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월6일자 A38면

1988년 설립된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난 2일 네 번째 보고서인 '2007년 기후변화'의 요약본을 냈다. 이런 유의 보고서가 나오면 항상 언론인과 정치인들의 떠들썩한 모임이 이어진다. 환경보호론자들도 기후변화에 대한 마지막 경고라고 목청을 더욱 높인다. 보고서가 사회적 합의를 대변하고 있으며 세계가 종말로 가고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는 에펠탑의 2만개 전구를 끄는 화려한 이벤트도 열렸다. 하지만 나는 (보고서 때문에) 심적으로 괴로웠다고 고백하고 싶다.

이번 보고서는 2100년까지 기온 상승에 대한 예측치를 2001년 보고서보다 섭씨 0.5도 더 높은 평균 3도로 상향 수정했다. 최고 6.4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담았다. 하지만 IPCC와 달리 기온이 1~2도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다른 그룹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과학사를 살펴볼 때 아주 복잡한 과정 속에 있는 한 요인의 설명력을 과장하는 것은 대부분 더 강력한 이론에 의해 대체돼 왔다.

이번 보고서에서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도 그런 요인에 해당된다. 덴마크 국립우주센터의 헨릭 스벤스마크 태양-기후 연구센터장은 "온실효과는 (지구온난화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기온 상승이 오직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조차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저 추측일 따름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기상학과 태양-지구학,지구-은하학 등이 갖고 있는 함의는 엄청나다. 이들 연구는 기후변화의 주 요인으로 이산화탄소보다는 우주 선(線,cosmic ray)들과 수증기를 들고 있다. 지구화학이나 천문학자들은 이런 요인들이 기후변화의 75%까지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구름이 기후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직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우주선은 구름의 형성을 돕고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이 우주선의 활동력과 지구의 기온변화를 비교해본 결과,기온변동은 이산화탄소보다는 우주선과 더 연관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연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기후변화의 과학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기후는 대단히 복잡하고 단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인간이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것이나 그런 것을 자제하는 것이나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기후 변화는 예외적인 게 아니라 일정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 뜨거워지거나 추워지거나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발생하는 등의 항상적인 변화에 인류가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치적,경제적 이슈로 간주돼야 한다. '안정적인 기후'(stable climate)란 말은 일종의 모순어법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는 IPCC가 오는 4월에 내놓을 보고서에서 보다 현명한 아젠다를 담기를 바란다.

◇ 이 글은 필립 스토트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Political Science'를 옮긴 것입니다.


< 기후변화, 지구상의 재앙이긴 하지만 단순히 온실가스 탓만 할수 있을까 >

국내외 뉴스나 일기예보를 통해 수시로 접하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다.

예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다른 기후를 보일 때 흔히 '이변'이란 표현을 쓴다. 특히 올 들어 미국 뉴욕에선 한 겨울인 지난 1월6일 기온이 섭씨 22.2도까지 올라가 반팔 반바지 차림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는가 하면,지난주엔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한파로 얼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여기에다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내레이터를 맡은 영화 '불편한 진실'이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등에선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는 지구를 살릴 시간은 불과 10년 남았다고 주장한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핵심의제 중 하나도 바로 기후변화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후는 늘 이변 투성이였다. 어느 한 해의 기후가 이른바 '평년 기온'으로 일관했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늘상 몇 년 만에 최대 혹한·혹서,이상 난동(暖冬),가뭄·홍수에다 태풍,지진,쓰나미,화산 폭발 등의 이변들이 수시로 외신을 타고 들어온다.

해수면 수위가 올라가고,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는 이야기도 이젠 전혀 낯선 뉴스가 아니다. 특히 지구가 더워지고 있음은 각종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화석연료로 만드는 전기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에펠탑 전구 2만개를 한꺼번에 소등하는 이벤트로 지구인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그런데 이 같은 기후변화에 관한 우려와 경고에 대해 필립 스토트 교수는 '꼭 그럴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을 경고하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너무 일방적인 견해와 분석만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의 기온상승이 오직 이산화탄소 때문만은 아님을 우회적으로 설명한다.

우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선(線)과 수증기가 기후변화의 75%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 성과는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또한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예측치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1~2도 떨어질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음을 일깨운다. 기후나 환경 문제는 그 원인을 뚜렷이 알지 못하는 한,어느 일방의 논리가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빙하기와 해빙기의 주기적인 순환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구는 수십만년 단위로 길게 끊어놓고 볼 때 빙하기에서 해빙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때는 현대 문명이 지구의 기온을 덥히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공장이나 자동차,난방시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가급적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 현상의 일부 요인은 될지언정,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논리 또한 진실은 아니란 점을 스토트 교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를 구호나 이념에 포획돼 '몇 년 뒤엔 지구가 멸망한다'는 식의 종말론적 시각으로 보는 것이 실제 환경문제보다 인류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 대신 스토트 교수는 인류가 변화하는 기후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가를 모색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그 방법은 철저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연구·분석·검증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