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시아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잇따라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고용을 늘리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이며,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나온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세금을 '무기'로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촉진하겠다는 뜻도 깔려 있다.
[세계는 법인세 인하 열풍] 우리와 경쟁하는 싱가포르ㆍ홍콩 등은 "내려 내려"
◆법인세 인하 주도하는 아시아

연초부터 법인세 인하의 '포문'을 연 국가는 싱가포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 정부가 기업 이익의 20%를 떼는 현행 법인세 세율을 적어도 1%포인트 내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홍콩이 작년 7월 법인세율을 5%포인트 인하(17.5%→12.5%)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동안에도 싱가포르는 2002년 24.5%였던 법인세율을 꾸준히 낮춰왔다.

말레이시아도 작년까지 28%이던 법인세율을 올해 27%로 내렸고,내년에도 26%로 1%포인트 추가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도 집권 자민당이 기업의 실효세율(공제 등을 제외하고 실제 납부한 세율)을 현재 40% 수준에서 30% 수준으로 내린다는 계획을 작년부터 추진 중이다.

◆유럽도 법인세 인하 채비

전통적으로 고(高)세율 정책을 펴온 유럽 국가들도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들 조짐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앞으로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국가들 간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법인세율을 얼마로 정하는지가 될 것"이라며 "프랑스 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법인세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33%인 법인세율을 20%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게 시라크 대통령의 복안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도 현행 39%인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30% 이하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법인세율을 35%에서 32.5%로 낮춘 스페인은 내년에는 30%로 또 한차례 인하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각각 29.6%와 28%였던 법인세율을 올해부터 25.5%와 22%로 내렸다.

올 1월 유럽연합(EU)에 신규 가입한 불가리아는 재정악화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율을 EU 최저 수준인 10%로 단번에 내렸다.

법인세를 인하해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국가는 아일랜드.1993년만 해도 40%이던 법인세율이 지금은 3분의 1 이하인 12.5%로 낮아졌다.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KPMG는 "아일랜드가 1990년대 중반 연평균 12.5%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감세에 힘입은 것"이라며 "폴란드 헝가리 등 동구권 국가들 역시 법인세 인하를 통해 해외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도 1985년 51%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꾸준히 내려 작년에 35%까지 인하했고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국은 아직 미온적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2005년 △과표(세금부과 대상인 이익금 규모) 1억원 이하인 경우 15%→13% △과표 1억원 초과인 경우 27%→25%로,각각 2%포인트 인하해서 작년부터 적용 중이다.

재정경제부는 그러나 법인세 추가 인하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나라살림(재정)을 위해 세금을 더 늘릴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병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유럽 각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의 조세구조와 관련해 재정 기반을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25∼26%에 불과하나 영국은 40∼50%,핀란드는 50%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걷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에서는 "법인세율 수준을 비교할 국제 비교대상은 한국보다 훨씬 잘사는 유럽 선진국들이 아니라 우리와 경쟁하는 홍콩 싱가포르"라며 "추가적인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종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


기업 순익 늘면 투자 늘어 경기 호황

법인세 왜 내리나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그만큼 법인세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각국이 이처럼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 나라는 국민 경제를 구성하는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살림살이를 꾸려 나간다.

세금 가운데 개인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소득세,기업의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법인세라고 한다.

기업은 돈을 벌어 그중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이 비율이 법인세율이다.

한국은 현재 법인세 납부 대상 소득금액(과표)이 1억원보다 많은 경우 25%,1억원보다 적은 경우 13%로 구분해 법인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기업은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이익으로 직원들 봉급을 올려주거나 성과급을 줘야 하고,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투자도 하게 된다.

법인세는 정부 입장에서는 중요한 세금 수입원이지만 기업에는 비용인 셈이다.

법인세율이 내려가면 기업은 그만큼 순이익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법인세율 수준은 기업의 해외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가 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진 요즘은 투자여건이 좋은 국가에 회사를 세우고 기업 활동을 하는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세계 각국이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법인세율 인하다.

기업들은 해외투자를 계획할 때 다른 조건이 같다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법인세율 인하는 곧 나라살림(재정)의 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즉 세율 인하 효과에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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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읽기 >

◆법인세 관련

▷『경제』 Ⅲ(교학사):132~134쪽 '책임있는 재정 운용-조세의 구분' 참조

(탐구과제)우리나라 조세구조를 정리해 보고, 직접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변화가 개별 경제주체인 개인,기업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 보자.

▷『고등학교 경제』(두산),148쪽. 세입 예산의 분류에서 직접세의 한 종류로 법인세 언급/ 152쪽 재정운용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모두 추구하기 힘들다는 내용.

(탐구과제)조세부담이 높을 경우 생기는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도움말 주신분=하정호 선생님(서울 선유고),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