 교과영역의 제시문 및 자료들이 주어지는데,제공된 자료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선택·배열하는가가 관건이다.

그것들 사이의 연관성을 따질 수 있는 영역 전이적 사고가 논리적 사고력의 핵심으로 부각될 것이다.

연관성을 파악해 주어진 문제에 답해야 한다는 점에서 종합적 사고에 기반을 둔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기도 하다.

통합논술에서도 전통적인 논술 주제가 유지되고 어차피 글쓰기를 통해 사고를 표현한다는 본질적인 측면이 변하지 않는 이상 형식적 변화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통합논술의 형식적 측면이 가져올 파급 효과는 가볍지 않다.

첫째 출제와 교육 측면에서 볼 때,과목 통합적 형식은 학생들보다 과목별로 특화해 있는 학교의 지도교사들에게 더 어렵게 느껴지고 출제도 그만큼 어렵다.

게다가 교사들은 동기가 부족하고,사교육 강사들은 협동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동작업이 더욱 어렵다.

둘째 변별력 측면에서 볼 때,직접적인 질문이 아니라 친근하거나 창의적인 소재로부터 문제를 발견해내고 다시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의 수준이 오히려 크게 올라가고 변별력도 높아진다.

따라서 특히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논술 능력의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셋째 학생 입장에서 볼 때,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공간지각력,수학·과학적 이론구성 능력 등을 포함한 사고의 과정을 측정하므로 편법이나 암기로는 대응할 수 없다.

◆소재와 질문에서의 변화 - 특별한 소재 없이 사상적 관점 대립을 다루던 기존 논술문제와 달리,질문과 제시문에서 교과 내·외에서 독창적인 소재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서울대 예시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한양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 자연계 문제의 경우에는 "사진 속 인물과 관찰자 간의 시선의 일치에 대한 해명",혹은 『거울나라의 앨리스(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를 소재로 채택했다.

물론 소재가 교과 밖의 것이더라도,제시문은 한결같이 교과내용을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소재와 질문 형태의 변화는 곧 사상적 대립을 전제하지 않은 논쟁,나아가 논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순수한 문제 발견과 해결을 위한 사고 활동 등으로 논술 문제의 취급 영역도 확장된다.

■수험생에게 요구되는 능력

대학별로 지원 학생의 수학능력을 고려한 형식·내용 면에서 난이도 조절이 있겠지만,학습 원리는 동일하다.

즉 자료 해석을 통한 문제 설정·해결 능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자료 해석=사고와 표현의 상호 연결된 훈련,수리적 사고 및 기타 언어·수식·그래프·표 등 다양한 표현 형태를 포함.

-문제 설정·해결 능력=문제 상황에 대한 이해력,문제 상황의 정리·분별,문제 해결의 방법 모색,해결책의 체계적 진술,해결책의 검증.

■참고할 예시문제

-서울대 2008학년도 논술 2차 예시문제

-한양대 2008학년도 대비 모의논술

(2006년 11월 시행)

< 에듀한경 논술연구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